인성 좋은 아이 키우는 법
-명화 그리기-
우리 아이들이 방학이 되면 시간이 많기에 마냥 놀게만 할 수도 없고 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그림 그리기에 꽂혔고 아이들의 그림 실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명화를 따라 그리게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수준에서 그릴 수 있는 쉬운 명화 몇 장을 준비해 스케치북에 그대로 모방해서 그려보라고 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 아니면 전혀 관심이 없는지 등 그림에 대한 아이들의 기준치를 가늠해 보고자 해서였다.
처음 따라 그리는 그림이기에 단순하면서도 충분히 따라 그릴 수 있는 난이도가 하정도의 명화 몇 장을 보여주고 그림선택은 자유의사에 맡겼다.
너무 복잡한 그림을 주면 어렵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림에 대한 두려운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릴 수 있겠다 싶은 정도의 그림을 선택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똑 같이 따라 그려보라고 했다. 또래 친구까지 놀러 와서 함께 그리게 했다.
한동안 몰입해 말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작은 예술가를 보는 느낌도 조금은 있었다. 바라보는 내 얼굴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명화를 그린 종이를 내밀었다.
생각보다 너무 잘 그려서 깜짝 놀랐다.
그림의 소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듯한 일말의 희망이 생겨 방학 동안 아이들의 실력에 맞추어 단계를 높여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항상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나 스스로도 다짐한 부분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그려지면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때 아이들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잘 몰라 표현도 잘하지 않는다. 그때는 엄마가 유심히 살폈다가 체크를 해야 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행동을 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다. 또 그림은 잘 그리는데 반해 그리는 그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다.
다른 그림을 그리게 해도 반복적인 것을 싫어할 수도 있고, 계속 몰입해서 그려야 하는 그 시간이 버거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생각을 잘 읽어야 한다. 엄마 마음대로 판단해서도 안되기에 아이들의 생각을 중간중간 물었다.
기분이 어떤지? 재미있는지? 성취감은 있는지? 그림에 대한 거부감은 안 생겼는지?
나는 항상 무엇이든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잘 묻는 편이다.
엄마가 자주 묻는 게 습관인 것을 아는 아이들은 조잘조잘 대답을 잘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엉뚱한 대답을 한다.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왜 명화라고 하는지? 누가 그린 그림인지?
오히려 반문한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명화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했다.
엄마의 속도 모르고 아이들은 말한다. "우리 엄마 엄청 똑똑하다고."
아이가 어떤 표현을 할 때 그에 대한 부모의 태도 또한 그에 걸맞게 적절히 이루어져야만 그림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살펴보다 보면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몸으로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며칠간의 휴식을 갖게 하거나 휴식이 된 후 다시 시도해 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도 아이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림 그리는 그 자체에 흥미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 둘째 아이가 그랬다.
그래서 재미있어하며 잘 따라 하는 누나만 계속 연습을 시켰다.
꾸준히 하고 있는 누나를 보면서 며칠 뒤 다시 해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연습을 시켰지만 일시적이었기에 그만시켰다.
관심이 없는 것에는 억지로 시켜도 의미가 없다 생각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봐 원치 않으면 절대 시키지 않는 편이다. 아이의 교육적인 부분에서 나의 기준은 그랬다.
아이가 관심 많고 열심히 하는 것들은 단번에 표가 난다. 아이들은 좋아하면 감추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이 많고 잘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쪽을 택했다.
아이라도 성향에 따라 애써 배우지 않아도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부모의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 신중하게 살펴 그것을 이끌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 우리 딸아이가 음감이 뛰어난 걸 몰랐다.
주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감각을 알아보고 뛰어나다고 했지만 음악에 대한 조예가 없던 나는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해 키워 주지도 못했다.
딸아이가 음감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 OST를 한편을 다 듣고는 기억을 했다가 바뀐 부분을 알아채고 그 부분을 또 치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음악을 듣다가 약간 달라진 미세한 부분까지도 찾아내는 것이었다.
아이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쯤 우리 딸아이가 작곡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딸아이에게 "후회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딸은 기억도 못했다.
그 당시에는 옳은지 그런지도 모르다가 시간이 훌쩍 지나 보면 그 일이 옳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면 참 인간의 존재감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