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든 뒤에

매일 뛰는 엄마

by 숙희


아이가 잠이 든 뒤에야

비로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밀며

널브러진 장난감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마른빨래들을 개어두고

다음 날 아이가 입을 옷을 미리 챙긴다.

빠진 준비물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치면

시간은 이미 밤 열두 시를 향해 간다.


잠들기 전,

조용히 아이의 방문을 연다.


숨소리를 확인하고,

이불 위로 손을 올려

가슴의 오르내림을 몇 번이고 느낀다.


아이의 치료가 끝난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행동들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운다.

피곤함에 짜증 내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가며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매일 시간에 쫓겨 살았다.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아이의 하원을 위해 달려야 했다.

걷기보다는 뛰는 게 익숙했고,

집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다 가끔,

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엄마도 쉬고 싶어!"

"엄마가 얼마나 바쁘게 사는 줄 아니?"

"또 안 먹을 거니?"


아이는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남편은 그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

주말 내내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나는 주말이 싫었다.

출근만 하지 않을 뿐, 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때로는 집안행사와 가족모임으로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기도 했다.


큰 며느리, 큰 딸, 워킹맘, 학부모


모든 역할을 빈틈없이 해내고 싶었다.

모두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쉼 없이 하루를 이어갔고

매일을 버티며 살았다.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다.




아이의 투병 기록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입니다.

네이버 화요웹툰 <콩에서 새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