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걸어두는 일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4월도 마지막 주다.
올해를 시작하며 달력 여러 개를 얻었었다.
해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달력을 얻으며 살아왔다.
탁상 달력 몇 개, 종류별로 다양한 벽에 거는 큰 달력들, 다이어리까지.
생각해 보면 고마운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거실 책장 앞을 지나다가 작은 달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달력은 3월을 펼치고 걸려 있었다.
진작 온 4월인데 작은 달력 한 장 제때 넘기지 못했다.
얼른 달력을 내려서 보니
“소시락 소시락 겨울과 봄 사이 오솔길”
단정한 글자로 쓰여 있는 문장 달력이다.
달마다 아름다운 구절들이 적힌 달력의 작명법은 1월 새날달, 2월 스스로달, 3월 사이달, 4월 피고 지고달, 5월 그대 달이다. 이 달력은 <문장 달력>으로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함께 만들었다.
문장 달력처럼 나도 내 말을 가진 농사 달력을 걸어두게 되었다.
4월을 곁순달이라고 이름을 지어놓고 보니 그럴듯하다.
농장의 4월, 그 무엇보다 대단한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 것은 곁순이다. 며칠만 일을 미루면 곁순은 원순만큼 굵어지고 꽃을 피우겠다고 꽃망울이 생겨난다.
내친김에 1월은 고랑이랑달, 밭을 갈고 거름을 내고 고랑과 이랑을 만드는 때니까. 2월은 심는 달, 3월은 꽃을 세는 달이라고 해본다. 3월은 심은 어린 모종에 꽃이 필 때마다 기특해서 날마다 노란 꽃을 세며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5월은 열매달, 6월은 따고 마무리달, 7월은 베는달로 한 작기가 끝난 나무를 베어내고 봄 작기를 마무리하는 달, 8월은 쉬는 달이라고. 땅도 농부도 쉬어 가자고. 1년에 농사가 두 번이니 이름이 같은 달도 두 번이다.
농사짓는 일은 계절과 날씨에 맞춰 사는 일 같고, 일 년 열두 달, 달마다 또 다른 이름을 맞이하고 가꾸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