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고 벚꽃이 피었다가 흩날리고, 어디선가는 산자락 하나가 통째로 산사태 나듯 진달래꽃 분홍빛으로 쏟아졌다. 수천 평 땅에 유채꽃 피어 세상을 노란색으로 뒤덮기도 한다.
그러나 그처럼 찬란하지 않아도 비 온 뒤 고인 논에 올챙이들은 검게 무리를 짓는다. 그중 올챙이 한 마리의 유영은 망망대해겠지 싶다.
저 멀리 농로를 달리는 트랙터를 타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 하나는 오래된 담벼락 아래서 갓꽃 한 포기의 세상을 토해냈다. 이제 겨우 몸을 쌓기 시작한 산기슭 작은 돌탑 옆에 피었던 진달래꽃 한 점 지기도 하며 봄날은 간다.
아, 저 들녘
높지 않은 산에 오른다. 그 산에는 건너편 산과 이어주는 출렁다리가 있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숨 몇 번 크게 몰아쉬는 동안 오를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잘 늙은 소나무들이 나직하게 말을 건넨다. 늙은 나무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구시렁대며 도착한 출렁다리 입구 쉼터에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시야로 들녘이 들어온다.
아, 저 들녘! 한참 눈길을 주다 마음 깊이 들어온 들녘 풍경을 품는다.
그리고 드디어, 나선다. 이번에는 출렁이기 위해서다. 겁 없이 발걸음을 떼었으나 몇 미터 나아가고부터 다리가 후들거린다. 허공에 걸린 외줄도 아니건만 천 명 넘는 어른들이 다 같이 다리에 서 있어도 너끈하다는데…
출렁다리는 도로로 나뉜 산을 잇고 있어 발밑 몇십 미터 아래는 차들이 달린다. 다리 위에서 보면 길게 뻗은 국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눈을 감을 수는 없고, 옆으로 붙어서 난간을 잡아 보았다.
마음이 먼저 겁을 내는지 몸이 먼저 겁을 내는지, 아무튼 후들거리며 다리 중간까지 오면 오가는 사람의 진동으로 다리가 진짜 출렁인다.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순간이다. 보폭을 더 크게 하고 난간을 잡았던 손도 풀고, 몸의 중심을 잡아 본다.
다시 한 발짝을 뗀다. 출렁다리 위를 오가는 아이들은 즐거워 보인다. 빠른 걸음의 씩씩한 아이들이 부럽다. 아이들을 따라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두 개로 나뉘었던 산을 허공에서 연결한 다리를 건너며, 나는 어디에 다리를 놓았을까 생각해 본다.
평범한 일상을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듯 난간을 부여잡고 흔들린다. 아득한 발밑을 내려다보며 무릎에 힘을 넣는다. 아슬아슬 건너다 앞을 보면 분명 끝이 보인다.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내딛다 보면 그 끝에 다다른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다리와 내가 들녘이 함께 출렁였다
봄날은 간다~ 기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