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상주고양이

by 차은숙

도서관, 입구에서 맨 먼저 만난 이는 고양이다.

안녕, 반갑게 인사를 한다.

사진 몇 장도 찍는다.

자기가 멋지다는 걸 아는지 무람없이 여러 포즈를 취한다.


사람들이 책을 빌리러 드나드는 도서관에 있는 고양이들을 책냥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처음에는 휙휙 도서관 마당을 가로지르는 고양이들에게 뭘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관심을 갖고 보니 도서관 마당을 제집인 양 드나들고 초록의자며 화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인이라도 되는 듯 도서관을 오가는 사람들도 맞는다. 몇 번 마주치고 나니 경계심이 누그러진 책냥이에게 물어본다.


자주 보네, 도서관에 왔니?

니야옹(그런 건 왜 물어? 여기는 누구나 올 수 있어)

여기 근처에 사니?

냐용(우리는 주소 같은 건 필요 없는 종족이야~)

책은 좀 읽었어?

미아옹(모르나 본데, 한밤중에 도서관에 있는 건 우리야! 우리는 뭐든 할 수 있거든.)

요즘 어때?

야옹, 야옹(눈, 비, 바람 속을 걷지. 지금은 겨울이니까. 그래도 지낼만해 이제 봄이 오겠지.)


인사를 텄다고 여겼더니, 그건 착각이었다. 비오는 날 책냥이를 불렀지만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긴긴 밤

도서관 책냥이들이 모두 도서관 벽과 창으로 스며들 듯 들어와서

신착도서 서가며 000 총류, 100 철학, 200종교, 300 사회과학 그리고 예술, 언어, 문학, 역사 인간들의 세계를 구경할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한 권의 책으로 평등한 서가를 오가며,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곳, 침묵하지만, 첫 장을 열면 길고 깊은 대화를 시작하는 책을 보며 질문하겠지.


“어떻게 한 걸까?

“뭘?”

“사람들 말이야! 이 책들, 마법 같지 않아?”

“우리도 그래. 책 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다 한 권의 책이 되는 거야.”


그런 도서관의 밤이 몇 번 지나고,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유(悠悠)하다.

책냥이들도 다시 마당에 나타났다.


도서관 건물이 드리운 그늘 속에 사람들이 앉아 있기도 한다. 창문을 가만히 보면 어릿어릿 커다란 서가와 희미한 책등이 보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