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찔레꽃!

by 차은숙

초여름의 한적한 둑길을 걸어본다. 오월의 풍경이 오롯하다. 이 천변은 영산강 종주 자전거길이다.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 길을 걷는다. 구불거리지도 그리 반듯하지도 않은 밋밋한 길이 계속된다.

처음 눈길을 잡아끈 것은 둑길 주변 무더기로 피어난 보랏빛이다. 누가 심거나 가꾸지 않았을 텐데 둑길이며 천변을 모두 차지하고 지천으로 꽃을 피웠다. 이 작은 제국을 일군 것은 ‘헤어리베치’. 땅을 건강하게 하는 녹비작물로 환영받는 풀이다.

멈춰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헤어리베치가 땅을 다 차지한 것은 아니고 쑥도 있고, 망초도 있고, 벌써 씨앗을 맺은 소리쟁이도 섞여 있다. 뒤쪽으로 키 작은 어린 아카시아가 제철에 맞춰 향기를 뿌린다. 둑 아래로는 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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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찔레꽃!


보랏빛 꽃에서 눈길을 거두고 천변 건너를 보았다. 한 무더기로 솟아난 흰 꽃, 어디서 본 꽃인데 하며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향기가 짙어진다. 향기를 맡다가 아, 찔레꽃 한다. 찔레꽃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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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은 흔한 꽃이다. 산, 들, 내 어디서나 잘도 피어난다. 햇볕이 드는 곳이나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다. 향기도 강하고, 맛도 좋아선지 벌들이 무척이나 사랑한다. 찔레꽃 주변에 으레 부지런한 벌들이 꿀을 실어 나른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찔레의 어린 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다. 먹을수록 단맛이 난다고 한다. 배고플 때뿐 아니라, 심심할 때도 먹었다. 연한 찔레순은 비타민이나 각종 미량 원소가 많이 들어있어 실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붉은 열매가 익는다. 이것을 그늘에 말려 가루로 만들거나 달여 먹는다.


요즘이야 찔레의 어린순이며 찔레꽃을 먹으며 엄마, 엄마 부르며 슬퍼하지 않는다. 이 가사는 ‘고향의 봄’으로 유명한 이원수의 동시를 개사한 것이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기다림과 배고픔이 슬픈 향기처럼 퍼진다.

소리꾼 장사익은 “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프다”라고 노래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가시에 마음이 콕 찔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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