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학문이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똥 같습니다."
이 대사만큼 최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함께 했던 이가 곁을 떠난 적이 있는가? 이별은 언제나 우리를 추억하게 한다. 최현(박해일)은 둘도 없는 친구 창희와 사별하게 된다. 중국의 동남아 정치학 교수였던 최현은 1박 2일의 여정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그는 7년 전 경주에서 있었던 그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충동적으로 경주로 떠난다.
누구나 추억하게 되면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들이 떠오르지 마련. 그는 경주에 도착해 옛 연인 김여정(윤진서)에게 연락한다. 그에게는 행복한 추억이었을까? 그러나 언제나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 여정과의 짧은 만남에서 최현은 과거에 여정이 임신했었고, 낙태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최현은 여정을 사실을 모르고 외면했었다.
"왜 말 안 했어?"
"선배는 책임지지 않을 거니까요."
그에게 추억은 사치였을까? 그는 갈피를 잃고, 7년 전 친구들과 함께 했었던 추억의 찻집을 찾아간다. 찻집을 찾은 이유는 벽에 있었던 춘화도(春畵圖) 한 폭 때문이다. 그러나 찻집 주인도 바뀌고, 그림이 있던 자리엔 벽지로 덮여있었다. 마치 그의 추억에 7년이란 시간이 덮은 것처럼.
추억은 현재의 욕망이다. 사람이 보고픈 것만 보듯이 추억은 기억하고픈 것만 본다. 그러나 추억이란 사치조차 불가할 때가 있다. 자신이 역겨울 때. 우리는 종종 망각에 빠진다. 스스로를 추억하며,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된 망각.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훈훈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영화 내내 죽음과 생명의 사이에서 위태위태하게 흘러간다. 영화가 《경주》인 것은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경주의 주요 문화들이 죽음과 관련이 깊은 무덤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욕망에 쫓겨 결국 영화 끝에서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모든 추억으로부터의 도피일까?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열반하는 고승의 모습일까?
이 영화는 마지막에 보여준다.
경주를 추억했던 최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