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세계 : 버드 박스

세계는 변화하고 우리는 적응한다.

by Wenza

세계 종말이란 표현은 심각하지만 식상하고, 지나치게 염려스럽지만 선지적이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경험과 정보로 앞으로 올 상황에 대한 예측과 대비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맞닿으면 어떻게 될까?


본 영화는 불가 의한 현상으로 인해, 세상을 눈으로 보게 되면 꿈꿔왔던 아름다운 세상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평행우주, 다차원의 세계를 목격하듯이 말이다. 새로운 세상을 본 사람들은 무작정 돌진하는 차로 달려가든지, 주변 사람을 공격하든지, 불타는 곳에 자신의 몸을 집어넣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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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인간의 가장 위대하고 위험했던 능력은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상황을 통해 인간은 무한한 상상을 하게 되고, 두려움을 갖든지 용기를 내어 극복하곤 한다. 20세기에 쓰인 문학이나 예술은 현실 그대로 자체가 아닌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고, 그 이상의 것을 찾는다.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이 현실의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드러내기도 하고. 미지의 대상을 향한 연구들을 통해 우리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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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를 보고 "크툴루 신화"를 떠올랐다. 크툴루 신화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라는 미국의 작가의 창조신화이다(과학과 상상은 미지를 그려낼 방법을 안내한다). 인류 이전에 존재하던 초월적이면서 외계의 존재들이 있었다. 인간은 보잘것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고대신과 외계의 존재 즉 미지의 세계가 메인인 세계다. 사실 비교적 탄탄한 신화 체계를 갖고 있진 않지만, 현대 SF 판타지에 있어서 영향력이 적지 않다.


영화 <버드 박스>에 나오는 미지의 현상과 상황에서 인간은 마치 크툴루 신화에서처럼 인간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무언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맬러리는 산부인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 새로운 생명을 기대하지만, TV에서 긴급속보가 나온다. 이상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살인충동에 사로잡힌다. 맬러리와 주변 사람들은 TV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병원으로 나오는 길에 한 여성은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종말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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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바깥의 세상과 차단되어있으면 건물 내부는 안전했다. 생존자들은 생존의 방법을 모색하고, 정보를 찾는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는 건물 안으로 침입할 방법을 찾는다. 미지의 존재는 세상을 자신으로 가득 채우려 한다. 생존자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마트로 떠나고, 그곳에서 맬러리는 새장에 갇힌 새를 만나게 된다. 식량들을 챙기던 생존자들은 마트 냉장실에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경계하며 냉장실 문을 열지만, 이미 그는 미지의 존재에 사로잡힌 존재였고, 그의 출현과 동시에 맬러리의 새들은 요란하게 경보를 울린다. 미지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건 작은 새였다. 과거의 카나리아는 광산 안에 데려가서 위험의 전조를 알리는 역할을 하여 광부들의 필수적인 동물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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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본 영화를 단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오락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인물 간의 상관관계와 미지의 존재 그리고 정상인과 비정상인에 대한 기준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일반화하거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갑작스러운 기현상에 쉽게 무너지는 체계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종이 뒤집듯이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기준 자체에 얽매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우리는 언제든 받아들이고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모든 정의와 진리는 열려있다.


라고 썼는데, 막상 미지의 존재를 보고 맬러리 눈을 억지로 뜨게 하려는 사람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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