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라는 폐단 : 위로공단

by Wenza
성공하려면 성실해야 한다는데,
사실 노동자 중에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한 노동자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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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최소한의 연출로 당시의 그 상황을 보여준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순간 그 장르는 다큐가 아닌 시나리오에 맞춰 잘 짜여진 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보통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들은 흥행이나 상업적 목적을 갖기보다는 진실이나 진심을 담아 관객들과 사회에 전달하려고 한다. 다큐 영화가 만들기가 어려운 것은 인생처럼 감독이 원하는 상황이 매번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산업화 중에 있던 여성노동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다룬 영화다. 산업화 과정 속에서 많은 공단에서 착취 및 성폭행에도 자본이라는 무게와 부양해야 할 가족이라는 책임에 눌려 아무 말 못 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노조를 설립하고, 스스로의 인권을 지켜내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진압되어 구속되는 일이 태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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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웹툰 원작인 드라마《송곳》이 종편에서 방영했었다. 《송곳》은 《미생》과 비교했을 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어느 한 논객은 이런 현상에 대해 '미생'은 기득권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송곳'은 몰라도 되는 사실까지 공개하기에 권력층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라는 말도 했었다. 미생은 기업이라는 집단에 대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해서 완생할 수 있도록 희망을 불어넣는 반면, 송곳은 노조를 만들어 갑의 횡포에 대항하여 을이나 병의 입장의 이들을 지켜내는 잔혹한 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빛과 가장 가까운 걷는 어둠이었을까? 어떠한 영광도 이면에는 폭력과 어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극 중에 인터뷰 외에 상징적인 미장센들이 돋보이는데, 나는 그중 두건을 쓰고 서로 교감하는 장면에 대해 말하고 싶다. 두건을 쓰고 있는 장면은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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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는 두건을 쓴 남녀 간의 키스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겉모습이 아닌 자아와 자아의 교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본 영화에선 달콤한 키스가 아닌 서로 간의 귓속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자신을 드러내기 힘듦과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있는 이에게 조그맣게 말하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었을까? 산업시대의 여성노동자들은 자신이 당한 부조리에 대해 대항할 용기가 없었고, 대부분 아픔을 공유하는 정도로 그쳤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뒤엎을 힘이 없다면, 그저 아픔을 나눌 뿐이다.


기독교에서 열렬히 말하는 동고의 정신, 예수처럼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행위를 말한다. 나는 근 1년간 동고의 정신에 대해 회의적이게 됐다. 예수는 신의 아들로서 이 땅에 탄생하여 아픈 이들을 치유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함께 살아갔다. 그러나 그의 메시아 운동을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간다. 후에 초기 기독공동체는 제국의 탄압 속에서 절망과 고통을 느끼며, 메시아인 예수의 삶을 재해석하게 된다. 이것이 기독교의 시작이고, 근원이다. 그러나 공감과 동고로서는 제국의 힘을 뒤집지 못한다. 오히려 타락한 아담은 제국화 되어 신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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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에서 두건의 장면은 여성의 인권의 모습을 상징한다. 보이지 않는다. 속삭인다. 그저 서로를 위로할 뿐이다. 그녀들의 위로는 제국적 힘을 버티는 방법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국의 힘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자신의 인권을 찾기 위한 이들이다. 생에 대한 절박함. 제국의 폭력에 있어서 참고 견디는 동고의 정신은 이미 썩을 데로 썩어버린 정신이리라. 본 영화에서는 자신이 피를 흘리더라도, 대항했던 이들을 말한다. 참아내는 데서, 수군대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들은 여느 여성들과 다르지 않은 분들이다.


동고는 버틸 뿐이다. 진정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버텨내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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