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덴마크 여자 : 대니쉬 걸

by Wenza

성(性)이란 모두 알듯이 인간 혹은 동식물에게 부여되는 개념이다. 성별의 분리는 계급적 차원에서 인식되었다. 즉 남성은 여성과 가정을 지켜야 하는 존재이며, 여성과 아이들은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는 구조로 말이다. 더불어 남성은 주시하는 존재이고, 여성은 주시받는 존재로 인지된다. 페미니즘(여성주의)이 활발해진 오늘날에도 성별에 대한 구분과 차별은 아직 사회 저변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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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의 유럽 사회에서는 더더욱 차별과 구분에 대해 활발했다. 성별의 구분은 권력구조 즉, 상하 관계에 있어서의 구분이다. 20세기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남녀의 성향과 구분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성별을 뜻하는 영단어를 말하면 섹스 sex를 기억할 거다. 과거에는 육체적인, 물리적인 성별을 뜻하는 섹스로 성별의 구분을 했다. 지극히 유물론적 성별 구분이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물리적인 경향으로만 해석하는 관점이다. 그러나 동성애나 여성이길 원하는 부류 혹은 남성이길 원하는 부류들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실 계속 존재했고 잊혀졌으나 종종 드러난 것.


'섹스'가 육체적 성별이라면 정신적 성별은 '젠더 gender'라고 부른다. 즉 여성 안의 남성성이든지, 남성 안의 여성성과 같은 성향같이 정신적인 성별을 뜻한다. 이제는 성별의 구분은 육체적인 선을 넘어선다. 인간은 육체적인 존재만으로는 설명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시대에서 성별의 구분은 젠더라는 이름 하에 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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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를 보면, 릴리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당시에 동성애나 양성애, 성 정체성 혼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성도착증, 정신분열증, 동성애로 진단하거나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시도가 보인다. 그 시대의 성소수자를 보는 시각이다. 에이나르는 당시의 학계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연구한 사례가 있는지 도서관을 간다. 여기서 또 하나의 구분이 나오는데, 그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다. 정상은 불행하게도 항상 절대다수다. 사실 그 구분은 갈대와 같은데, 절대다수의 기준이 되는 기득권의 성향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에이나르 안의 릴리를 깨어나게 한 것은 그의 부인 게르다였다. 부부끼리 서로 장난을 치는 그 정도의 여장... 이 과정에서 영상이 얼마나 촉각적이며 감각적인지 느껴진다. 에이나르의 손길과 눈빛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경멸이 아닌 환희의 행위이라. 더불어 거울을 통해 현재의 자신과 비치는 릴리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에이나르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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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나르는 게르다의 전시를 돕기 위해 파리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여장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에이나르가 오히려 지금 남장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답답함에 파리의 매춘가로 가서 갇혀있는 여성의 끈적한 몸짓을 보고, 모방한다. 글을 쓰다 보니 '자위'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되는데, 릴리가 매춘가의 여자를 보고 그녀의 몸짓을 따라 하는 장면은 자위행위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에이나르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에이나르와 게르다의 대화 속에서 에이나르의 정체성이 명확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에이나르가 릴리의 모습을 한 뒤, 그가 게르다를 설득하거나 하소연의 태도의 변화에 주목하자. 처음에 릴리가 드러난 후, 에이나르와 릴리의 인격이 다르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데 후에 릴리의 말이 달라진다.


"에이나르 안에 릴리가 있어"에서 "나는 에이나르가 아니라 원래 릴리였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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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1차 성전환 수술이 끝 마친 후, 더 이상 릴리는 가발을 쓰지 않는다. 더 이상 꾸밀 필요가 없다는 상징적 의미다.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해지는 순간이다.


성전환술이 끝나고 게르다와 함께 공원에서 있을 때의 릴리의 대사.


나는 이제 온전한 내가 됐어



릴리는 수많은 의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자신을 환자로만 생각하는 현실이 괴롭다. 그러나 버슨 박사는 그를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와의 대화에서 릴리는 말하고 있다.


"저는 여자예요.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중요한 장면이 있는데, 꼭 포착하시길 바란다. 게르다의 사랑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의사 앞에서 릴리의 대사 후에 게르다가 말하는데,


"맞아요. 여자예요."


라는 대사다. 사실 게르다는 릴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에이나르와 결혼을 한 것이지 릴리와 결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 남성이 아니라, 릴리라는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한다. 위대하다. 여기서 본 영화는 더 이상 성소수자의 영화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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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릴리의 정체성을 찾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게르다의 진정한 사랑까지 보여주는 영화다. 우리는 대부분 게르다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본다. (제가 이성애자여서 이런 표현을 쓰네요.)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의 장소를 동일하다. 항상 에이나르가 동경한 곳, 기억한 곳으로. 그곳에서 릴리가 태어났고 이제 그녀는 자유롭다.


영화 제목마따나 그녀는 아주 평범한 덴마크 여성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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