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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za Feb 06. 2021

SKY COLLAGE

아티스트 넌지 None Z

#넌지 #아트프로젝트다락 #skycollage #아미디


아티스트 넌지는 고통의 시간에 경험했던 순간을 뻗어나가는 빛의 형상이나 전구, 빛이 나는 소재들을 통해 시각화하고 있다. 순간적인 고통은 죽음과 살아있음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 우리는 그 순간을 부정하거나 잊으려 노력하곤 한다. 그 순간의 감각은 온몸에 새겨져,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변화를 준다.


우리는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다만 그 고통을 느끼면서, 기억하고, 힘을 얻어 살아갈 순 있다. 아티스트 넌지의 작품은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본 전시를 통해 누군가에게 치유를, 누군가에겐 응원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품 속의 콜라주를 넘어, 전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시간의 콜라주가 되길 기대하며.


-아트프로젝트 다락-




작가의 말


어제 내가 본 하늘은 오늘의 그림이 된다


하늘은 가만히 그 위치에 머무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지구를 평등하게 둘러싸는 이 존재는 시간을 알려주는 정보가 되고, 마음을 위로하는 감성이 되며, 생명을 돌보는 관찰자이기도 하고, 다채로운 색의 물감이 되어, 내 마음속에서 숭고한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Sky Collage》전시는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표현된 ‘하늘’이 담긴 아카이빙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제목에서 ‘콜라주’(collage)는 ‘풀로 붙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쇄물, 천, 나뭇조각 등의 여러 가지 물질을 붙여서 구성하는 회화 기법을 뜻한다.


이처럼 콜라주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소재들을 모으고 재창조해 복합적인 내면을 표현해 내는데, 나의 경우도 그렇다. 공간과 시간을 구분 짓고 쪼개어, 한 사람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압축하여 한 화면 안에 담아내는 것이다.


방금 관찰한 하늘의 모습은 머지않아 색이 변하여 과거가 된다. 지금 보는 구름의 모양과 움직임 또한 다시는 똑같은 모습으로 구현되지 않는 자연의 생방송이다. 나는 흘러가는 하늘의 모양을 콜라주처럼 조각내고 분리하여 소량의 빛과 함께 그림 안에 기록한다. 그리고 인간이 마음 쏟는 인연들과 관념들, 나의 생명력도 함께 그려 넣는다.


이 작업의 관람자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각자 내면의 콜라주를 사유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어제 본 하늘을 오늘도, 내일도, 먼 훗날에도 다시 보고 추억할 수 있도록.



Fireworks-사랑하는 마음, Oil On Canvas, 26 x 17.5cm, 2020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제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간질’ 즉, ‘뇌전증’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며, 뇌전증이라는 단어 뜻 그대로 내 머릿속에는 예상하지 못한 때에 번개가 내리칩니다. 이 질병은 제가 배척할 때엔 그저 부끄러운 결함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정면으로 마주 보아 온전한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이 병이 나의 오랜 벗이자 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색감의 세계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그동안 대면해온 빛으로부터 파생된 생각들을 작업에 풀어 넣어 화면을 구상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이 고통을 기반으로 영감을 받은 '빛'과 '생명'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선택하며, 작품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창조해보고 싶어졌어요.


Q.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어요?


'생명력'과 '삶'입니다.


제가 그린 빛들은 모두 '살아있음'을 뜻하며, 한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본 영혼과 생명을 표현한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여행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소와 구도로 담아내고 있지요. 이는 제 주변 환경뿐 아니라 온 세계를 감싸는 다채로운 불빛들에 관한 시각입니다. 이 불빛들이 제게 생명의 아름다움과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듯이, 제 그림을 감상하는 분들께도 이 생명의 빛이 일상의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Last Winter Series


Q. 작품 작업 방식과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머릿속에 떠오른 영감이나, 일상 속 관찰을 통해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디어는 작업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뉴런 추상같은 경우는 아이디어 스케치 없이 색감과 분위기를 상상해 즉흥적으로 작업합니다. 그리고 구상 작업은 아이디어를 포토샵으로 스케치를 만든 후 캔버스에 옮겨 그립니다. 넌지 작가만의 의미 있는 요소들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작업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Make a wish, Oil On Canvas, 25x25cm, 2021(좌) / Sleep Well, Oil On Canvas, 25x25cm,2021(우)


Q. 본인만의 뮤즈가 있나요? 혹은 영감을 받는 순간이 있나요?


제가 존경하는 작가는 제임스 터렐과 제니 홀저입니다. 두 분 다 빛을 이용해, 강력하고 놀라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입니다.


저는 빛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따스한 햇살, 거리의 가로등, 가게의 네온사인, 도시의 야경, 카페의 전구 조명등... 자연에서 오는 빛과 인공적인 빛 모두 제게는 의미가 되고 소재가 됩니다.


“Meeting” by James Turrell at MoMA PS1, 2013(좌)/ Jenny Holzer, “Survival: Men don’t protect…” 1989 (


Q. 작품 중에 어떤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가시나요?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업 중에서는, <Window of Time>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제가 제일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시간의 하늘들이 담겼기 때문이죠. 노을의 시간과 밤의 시간. 이 두가지 하늘의 모양과 색감을 기반으로, 저의 작업을 구성하는 핵심 매개체들을 구성해서 시간의 창문을 만들었어요. 그림은 멈추어있지만, 그 안에 그려진 매체들은 모두 움직이며 변하는 것들이에요. 이 창을 바라보면 그림 속 세계와 조우하는 느낌이 듭니다.


Window of Time, Oil On Canvas, 72.7x60.6cm, 2020




Rotation,Oil On Canvas, 45.5x53cm, 2021


Q. 어떤 아티스트로 대중들에게 기억되길 원하세요?


빛과 어둠을 그리며 구축한 제 작업 세계에 방문해 주신 모든 대중들이, 넌지를 그림 속에 영원한 빛을 부여하는 '빛 작가'로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그림 속 꺼지지 않는 빛이, 삶에 지치고 몸과 마음이 병든 이들에게 온기와 위로를 건네는 소소한 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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