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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za Mar 09. 2021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아티스트 전별희

아티스트의 시선은 상상 너머의 세상에 닿아있다. 


어쩌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아티스트들은 현실 속의 공존하는 세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티스트 전별희의 개인전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는 단순히 환상이나 상상의 세계로 현실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재해석하여 면이 아닌 선으로 묘사하고,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견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아티스트 전별희의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루루의 눈물 보석들이 심겨, 누군가에겐 평안을 누군가에겐 행복이 전달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아트 프로젝트 다락-







작가의 말



저는 동화나 신화 속 이미지, 탄생화 등을 차용하여 꿈이나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들은 모두 ‘루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한자 눈물 루(淚)에서 따온 것입니다. 


루루의 눈물은 떨어지면서 곧 여러 가지 보석 씨앗으로 변환되고, 이 씨앗에서는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여러 가지 환상이 피어납니다. 
이를테면 환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의 뿔을 달고 있는 소녀, 아름다운 꽃말을 지닌 꽃,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을 감싸주는 깃털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루루의 눈물에서 태어나, 루루를 위로하고 감싸줍니다.


눈물의 진주   22x27cm  캔버스에 과슈  2018



그림은 모두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졌습니다. 선을 한가닥씩 살펴보면 약해 보이지만, 이들은 겹쳐지고 겹쳐져서 견고한 면을 만들어냅니다.


환상, 그것은 문자 그대로 ‘현실에 없는 것을 있다고 느끼는 상념’입니다. 현실에는 없으므로 환상은 그 자체로 연약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그려내는 환상이 단지 덧없고 연약하지만은 않기를 바랍니다. 연약한 선을 모아 견고한 면을 만들어냈듯이, 제가 그린 그림이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무너지지 않을 환상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면의 빛  50.8x40cm 캔버스에 과슈  2020



아티스트 전별희 

안녕하세요, 꿈과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 전별희입니다. ‘전별희’라는 작가명은 본명이 아니라 엄마의 성과 엄마가 원래 저에게 지어주려고 했던 이름을 합친 것입니다. 작가명을 바꾸고 나서 이번 아미디에서의 전시가 첫 개인전이라서, 왠지 작가명에 대해서도 소개해 보고 싶었어요.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제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눈물’입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소녀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혹은 눈물이 고여 있거나, 울고 난 직후처럼 코가 살짝 붉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 소녀들을 모두 ‘루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자 눈물 루(淚)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좋아했는데 동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눈물을 흘리면 그것이 진주로 바뀐다거나,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구원하는 마법적 힘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에 특히 매료됐었어요. 저는 그 눈물의 힘을 제 그림에 끌어와 제가 생각하는 환상세계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환상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앞서 얘기한 루루(淚淚)라는 소녀가 흘린 눈물에서 태어나는 온갖 환상의 존재들이 그림 속 화면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 환상들은 아름다운 꽃말을 가진 꽃이거나, 무해한 동물들, 혹은 천사이고 그들은 모두 소녀 루루를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이번 전시가 보는 이에게 잠시 냉혹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 위안을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루루의 세계   116x91cm  캔버스에 과슈  2020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위로를 받아본 적이 있구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저도 그림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Q. 치유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그림에서 항상 눈물이 중요한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슬픈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제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위안이기 때문에, 그 점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이나 꽃말을 생각하면서 보시면 더 잘 와 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천사가 깃든 사막  90x65cm  캔버스에 과슈  2020

Q. 작품 작업 방식과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원래 작업 방식은 얇은 선을 쌓아 올려서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환상’이라는 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너지기도 쉽기에 그것을 구현하는 건 ‘얇은 선’이어야 했고 동시에 그걸 쌓아 올려서 견고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쉽게 무너지지 않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환상이 무너지는 것이 쉬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을 견고한 힘을 가지길 바랐어요. 

요즘은 기존의 방식에 오일파스텔을 더한 그림을 시도하고 있어요. 오일파스텔의 질감이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워서 좀 더 꿈속의 이미지 같은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 같아서요. 기존의 그림과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나진 않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 느낌이 차원이 나뉜듯한 분위기를 낸다는 지인의 감상에 용기를 얻고 계속 실험 중입니다. 




Q. 영감을 받는 순간이 있나요. 


뮤즈는 따로 없고, 영감은 보통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 얻습니다. 고전동화를 다시 읽거나 가사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그리고 싶은 것이 많이 떠올라요. 


꿈속의 꿈 


저는 제 작품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고른다면 <꿈속의 꿈>이라는 작품을 좋아해요. 유니콘을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소녀에 대한 그림인데, 소녀 주변에는 오일파스텔로 그린 말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날아가고 있어요.

이 말들의 원본은 폐장된 놀이공원에서 본 회전목마의 스케치예요. 친구랑 야외 드로잉을 해보고 싶어서 갔던 폐장된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와 버려진 동물모형의 놀이기구를 잔뜩 그려서 돌아왔는데, 누가 원본 사진과 제 드로잉을 보고는 “어떻게 이 놀이기구가 이렇게 예쁘게 표현될 수 있지?”라고 했어요. (실제로 폐장된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는 좀 무섭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 저는 버려진 회전목마가 제 시선과 그림 안에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그 드로잉을 살려서 다시 그림에 적용하기로 했어요. 

때문에 <꿈속의 꿈>이라는 작품 안에서는 회전목마가 놀이기구에서 빠져나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건 그냥 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이지만, 버려진 회전목마가 제 그림 안에서 다시 살아난 것 같아서 애착이 갑니다. 
꿈 속의 꿈(왼) 열 마리의 양(중앙) 밤을 여는 요정들의 새벽행진(우)



Q. 어떤 아티스트로 대중들에게 기억되길 원하세요? 


꿈결 같고 아름다운 환상세계를 그린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품 구매 문의 및 대관 문의는 hello@amidi.kr

*아미디 홈페이지

https://www.amidi.kr/
*아트프로젝트다락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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