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allery AMID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enza Aug 29. 2021

Drag Us

아티스트 강지헌 문영민 양승욱

추천사


문영민, 허리케인 김치(2021)

미국을 비롯해 많은 서구권 국가들에서는 이미 대중문화 속에 성공적으로 깊고 넓게 자리 잡은 그것.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해외에서 수입되어 들어온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여장이나 남장으로 잘못 번역되는 그것. ‘드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서울을 베이스로 하고 해외를 오가며 드랙을 해온 지 7년이 된 나 또한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드랙’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오고 있다. 그리고 드랙을 하거나 바라보는 개인마다 또 조금씩, 어쩌면 많이 다른 정의를 내리기는 할 텐데, 현시점에서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드랙이란 분장, 의상, 연기, 공연 등을 통해 생각, 감정, 메시지, 정체성 등을 표현하는 것을 돕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한 해를 스튜디오에서 십수 명의 드랙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촬영하며 보내다시피 한 문영민은 그의 사진을 통해 드랙 아티스트들이 개발해 낸 캐릭터와 그들이 한껏 자랑하고자 하는 룩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간 수많은 드랙 공연에서 첫째 줄에 앉아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온 강지헌의 사진들은 드랙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창의성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 수없이 연습했을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선보이며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순간들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지난 2019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프라이드 포토 어워드에서 장난감을 찍은 사진들로 수상한 양승욱은 이번에도 역시 장난감을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는데, 무려 바비 인형의 남자 친구로 알려져 있는 켄을 드랙퀸으로 변신시켰다.


당신이 이미 드랙을 알고 있다면 세 작가의 사진들 속에 가득 담겨있는 드랙의 매력을 한껏 즐겨보기 위하여, 당신이 드랙을 잘 모른다면 드랙의 의미와 드랙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배워보기 위하여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드랙 퍼레이드 조직위원장

드랙 아티스트 허리케인 김치






전시정보


전시 제목 : Drag Us
전시 작가 : 강지헌 문영민 양승욱
전시 기간 : 2021. 08. 30(월) - 09. 5(일)
전시 장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1 2층 갤러리 아미디 신촌  
관람 시간 : 12:00 ~ 19:00



전시 소개


흔히 남장, 여장으로 여겨지는 드랙은 실상 젠더와 외면을 초월해 자신의 내면 속 자아를 겉으로 표현해내는 퀴어적 예술이다. 우리는 드랙 문화가 한국에서 퀴어 니스를 잃지 않음과 동시에 주류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길 고대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문영민, 찰리(2021)


문영민은 다채로운 자세와 분장으로 내면이 투영된 이미지를 뿜어내는 드랙 아티스트를 일종의 ‘스테이지’인 스튜디오에서 담아내었다. 피사체와의 소통과 드랙 아티스트 스스로에 대한 주체적인 표현법이 결합해 그의 사진에는 드랙 아티스트가 원하던 퀴어의 ‘결정적 순간’이 담겨있다.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건물을 보는 것 같다.


반면 강지헌의 사진은 마치 천막 내지 가건물과 같다. 드랙의 ‘수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퍼포먼스’다. 젠더에 대한 교란을 야기하는 메이크업에 더해 교란과 맥을 같이 하는 ‘행위’로서 드랙은 양식으로서 완성된다. 그러한 행위 중에는 스테이지 위 공연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프레임이 이어지는 현장 및 영상은 아니지만 나는 그것들의 역동성과 전유를 최대한 사진에 담아보려 노력했다. 어떤 설계도 예측도 없이 드랙 아티스트의 즉흥적 행위와 외부적 요인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사진이지만 그는 그럼에도 그런 ‘날 것’의 이미지도 드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양승욱은 장난감을 이용해 드랙 문화를 표현하였다. 메이크업 애플리케이션으로 켄 인형을 드랙퀸으로 바꿔보았다. 이를 통해 바비 인형의 남자 친구로 고정되어 있던 켄의 정체성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키고자 했다. 또한 생애주기 초기에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성에게 심어주는데 일조했던 바비 인형 시리즈를 비틂으로써 그는 우리의 유년기 뿌리를 건든 셈이다. 드랙을 통한 젠더 흔들기는 결코 비청 소년만의, ‘어른’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태초부터 드랙일 수도 있다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만만,어디에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