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에로의 욕망 : 순응자

by Wenza

거장 베르나드로 베르톨루치 감독, 사실 잘 모릅니다.

검색해보곤 아! <마지막 황제>!!

제가 사람 이름을 잘 기억을 잘 못하는 게 원망스럽네요.

이 날 오후에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를 보게 됐는데요.

절묘하게 비슷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건 '평범'이라는 거예요. 돌연변이의 박구도 평범하길 원합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려고 하는 거죠. <순응자>도 동일하다고 생각되네요.

순응자 포스터가 정말 마르첼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첼로의 절친인 콜레넬로의 대사에서 알 수 있죠.


모두는 평범해지려 하지 않는데, 자네만 평범하려고 하는구먼.


마르첼로는 파시스트예요. 자신의 신념을 따라 된 파시스트가 된 것이 아닌, 안정에 대한 욕망으로.

아버지가 없이 어린 시절에 많은 고충과 상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파시스트이자 킬러인 망가니엘로와 어머니의 집에 도착한 뒤의 대화에서

마르첼로는 자신이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감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 돌리고 있어요.


어릴 때의 마르첼로는 왕따였습니다. 경찰 리노가 그를 아이들에게서 구해주죠.

리노와 마르첼로는 함께 경치 좋은 언덕에 오르죠.

어쩌면 마르첼로에게 첫 친구였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마르첼로가 평범할 수 있는 시작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첫 친구였던 리노는 동성애자였고,

리노는 자신의 삶의 무게를 못 이겨 13살인 마르첼로에게 총을 쥐어줍니다.

마르첼로를 애무했고, 자신을 죽여달라 요청합니다.


사춘기 시절의 따돌림의 경험과

첫 친구가 동성애자에 살인 요청이라뇨?

그에게는 모든 것이 원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 과거 스토리가 나온 이유는 줄리아와의 결혼 전의 고해성사 때문이었어요.

줄리아에게 마르첼로는 말합니다.


"나는 신같은 거 안 믿어. 난 유물론자잖아"


그러나 줄리아는 말하죠.

"교회 다니는 사람 90%는 안 믿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하니까 하는 거죠 뭐"


이 말에 마르첼로는 고해성사를 하게 됩니다.

이 또한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서예요.

마르첼로는 평범한 모두와 같아지고 싶어 합니다.

그가 파시스트가 된 이유도 동일합니다.


파시스트인 마르첼로는 살인청부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반파시즘인 콰드리 교수를 만나러 파리로 갑니다.

그러나 콰드리 교수의 아내였던 안나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제가 볼 땐 이성적으로 끌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녔을까요?

갈대처럼 흔들리고, 뿌리 없이 불안한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대담하고 굳건한 안나의 모습 말입니다.


안나의 첫 등장도 인상 깊습니다.

마르첼로는 콰드로 교수의 집에 찾아가는데,

문이 열려있죠. 큰 개가 마르첼로 부부 앞에서 들이댑니다.

줄리아는 도망가고 마르첼로는 당황했지만, 아닌 척하죠.

그러자 안나가 등장합니다.


"많이 놀랐죠?"

"아니오. 난 놀라지 않았소"


그리고 부부와 안나는 로비에 앉는데, 마치 안나의 앉은 모습에서 남성미가 넘칩니다.

안나라는 캐릭터는 직관성을 갖고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꿰뚫어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마르첼로는 어려서부터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리노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죠.

그런데 안나에게 꿰뚫림 당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안나와 줄리아가 쇼핑 중에 말합니다.


"줄리아, 남편과는 잠자리는 했어요?"



어쩌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대사겠지만, 안나는 마르첼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마르첼로는 결국 교수를 죽이는 임무를 실패합니다. 그리고 망가니엘로에게 인계됩니다.

이 장면도 인상적인데, 마르첼로는 겁에 질려있습니다. 망가니엘로에게 말할 때도 떨고 있고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죠. 망가니엘로에게 권총을 건네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총은 내게 무겁고, 사용법도 몰라서 번거롭기만 해"


구차하죠. 변명뿐입니다. 마르첼로는 그래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마르첼로에게 큰 사건이 생기는데, 무솔리니 정권의 몰락입니다.

그에게 평범함의 시작이었던 파시즘이 무너집니다.

마르첼로는 불안을 감춥니다. 여기서의 섬세한 감정연기는 가슴이 벅차기까지 해요.

줄리아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남편에게 말합니다.


"조심하세요."


그러자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와 같이 말해요.


다른 사람처럼 나같이 행동하면 되지


친구인 콜로넬로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죠. 그와 항상 함께 했었고, 아픔과 기쁨을 공유하는 사이

말 그대로 친구입니다. 그와 함께 혁명단들의 눈을 피해 큰길이 아닌 좁은 골목길로 거닐고 있어요.

그런데 골목길 계단에서 두 거지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리노


13살 때 자신의 평범함의 시작일 수 있었던 친구였고 사랑이었던

그의 멱살을 잡습니다. 그리고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해요.

평범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그렇게 무너지게 됩니다.


리노를 향하여 "이 사람이 파시스트이고, 저 사람이 살인자다!!"


콜로넬로는 말리죠. 그러자 마르첼로는 콜로넬로를 향해 말합니다.

"이 사람도 파시스트야!" 그리고 그 자리를 뜹니다.



근데 참 재밌는 건, 자리를 뜨고

리노와 함께 있었던 한 남자 거지 옆에서 불을 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는데요.

마치 마르첼로의 모습이 감옥에 갇혀있는 듯하게 보입니다.

벗어나려 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겁쟁이의 눈빛.

평범해질 수 없다는 절망일까요?


아니면 친구와 리노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울 만큼의 질긴 의지일까요?

뿌리 없이 떠다니는 순응자의 모습을 묘사하는 섬세한 연출과

영화 내내 있는 불안감은 약 50년의 시간의 텀을 넘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인간 본연의 불안감일까요? 내면의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됐습니다.

정상이고 싶어 하는 순응자의 모습은 갈피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할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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