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만화《시빌 워》와 내용이 다르다. 최근의 DC코믹스의《배트맨 v슈퍼맨》은 평화의 수호자였던 슈퍼맨이 결코 모두를 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슈퍼히어로의 한계성을 다뤘다. 그러나 선과 악의 구도에 대해 전혀 변함이 없었고, 결국 앞서 문제를 제시했던 소수의 피해를 더욱 강화시킨 결과를 만들었다. 본 영화《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또한 동일한 과제를 갖고 있다. (본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갈등관계가 그려지고 있는데, 이런 갈등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와 어벤저스 시리즈를 숙지하길 바란다.)
마블사의 슈퍼히어로물은 이미 전 세계를 사로잡았고, 본 영화의 사전 예매율은 약 95%를 육박하고 있다. 이는 마블사가 보여줬던 작은 블록들이 하나 둘 자리 잡아 커다란 구조물을 만듦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앞서 개봉했던 DC코믹스의《배트맨 v슈퍼맨》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을 게다.
시빌 워의 내용은 간단하게 이렇다. 슈퍼 히어로들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비롯된 민간인들의 피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어벤저스를 UN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 기존의 국경과 불법적 행동을 제한하려 하고,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의 갈등을 그려낸다. 여기서 찬성의 입장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이고, 반대는 캡틴 아메리카 스티븐 로저스다.
토니의 입장은 "슈퍼 히어로들의 능력 활용에 대한 불신"이다. 슈퍼히어로라 해도 그들은 근본적으로 사람이다. 사람의 선택은 수도 없이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토니스럽다. 최소의 피해를 위해 최소를 제한하는 것. 그의 모든 행동은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오만함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스티브의 정체성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보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그는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이었다. 《어벤저스》에서도 그는 국가의 충성하는 군인이었으나,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는 쉴드 안의 히드라 세력이 잠입해 있는 것을 확신하고, 그는 더 이상 고정된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세 번째 시리즈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굳어진 관료제로부터 벗어나는 스티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말한 《배트맨 v슈퍼맨》은 플롯 구성이 길고 너무 진지했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게 만든다. 그러나 본 영화에서는 플롯의 길이가 적당하게 연출되었고, 액션과 정적인 장면을 잘 배치해서 영화를 집중할 수 있도록 긴장과 완화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팀 캡틴과 팀 아이언맨에 개그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 배치를 균형감 있게 잘 표현했고, 스파이더맨의 수다스러움은 영화를 보면서 시간이 지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까지 들게 한다.
한편으론 스타크의 장난스러움이 줄어들어 아쉬운 면도 있었다. 그가 생각했던 세상은 단순했었다. 그러나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리더로서의 책임감으로 인한 진지함이라 생각된다. 그 시작은 슈퍼히어로의 평화를 위한 싸움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호소 때문이다. 더 이상 슈퍼히어로는 평화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평화를 뜻하는 헤브라이어 샬롬 Shalom 은 신 안에 있는 평화를 말한다. 이는 주변 환경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신인합일의 평화를 말한다. 그러나 샬롬이라는 표현이 고대 그리스어 에이레네 eirene 로 번역된다. 여기에서 헤브라이어에서 의미하는 평화가 왜곡되는데, "전쟁이 없는 상태", "갈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후에 라틴어로 번역될 때, 팍스 PAX 라는 평화를 말하는 단어로 번역된다. 그러나 로마제국에게 있어서 '팍스'는 힘으로 지배하는 평화를 의미한다. 이는 강제적인 평화이며, 상대에 대해 알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노출하지 않는 권위의 평화를 말한다.
이 팍스의 평화는《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캡틴이 겪어왔던 평화다. 그가 경험한 세계에서 정의는 관료제 안에서 유지되지 않는다. 평화와 만족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평화를 위해 싸우는가? 자기 스스로를 위해 싸우는가? 누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가?
이유 모를 불행에 우리는 신에게 분노하거나 책임을 묻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의 여진은 슈퍼 히어로들에게 분노하고 책임을 묻는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했으며, 무엇 때문에 능력자가 되었는가? 원하지 않은 이유 모를 불행은 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