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신께 맡긴다 : 레버넌트

영화의 묵시록

by Wenza

묵시라는 표현은 종교적인 표현인데, 성서 안에 BC200~AD200 사이에 유행했던 유대 전통의 문학 장르 중 하나다. 종교 문헌이다 보니, 묵시라는 표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가진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묵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묵시문학의 특징 때문이다. 묵시문학의 특징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그중에 현실에 대한 비관성이 있다. 이는 유대 민족이 제국의 힘 아래에 복종하며, 착취당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이다. 동시에 현실에 대한 심판, 즉 임박한 종말론이 있다. 임박한 종말론이라 함은 앞으로 메시아가 이 땅에 강림해 제국을 뒤집어 세상에 대한 심판할 것이라는 소망과 믿음을 말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묵시록이 과거의 사건들을 꺼내어 기존의 악(惡)의 존재를 심판하고, 좋은 세계를 구현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가 내게 그러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SSI_20160229141745.jpg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들 아시는 듯이 레오는 아카데미 수상과는 계속 엇나가고 있었다. 이번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그런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더더욱 많았는데, 그의 수상 소감도 주목받았다.

기후 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인류와 동물을 위협하는 가장 긴급한 위협이며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범하는 거대 기업을 위한 지도자가 아닌 전 인류와 원주민, 생태 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혜택 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우리 자녀들의 아이들,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에 의해 목소리를 내지 못한 분들, 이런 분들을 대변하는 지도자를 지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맙시다. 저 또한 이 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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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라 말하기에는 시대 배경이 암울한데, 19세기 초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화하는 과정을 생각하고 보시면 더욱 의미 있다. 물론 유럽에서 폭력적인 사람들만 오지는 않았는데, 앞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리뷰에서 언급했던 제임스 1세의 폭정을 못 이겨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난 이들도 많았고, 그중에 청교도들도 많았다.


사업가들도 많이 오게 됐는데, 이들은 군대와 함께 움직이고, 사업의 이익을 위해 원주민들을 학살하기도 했다. 더불어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아메리카 대륙에 데려오면서 많은 흑인들이 배에서 죽게 된다. 이 과정 속에 질병이 면역력이 약한 인디언들에게 옮기게 되고, 인디언들과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파괴에 아주 큰 공을 세운 것이 유럽인들인 거다.


본 영화에서 프랑스 사냥꾼들과 인디언들의 거래 중에 있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


"가죽을 가져왔으니 말과 무기를 주게"
"말은 안 된다고 했잖아. 어이! 거기 말 훔쳐가지 않게 해!"
그러자 인디언 투장이 말합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가져갔잖아. 말과 땅.. 모든 걸"


이렇듯 미국이라는 국가는 성서 위에서 세워졌으나 이 내면에는 수많은 인디언들과 동물과 자연들이 파괴되었고, 노예로 부려지던 흑인들도 죽어갔다. 이 근간에는 '제국주의'라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본 영화 속에서 글라스(레오)를 구해준 인디언이 그에게 한 말이 있다. 그 대사가 영화를 끝맺고 있으니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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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신께 맡긴다"


글래스는 피츠 제럴드에게 복수를 하고, 인디언의 조언에 직접 죽이지 않는다. 그리고 강 건너편의 인디언이 죽인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인디언들이 글래스를 보고 지나친다는 사실이다. 연민이었을까? "복수는 신께 맡기는 행위"일 거다. 그 후의 레오의 카메라를 직시하는 장면은 우리와의 교감처럼 느껴지는 데, 마치 영화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가 기억나는 장면이다.


영화《더그레이》에서 한 마을에서 늑대를 쫓아내는 사냥꾼이었는데, 마을을 떠나 비행하는 도중 추락해서 온통 눈으로 가득한 곳에서 늑대와의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래 사람이 살던 곳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늑대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인간이 주인 노릇을 했던 오만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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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빼앗아 간 것으로 권리와 명예를 말하는 인간의 이기심, 웅장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로서의 인간.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인간의 분노로 가득 찬 복수의 권한을 신에게 돌림으로서 인간 스스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을 일깨워주는 영화라고 본다. 다시 말하면 복수의 권한을 신에게 인계함으로써 제국주의의 폭력성과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선언인 게다. 글래스의 목숨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화가 보여주는 처절한 세상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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