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현 감독은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서 유명한데, 그의 첫 작품은 웹툰 작가 강풀 원작인 《26년》인데, '그 사람'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다. 그 이후로 최근의 작품은 영화《봄》이다. '봄'이라 하면 우리는 다양한 느낌이 받는다. 산뜻함, 생명, 시작과 같이 긍정적인 이미지. '봄'이라는 계절은 우리에게 밝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배경은 척박했던 전쟁 후인 1960년 말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면서 신선한 배우를 겪게 되는데, 신인 배우 이유영이다. 요즘 대세라고 불릴만한 한예종 출신에 박소담, 김고은과 동창이라고 하더라. 이유영은 특유의 순수한 이미지를 본 영화 속에서 잘 그려냈다. 또한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했는데, 여우주연상으로 배우 이유영이 받게 됐고, 촬영상도 받았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은 간단히 이렇다. 당시 최고의 조각가인 준구(박용우)는 아내 정숙(김서형)과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준구는 지병으로 인해 조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남았던 정숙은 남편이 조각을 계속 함으로써 행복하길 바랐다. 그 과정에서 식당에서 구박받는 민경(이유영)을 보게 되고, 누드모델로 고용하게 된다.
영화의 구조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다.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괴리가 그득하다. 누구는 생계에 목숨을 걸고, 누구는 예술에 목숨을 걸고. 교회에서 쌀을 나눠주는 장면이 정숙과 민경의 첫 만남이었는데, 민경은 쌀을 두 번 받으려고 몰래 섰지만, 그 모습을 앎에도 정숙은 연민을 갖고 한 번 더 주게 된다.
두 번째 만남은 식당에서 민경이 구박받고 있는 장면인데, 여기서 정숙은 민경에게 말한다.
"여기서 일하고 얼마나 받아요?"
"500원이요."
"그럼 내가 5000원 줄테니까, 나랑 일할래요?"
민경에게 고통스레 버는 500원이 너무나도 쉽게 열 배로 불어난다. 부유층과 빈곤층이 엮이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고용'인 거다. 민경은 모델일을 하면서, 맞고 살았던 가정에서 억눌렸던 감정이 개방된다. 자신의 몸으로 만들어지는 조각을 보면서, 그리고 처음으로 사람다움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민경은 집에 들어가면, 폭군 같은 남편 군수가 기다리고 있는데, 군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인물이다. 돈과 섹스가 가치의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이며, 매우 폭력적이다. 항상 집에 들어가면, 민경은 군수에게 마구잡이로 맞는다. 그렇기에 민경의 도피처는 준구의 작업실이 된다. 그곳에서 배려와 친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민경에게 사람다움을 느끼게 한다.
요새 행복합니다. 선생님
미술감독인 조근현 감독이 연출이라 화면 연출과 색채가 굉장히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준구와 정숙, 민경에게 각자 다른 의미로 봄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준구에게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삶의 흔적에 있다는 것이었고, 정숙에게는 준구의 활기였을 수도 있겠다. 민경에게는 자신이란 존재가 남에게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계급구조를 명확히 보여주고, 민경의 순응하는 태도와 정숙의 연민의 태도의 두 가지 양상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누구에게나 겨울이라는 시련의 세월을 있으며, 겨울이라는 계절을 잘 견디고 딛고 일어서면 '봄'이라는 따듯함이 올 거라는 메시지.
내가 생각을 너무 많은 걸까?
그래도 단순하고 급작스레 마무리지어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