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함에 있어서 우리는 물건이나 장소를 통해 과거를 경험한다. 나는 어린 시절을 서대문구 북아현동이라는 시장 골목에서 자라왔다. 지금은 재개발로 아파트와 넓은 도로들도 바뀌고 있고, 내 기억 안에서 영원히 남을 거다. 누구든지 과거의 시절을 떠오를 때가 있다. 물론 현실에 대한 불안정을 반영하기도 할 것이고, 어쩌면 현실에 대한 행복감이 결여된 탓도 있겠다.
최근의 영화 《베스트 오퍼》를 보고,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가 보게 된 영화《시네마 천국》. 옛 영화, 옛 이라는 표현은 묘하게도 따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작은 마을에 있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작은 극장에서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그의 제자 토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마을에서 극장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모여 함께 웃으며, 문화의 공간이자 행복의 공간이다. 우리네 문화 속에서 무당의 굿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들에게 극장은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장소이기도 하며,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극장은 불에 탔고, 알프레도는 빛을 잃게 된다. 그 후 토토는 알프레도의 자리에 서게 된다.
새로운 시네마 파라디소에서 일하게 된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마음을 담아 말한다.
너는 이 마을에 갇혀 지내는 인생을 살면 안 돼, 로마로 나가서 네 꿈을 펼쳐라.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마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토토는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어 돌아온다. 알프레도의 장례에 맞춰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고향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시네마 파라디소는 TV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잃게 되어 철거하게 된다. 많은 이들은 그곳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극장의 최후를 보게 된다.
알프레도는 죽기 전에 토토에게 선물을 남기는데, 귀한 선물의 정체는 당시에 삭제되었던 필름들이다. 영화 말미에 토토는 필름을 복원해서 영화를 보게 된다. 수없이 많은 사랑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의 기억처럼 말이다. 어쩌면 알프레도의 기억을 직면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장면이 뭉클한 걸지도.
우리에게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기억 속 무언가가 있다. 과거에 매여 살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과거를 통해 현재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내게 영화 《시네마 천국》은 행복으로 다가온다.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축복. 더불어 영화 음악이 주는 따뜻함 그리고 안락함.
우리네 영화는 자극적이고, 빠른 연출에 익숙해있다. 어쩌면 우리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옛 '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우리는 한 없이 쉬고 싶은 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