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만 남은 인간은 좀비와 다를 것이 없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고등학교 때 애니메이션 담당 선생님을 통해 만나게 됐다. 당시 봤었던 《지옥 : 두 개의 삶》은 굉장히 그로테스틱하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 지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냈다. 굉장히 어둡고 자극적인 작품이었는데, 그의 이름은 내게 어둡고 잔인하게 다가왔다.
그의 영화는 《사이비》,《돼지의 왕》처럼 현실의 잔혹함과 인간의 악마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악마성은 지금 당장의 삶을 통해 사람을 짓밟고 일어나는 사회 체제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영화 《부산행》은 한 기업에서 유출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이어지면서 좀비화 된다. 어쩌면 한국의 좀비물 중 대표작으로 남을 영화가 아닌가 싶다.
펀드매니저인 석우는 딸 수안과 이혼하기로 한 엄마에게 데려다주러 부산행 KTX를 타게 된다. 그 안에 한 명의 감염자가 부산까지 가는 길 속에서 감염자가 부산행 기차를 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의 사투. 폐쇄된 공간 속에서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생존을 위한 간접적 살인들이 가득하다. 간접적 살인이란 이기심으로 인한 타인의 죽음을 의미한다.
열차 속의 혼란과 타인의 죽음보다 개인의 삶을 더 우선시하는 잔인하지만 현실적인 그림은 보는 이가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내가 저 열차 속에 있다면, 저들과 달랐을까? 수없이 지나가는 좀비들과 그들의 목숨을 건 도피는 결국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동행함으로 함께 살아감을 거부하고, 개인의 삶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또 다른 감염자를 만든다.
우리네 사회는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누군가 시험에 붙는다면, 누군가는 시험에 떨어지는 것처럼. 그 시험으로 사람의 가치가 정해지는 구조. 악마적이면서, 동시에 자연스럽다. 본 영화는 자본과 권력을 떠난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의 날 것 그 자체를 그린다.
연상호, 그의 첫 실물 영화는 우리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보니, 모든 연출 속에 재미있는 장면들이 있다. 곧 영화 《부산행》의 속편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