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를 즐겨라 : 아메리칸 셰프

천천히 먹어, 그건 네 생애 처음 느끼는 맛이니까.

by Wenza

내 주변 사람들보다 영화를 많이 보고, 리뷰까지 부지런히 쓰는 데도 누군가가 내게 "인생영화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쉽게 답하지 못했다. 물론 워낙 좋은 기억의 영화가 많아서 일 수도 있겠다. 대학 공부하던 때에 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영화는 단지 오락일 뿐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고, 그 자체를 즐겨라"


매트릭스 시리즈를 분석하라는 과제 제출 후에 들었던 말이니, 학생으로서는 영 타이밍이 좋지 않은 말이었다. 필자는 온갖 고민을 하면서, 당시 철학적으로 영화를 분석했던 슬라보예 지젝의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라는 책까지 뒤져보면서 리포트를 작성했기에. 교수님의 말씀은 내게 청천벽력과 같은 말씀이었다. 그때 기억이 꽤나 자극적이었는지, 영화를 볼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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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를 즐길 것인가? 영화를 남길 것인가?

영화를 남기고 싶은 욕망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거다. 나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고 싶은 욕망, 발견되지 않은 사유의 공간. 어쩌면 새롭게 이해되는 사유의 공간. 나를 자유롭게 하면서도 나를 제한하는 변태적 글쓰기.

대부분의 남겼던 영화들은 내게 다양하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을 던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자본주의나 현실 사회 속에서 이뤄지는 모순이나 형이상학적 환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그렇다고 필자가 영화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아마도) 기록하지 않은 영화까지 생각하면, 꽤나 될 거다.(쓰기 귀찮거나 쓸 가치를 못 느낄 때도 있었다.) 아무튼. 내게 인생 영화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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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칼 캐스퍼는 한 번도 실수 없었던 일류 셰프다. 그러나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항상 쫓기듯이 요리를 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보다 일이 우선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는 이혼하고, 아들과는 서로 간의 소통이 되지 않는다. 마음은 있으나 몸이 따라가지 않는 상황. 결국 그가 일하던 레스토랑의 주인 라바와의 갈등으로 인해 유명 비평가에게 혹평과 동시에 해고를 당한다. 인생 최악의 사건을 한 순간에 당하게 된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의 옛 아내 이네즈의 푸드 트럭 제안으로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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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신중하기도 하면서 소심하기도 하다. 주변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도 잊지 못한다. 이런 면이 내게 영화 리뷰를 쓰게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를 누려야 할 때를 놓치게 하곤 한다. 그 자체를 누리는 행복, 본 영화는 내게 그 행복감을 알게 한다. (그렇기에 더욱 기록하기 어려운 영화다.) 칼이 아들 퍼시에게 뉴올리언스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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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먹어, 그건 네 생애 처음 느끼는 맛이니까"


영화는 유쾌하다. 음악에서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쿨하다. 예전에 쿠바 샌드위치에 반해서 이태원으로 쿠바 샌드위치 하나 먹으러 달려간 적이 기억난다. 쿠바 샌드위치,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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