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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za Aug 21. 2016

우린 과정 속에 있다 : 터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결과보다 과정이란 말, 우리는 위로의 말로 종종 듣는다. 영화《터널》이 가지고 있는 이름의 힘도 그렇다. 터널이란 무언가를 지나는 과정을 상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터널은 남 다르다. 계획은 무의미하고, 욕망만 남아 모난 터널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갇힌 열심히 사는 한 가정의 가장 정수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독과 싸우고 있다.



이 사회는 결과만을 주목한다. 그렇기에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오염은 필연적으로 주목되지 않는다. 우리네 삶 속에 그득한 오염은 결과라는 명확한 이름으로 덮인다.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라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더불어 결과가 좋다는 것은 과정이 옳다는 과오를 범한다. 이는 '결과'라는 가치가 지닌 잔인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영화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언론과 관료제가 갖고 있는 우스운 꼴을 그려내지만, 관객들의 웃음은 쓰다. 혹자들이 본 영화를 보며 세월호가 떠올랐다고 말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만, 재난에 대처하는 관료들의 대처를 미리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고, 정수의 모습이 마치 세월호 피해자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니까.



그러나 우리가 비극적인 과정 속에서도 의자를 뜨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절망적인 터널 속에서 함께 살려하는 정수의 모습, 구조대장 대경의 사명감,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최반장. 세상에선 우리 목숨은 돈의 무게로 정해지는 냉랭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는 정직함이라는 희망이 시간을 붙들게 한다.



영화를 보고 우리에게 결과는 말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좌절하지 말라. 우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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