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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nza Aug 18. 2016

귀를 기울이면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사실 관계는 다른 것을 설명해주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에게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것이 있나? 물론 있을 거다. 어쩌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시대마다 다른 고백을 담고 있다. 영화 《앙:단팥 인생 이야기》에서 도쿠에씨에게도 그런 면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시대에서는 호오의 기준이 명확히 존재한다. 물론 부분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토쿠에 씨에게는 호오의 기준이 존중되지 못했다. 그녀에게 "꼭 해보고 싶은 일"이란 도라야끼 가게 아르바이트였으니까.



나병이라 불린 한센병은 살이 문들어져, 문둥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코가 잘려나가기도 한다. 도쿠에씨에게 한센병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록도에 한센인들을 격리시켰던 것처럼, 일본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혐오의 대상이었고,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성서에서도 나병을 전염성 불치병으로 묘사한다. 더불어 당시에도 다르지 않게 격리시켜 관리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현재 한센병은 상처부위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함께 있는 것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는 격리시키는 공적인 행위를 없애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었다.그러나 사실관계는 혐오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순간 혐오의 감정은 폭발한다.



센타로는 도라야끼 가게를 하고 있다. 수입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그럭저럭 유지하는 중이다. 어느 날 수상한 할머니가 들어와 아르바이트할 수 없겠냐고 말하지만, 센타로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할머니는 다시 찾아온다. 이번엔 수상한 선물과 함께. 선물은 단팥이었고, 그 단팥 속에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앙꼬 없는 찐빵"이란 말, 우리는 종종 사용한다. 겉은 멀쩡한 데 중요한 게 빠져있다는 의미다. 이 영화는 앙꼬 없는 찐빵에 앙꼬를 채워 넣는다. 무엇에 대한 염원은 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의지다. 센타로에게 앙꼬는 살아볼 의지를 주는 마음이었다.



남에게 빚만 지고 살아왔던 그에게, 뭘 하든 잘 안되었던 그에게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담아 준 거다. 도쿠에 씨는 수도 없이 귀를 기울인다. 새와 나무, 팥에게도. 영화가 끝날 즈음에 도쿠에 씨가 센타로의 마음을 충분히 들었음을 알게 될 거다. 그리고 센타로가 도쿠에 씨의 마음을 충분히 들었다는 것도.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마음을 살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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