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상흔과 책임 : 밀정

영화 속의 통쾌함은 우리에게 씁쓸하게 다가온다

by Wenza

독일의 유대 홀로코스트의 어둔 역사를 통해 유대인들의 상흔들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일제시대의 상흔이 깊게 남아 있다. 제국주의의 상반된 나라의 태도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앞선 글 중에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처럼 우리에게 역사의 상흔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독일은 역사의 과오를 통해 반성과 책임의 태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현 우리나라의 태도는 어떠한가? 최근에는 일제의 아픔을 그린 영화 《귀향》은 우리의 안일함을 지적해주는 귀한 매체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예술과 문화운동으로 옳음과 책임에 대한 호소는 확장되는 듯했지만, 그 또한 시시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개돼지들의 소리는 차단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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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은 본 영화를 통해 스파이 장르적 쾌감과 의열단과 조선인 일본 경찰 사이의 긴장감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중 스파이 영화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중 스파이라는 것 자체는 반전을 품고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에,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시간은 어느새 잊혀진다. 그리고 최후 승자의 통쾌함을 관객은 선물로 받는 거다.


영화 속 하시모토 역을 맡은 배우 엄태구는 배역을 참 잘 잡는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잉투기》나 《차이나》에서도 뭔가 찌질한 것 같지만 허세가 있어서, 큰 이익을 못 잡는 그저 그런 사람. 주관적으로 극 중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시 엄태구의 하시모토는 아마 관객에게 잔뜩 새겨졌을 거다. 비열함과 잔인함. 특유의 거칠고 낮은 목소리. 그리고 한 대 때리고 싶는 욕구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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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상흔을 담은 영화를 보고, 극 속의 악역에게 복수와 통쾌함을 볼 때마다 나는 씁쓸함을 숨길 수 없었다. 역사의 아픔을 견뎌내서 현재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살았던 선조들의 노력에 대한, 그들의 아픔에 대한 책임을 국가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극은 우린 무시할 수 없다.


b4a476d28554f2df852d63b0361242b7afea7240.jpg 영화 속 인물들이 다 미남이라, 좀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가적 관계를 위해 일제시대 때의 일본의 만행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를 비극적 무 공감성으로 진행시키고, 아베 총리는 10억 엔 값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그리고 국가는 "한일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자"라고 한다.


밀정, 진실은 모호하고 상상은 가득하다. 과거의 일제시대의 현대판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이때, 나는 단순한 키보드워리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한없이 나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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