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그립다 : 춘몽

꿈처럼 가끔 들렸다가 사라지겠지

by Wenza

영화《경주》로 알게 된 감독 장률의 영화《춘몽》, 그의 영화는 극의 배경이 주는 의미가 색다르다. 경주에서는 무덤의 도시라는 은유적 배경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일상을 통해 추함과 즐거움을 보여준 한 편, 본 영화에서는 재개발 예정지인 수색동에서 비주류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아련하게 그린다.



춘몽春夢, 봄날에 꾸는 달콤한 꿈. 있는 듯 없는 듯 포근함만이 가득한 행복감으로 만족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재개발 예정지인 수색동의 고향주막에는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한 여자, 예리는 중국에서 살다가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아버지는 왠지 모를 병으로 전신 마비가 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모시면서 주막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집주인 종빈은 간질 환자에 건물 말곤 없는 무능력한 놈이다. 정범은 탈북해서 공장에서 일하다가 조울증 때문에 무단해고와 급여를 받지 못한 놈이다. 마지막으로 익준은 왕년에 건달이었고, 지금은 백수에 불과한 놈이다. 이 네 명은 각 자의 꿈을 꾸고 있다.



꿈은 흑백으로 기억된다고 하던가? 영화는 흑백으로 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자체가 꿈인 것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한다. 더불어 인물들이 행복함을 꿈꾸듯이 관객들도 스크린 속의 행복을 자유롭게 만끽한다. 극 속의 인물들은 서로의 꿈꾸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행복함과 이상을 바라며 꿈을 꾸는 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 꿈꾸는 자기의 모습이 현실과 맞닿았음을 느낄 때, 우리는 다시 현실의 자리로 돌아온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꿈을 꾸는 것도 사치라고 말할 때가 있다. 당장 살기도 어려운데, 이상론이니 행복이니... 애초에 우리에게 여유라는 것이 허용된 사회일까? 물론 자본이 축적되면, 여유조차도 살 수 있는 사회이긴 하다.



영화는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색을 입힌다. 꿈에서 현실로 바뀌는 순간,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그리움만이 가득하다. 영화는 꿈이 현실이었는지, 단지 각 자의 마음이었는지는 단정 짓지 않고 있다. 필자의 기억 속에 고향은 이제 재개발로 인해 다른 곳이 되어버렸다. 수색동도 이제 다른 곳이 되어버리는 준비 과정 속에 있다.


춘몽, 어쩌면 잊혀지지 않는 그들의 행복한 기억들은 이제 꿈처럼 가끔 들렀다가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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