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향한 욕망은 삶의 정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종말, 세상의 끝. 새로움은 사라지고, 오롯이 헌 것만 남은 상태를 말한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2027년 인간에게 불임이라는 시련이 찾아온다. 모든 인간은 순리대로 늙어가고, 세계 국가들은 정부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극단으로 치닫는 역사 속의 인간은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린다. 삶을 향한 욕망은 삶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모든 나라는 무정부 상태가 되었고, 슈퍼 에고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윤리적 잣대를 유지하게 했던 법과 제3의 눈들은 이제 사라진 상태다. 영화는 유일하게 군대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 영국에서 시작한다. 많은 불법 이민자들은 영국으로 몰리기 시작하고,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알고 있지만, 변화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하나의 국가가 전체를 포용해야 한다는 바람은 영화 속에 가득하다.
영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테오(클리프 오웬)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원인 모를 전 지구적 불임은 그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전 부인 줄리안(줄리안 모어) 사이에서 낳았던 아이는 죽었고, 자식을 위해 밝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그의 마음까지 좌절시켰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세상을 남기고 싶었던 많은 이들에게 후손이 끊긴다는 잔인한 현실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한다.
희망이 없다는 사실은 눈 앞의 충동에 눈을 잃게 한다.
모든 역사 속에는 항상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모든 종교는 종말에 대한 인간의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기독교는 종말 이후 즉 사후 세계의 구원을 말하기도 한다. 아니면 실존적인 종말을 말하며, 살아가는 곳을 하나님 나라로 만들자는 윤리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전자나 후자나 지금 당장의 현실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종말이 주는 의미는 마냥 두려움이 아닌 현실에 대한 대답이다. 테오는 오랜만에 만난 줄리안을 통해 인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임신한 여자 키(클레어 호프 애쉬티)를 만나게 된다. 또한 줄리안을 통해 인간 프로젝트를 듣게 됐고, 그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테오는 키와 함께 여정을 떠난다. 영화는 종말이라는 모든 희망이 좌절된 배경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그려낸다. 더불어 장장 12분간의 원 테이크 장면은 우리에게 몰입감을 더한다.
서로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르는 전쟁 속에서 테오와 키가 안고 있는 아기의 울음소리로 총성이 멎게 되는 장면이 있다. 불법 이민자들과 군인들은 새로운 희망을 보고, 경외심에 빠지게 된다. 이렇듯 희망은 전쟁조차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꺼지지 않는 불빛, 삶을 향한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