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운 빛 : 환상의 빛

상처는 흔적으로 남는다.

by Wenza

떠나고, 만나는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익숙함과 새로움은 삶과 죽음이란 이름으로 돌고 돌고 있다. 태어나고 사라지는 무한의 고리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해질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네 곳곳에 머물고 있다.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이 우리에게 넌지시 던지듯이 영화는 환상이라는 실재하지 않지만 보이는 무언가와 빛이라는 존재하지만 느껴지는 무언가를 영화 전반적으로 은은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어린 시절 유미코(에스미 마키코)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첫 번째로는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실종, 그리고 어릴 때 함께 자라왔던 남편 이쿠오(아사노 타다노부)의 이유 모를 죽음이었다. 그 후 그녀는 아이 유이치와 홀로 살다, 좋은 인연을 만나 재혼을 하게 된다. 새 남편인 타미오에게도 아이가 있었고, 유미코는 그의 고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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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상'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환상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이상성과 내면의 욕망은 사실 어디에 갖다 붙일 수 있는 만능의 단어이기에 그럴듯한 표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환상'만큼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인다. 환상은 오히려 이상성이 아닌 상흔으로 드러나고, 빛이라는 이미지를 오히려 어둠에 가리어 둠으로서 은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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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가리운 빛*이 드러나면, 새로운 시간이 다가온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억 속의 아픔들도, 가리운 빛이 드러나면 새살 돋은 것을 보이게 한다.


* '가리운' 이라는 표현은 '가린'이라는 표현이 바른 말이지만, 어감이 '가리운'이라는 표현이 어울려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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