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이후까지 우리는 한평생 일명 ‘줄 세우기’를 하며 살아간다. 성인이 되기 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도 성적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학생들을 비교하여 등수를 매기고, 그 등수에 따라 등급을 알려준다. 비교는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모로도 서로를 평가하며 경쟁한다. 그 외에도 통장의 숫자, 집의 크기, 옷의 가격 등을 견주어 본다. 그렇게 살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비교를 학습하고 내면화하게 된다.
‘줄 세우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이 습관적 비교가 보통 평가를 동반한다는 데 있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사람들은 유년 시절부터 삶에서 수많은 평가에 노출된다. 수준을 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은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이들을 보이지 않는 줄의 뒤에 세우고 무시한다. 나아가 열등한 사람은 무시당하기 때문에 우월해져야 한다고 우리를 압박한다. 사람들은 비교를 수없이 경험하고, 나쁜 평가를 받으면서 어떻게든 그 줄의 앞쪽에 속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줄의 앞에 서지 못한 사람은 패배자이자 인생의 낙오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SNS에 해외여행 사진, 새로 산 옷, 고급 음식점 후기를 올리는 친구들을 보며, 그들의 잘사는 모습과 내 불행을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SNS 팔로워 수에 집착하고, SNS에 잘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올려야 한다는 과시적 욕구를 갖기도 한다. 실제로 그 정도로 잘살고 있지 않더라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기 자신을 과장하여 전시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아들러에 따르면 과도하게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도 사실은 열등감에서부터 출발한다.
뒤처진 사람은 패배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 사람들은 열등감을 숨겨야 하는 감정으로 여기기 쉽다. 그들은 부족하다는 사실을 나쁜 것으로 이해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우월함에 집착하며, 열등감을 부정한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타인을 보고, ‘저 사람은 저렇게 당당하게 살고 있는데, 나는 열등감만 느끼고 한심하게 왜 이러는 걸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열등감마저 타인의 모습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실제로 SNS에서도 타인의 긍정적 삶의 모습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자신의 부정적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착각하여 부정적 정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부정적 정서들은 열등감을 없애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우월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등감을 꽁꽁 감춰버리거나 열등감을 없애려고 집착한다고 해서 그 열등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방법으로 관리되지 않고 숨겨진 열등감은 언제든지 열등 콤플렉스로 폭발할 위험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비교와 평가에 노출되어 우월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진 채로 열등감을 없애야 하는 자신의 치부로 여기는 태도는 열등감을 건강하게 다루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게 사회라는 외부 세계를 통해 내면의 열등감이 다루어질 때, 이 열등감은 열등 콤플렉스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