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한다. 열폭하지 마! 인터넷 댓글 창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온라인상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잘 모르는 표현일 수도 있다. 여기서 열폭은 ‘열등감 폭발’의 준말이다. 열등감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흥분하지 않는 상황에도 쉽게 화를 내는 모습을 비판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유명인의 뛰어난 능력을 칭찬하는 기사를 보고 해당 유명인을 질투하여 괜히 그 능력을 비난하고, 잘난 척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면서 욕하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에게 ‘열폭한다’라고 답글을 달아 응수해줄 수 있다.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의미하는 열등감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타인을 깎아내리는 악플부터 상대방을 질투하여 일으킨 범죄까지 사람들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의 원인으로 열등감을 지목하고는 한다. 신조어 열폭도 열등감으로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지적할 때 사용되는 부정적 표현이다. 이렇게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다 보면 열등감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이 열등감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들은 열등감만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열등감이 부정적 정서와 결합했을 때 일어난다.
<열등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을 보면 심리학자 아들러는 열등 콤플렉스는 비정상적인 열등감으로, 열등감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는 열등감의 감정이 과장된 상태를 열등 콤플렉스라고 했다. 열등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은 열등감을 변명과 회피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그 감정을 부정적이고 공격적으로 표출한다. 범죄자가 열등감을 범죄의 정당화 수단으로 삼고, 학생이 자신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공부해도 성적이 나쁠 것이라며 열등감을 핑계로 회피하고, 열등감 때문에 타인을 깎아내리는 게시물을 올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이들은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열등 콤플렉스에 빠져버린 것이다.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는 유사한 면도 있지만 서로 다른 용어이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남들에 비해 운동을 못한다고 느끼는 것과 남들보다 운동을 못해서 인생이 안 풀린다고 한탄하며 좋은 평가를 받은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열폭’이라는 말도 열등감이 과열되어 과장되게 흥분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로 결국 열등감보다는 열등 콤플렉스와 연관이 있다.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를 혼용하면 열등감을 못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열등감은 이른바 열폭하는 사람들에게나 생기는 특수한 감정이 아니기에, 열등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열등감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특히 SNS 등을 통해 주변 사람의 삶을 쉽게 접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타인과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자주 타인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열등감을 느낀다는 그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열등감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순간에 열등감을 느꼈는지, 어떻게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이 이야기들을 '열등감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