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이 불안은 애틋함입니다

by 쑥쑥쌤

유치원에 다닐 때도 아이는 하루를 혼자 보냈습니다. 아침에 보내고, 오후가 되면 다시 만났죠. 그런데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음이 더 흔들리는 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미 아이의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내고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초등학교'라는 말 앞에서는 마음이 조금 달라집니다.


유치원에서의 하루 역시 아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두고 비교적 자주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아이의 하루를 함께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시간에 완전히 손을 떼기 전, 아직은 곁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조금 달라집니다.


아이는 교실 안에서 더 많은 순간을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 줄을 서고, 규칙을 지키고, 친구와 부딪히는 장면 앞에서도 누가 대신 나서 주기보다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마음이 자꾸 앞서 갑니다. 아이를 믿지 않아서라기보다 아이가 혼자 겪게 될 순간들이 머릿속에 먼저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겪었던 학창 시절의 기억들, 그중에서도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장면들이 아이의 앞날과 겹쳐 떠오를 때 불안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특히 또래보다 체구가 작거나, 조용한 성격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 장면들은 더 구체적으로 떠오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필요할 때 자기 말을 꺼낼 수 있을지. 그런 순간들을 아이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쉽게 놓아두지 못하게 합니다.


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두려움에 가깝다기보다는 아이의 하루를 부모의 마음이 먼저 가 보게 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애틋함은 ‘애가 타는 듯이 깊고 절실한 마음’이라고 합니다.


초등 1학년 입학을 앞두고 느끼는 이 마음도 아이를 붙잡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아이 혼자 건너야 할 시간을 떠올릴수록 마음이 자꾸 먼저 가 보게 되는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아이가 잘 해낼 걸 알면서도 혹시 힘들지는 않을지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마음. 대신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먼저 헤아려 보게 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 불안은 조심스러움이고, 아이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마음이 먼저 가 보게 되는 애틋함입니다.


교실에서 만나는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은 부모가 미리 그려보던 장면과는 조금 다를 때가 많습니다.


요즘의 학교는 우리가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친절해졌고,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려 애쓰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1학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급식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면 1학년 아이들이 저를 발견하고 먼저 반갑게 인사합니다. “수석선생님!” 하고 부르며 손을 내밀고, 어떤 아이는 악수를 하고, 어떤 아이는 안기기도 합니다. 밥을 앞에 두고서도 인사하는 걸 잊지 않는 얼굴들입니다. 입학할 때를 떠올리면 아이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매번 새삼 느끼게 됩니다.


줄을 서다 웃음이 터지고, 사소한 일로 토라졌다가도 금세 다시 함께하는 모습들. 아이들은 어른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자기 자리를 조금씩 찾아갑니다.


초등 1학년 입학을 앞둔 부모의 이 마음은 걱정이 늘어서라기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 단계 깊어져 나타나는 애틋함입니다.


걱정한다고 해서 아이의 하루가 더 단단해지지는 않지만, 부모의 애틋함이 아이를 더 유심히 보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넘어갈 수 있는 장면과, 찬찬히 살펴봐야 할 순간을 구분하려 애쓰게 만드는 마음이니까요.


그런데 이 애틋함이 깊어질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또 다른 조급함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이 불안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괜찮아져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평안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럴까.

불안을 느끼는 것보다 불안을 느끼는 나 자신이 더 불안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불안을 없애려다 더 불안해지는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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