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불안을 없애려다 더 불안해질 때

by 쑥쑥쌤

초등 1학년, 입학을 앞두고


부모는 담대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에게 이제 학교에 다니는 형님이 되었다고 말하며 성숙한 학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괜찮을 거야. 다들 그렇게 지나왔어.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말들을 반복할수록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것보다 불안을 느끼는 내가 더 마음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을까. 이 정도는 넘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다른 부모들은 훨씬 담담해 보이는데.


그렇게 비교가 시작되면 불안은 조용히 모양을 바꿉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에서 부모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요.


요즘은 초등 1학년 입학을 위한 준비 정보도, 조언도 넘쳐납니다.


검색창에 '초등 입학', '초등 1학년'과 같은 문구를 몇 번만 입력하면 릴스도,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온통 '초등학교 1학년'에 관련된 자료와 광고를 쏟아냅니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 이 시기엔 이걸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러면 위험하다는 경고까지.


그 말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불안이 올라옵니다. 불안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이 묻고, 더 자주 확인하며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사실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이 불안한 기준 위에 서 있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초등학교의 생활을 일상으로 여기며 생활하는 저였지만 자녀의 입학을 앞둔 학부모로서의 저는 여느 부모들과 비슷했습니다. 첫째 아이가 1학년이 되던 해, 다른 부모들은 무엇을 준비하는지 궁금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심히 들여다봤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놓친 것 같은 게 자꾸 눈에 들어왔고, 다른 집 아이는 벌써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 이야기를 보면 괜히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에게 "학교 가면 이렇게 해야 돼" 하고 말하는 제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워져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를 위한다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저 자신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초등 1학년에 느끼는 부모의 불안은 관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없애야 할 감정이라기보다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책임 앞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필요한 건 불안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서는 연습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불안은 아이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하루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니까요.


불안을 느끼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불안을 잘 다루며 지내기 위해 이 불안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가고 있는지를 한 번 더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느낀 건, 불안이 많은 부모의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부모가 지나치게 담담해서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한참 뒤에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걱정하며 아이의 하루를 살피는 부모 곁에서 아이가 더 안정적으로 지내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이 커지는 순간에는 부모 마음속에 하나의 장면이 자리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고, 실패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무엇이든 잘 해내는 모습에 대한 그림입니다. 그 장면이 또렷할수록 현실의 작은 흔들림은 더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불안이 엄습하여 심하게 마음이 요동칠 때면 그 불안이 어떤 기대와 어떤 바람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불안을 안고서도 아이를 바라볼 수 있으려면 한 가지를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아이를 향해 있는지, 아니면 나를 향해 있는지.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전자는 아이를 보는 것이고, 후자는 나를 보는 것입니다.


불안이 느껴질 때 이 질문을 한 번 더 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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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찬찬히 살피는 동시에 부모 자신의 마음도 함께 살피는 일.


이 두 가지가 이 시기에는 함께 필요합니다.

아이만 괜찮아지길 바라기보다 부모의 마음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불안을 안고서도 부모가 가질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초등 1학년이라는 시기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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