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흔들릴 수 있는 용기

by 쑥쑥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늘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좋은 엄마가 될 거야."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냐는 얘기를 할 때도

나는 직업보다 가족, 성공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왕이면 딸과 아들 둘 다 있으면 좋겠다고.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그때의 나는 '좋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따뜻하고 완벽한 누군가를

상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진짜로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그런 사람은 애초에 없다는 걸.


나는 07년생 딸, 08년생 아들을 둔

연년생 엄마다.

첫째를 낳고 육아에 적응할 틈도 없이

둘째를 가졌다.

한 명을 재우면 한 명이 깨고,

겨우 잠든 아이가 동생 울음소리에 다시 깼다.

하루가 끝나면 내 시간은 없었고

내 마음도 없었다.

그냥 살아내는 게 전부였다.


첫째가 다섯 살 되던 해,

나는 처음으로 네 시간을 깨지 않고 잤다.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기쁨보다 낯섦이 먼저 왔다.

'내가 이렇게 잘 수 있었던 게 얼마 만이지?'

그 짧은 잠이 내게는 축복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깨달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건

더 많이 깨어 있는 게 아니라

지칠 때 잠시 멈출 줄 아는 거라는 걸.

끝까지 버티는 힘보다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가 더 필요하다는 걸.


나는 늘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근 시간엔 친정 부모님 도움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냈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육아에 전념했다.

어린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일에 소홀한 것도 싫었고,

맞벌이라는 이유로 육아를

소홀히 하는 것도 싫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매일 발버둥 쳤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적기 교육을 놓치지 않으려고

유아 발달 이론서와 부모 교육서를 읽었다.

퇴근 후에는 씻고, 밥을 급하게 먹고,

낮에 비었던 시간을 채우려고

다시 '질 높은 육아'에 뛰어들었다.

물감놀이, 비눗방울, 감각놀이,

교구 활동, 공간감각과 수감각,

언어 발달, 영어 노출까지.

하루의 끝엔 목소리가 갈라질 때까지

책을 읽어주다가 내가 먼저 잠들었다.


그 시절의 나는 정말 열심이었다.

근데 어느 날 문득,

그 열심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웃었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아이의 하루를 완성하느라

나의 하루를 비워냈던 거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가장 필요했던 건 더 많은 노력이 아니라

조금의 여유였다.

아이를 위한 완벽한 계획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짧은 시간이 더 중요했다.

좋은 엄마는 깨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숨을

돌볼 줄 아는 순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늘 앞만 봤다.

놓치지 않으려고, 뒤돌아볼 틈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배운 건

사람은 멈출 줄 알아야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멈춤을 처음 생각한 건

몸이 아프고 나서였다.

어느 날 문득,

몸이 "이제는 그만"이라고 말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멈춰버렸다.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얼마나 오래 나를 미뤄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괜찮다'는 말로

내 마음을 덮어왔는지를.

그 이후로 멈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예전엔 포기 같았던 멈춤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한 용기로 느껴졌다.


이제는 아이의 하루만큼

내 하루도 소중하게 챙기려 한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퇴근길 하늘을 올려다보는 짧은 순간에도

'지금, 나는 괜찮은가?' 묻는다.

그 물음 하나로 마음의 방향을 점검한다.


이제는 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아니라

나를 잃지 않고 살아내는 거라는 걸.

내가 나를 존중할 때,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불안할 때도 있고,

하루가 버거운 날도 있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안다.


아이들이 자라며 깨달았다.

이제는 돌보는 엄마가 아니라,

버텨주는 엄마,

곁에서 조용히 믿어주는 어른으로 남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오늘도 마음속에서 다짐한다.


괜찮아. 흔들려도 피어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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