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엄마가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엄마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이다.

by 쑥쑥쌤

엄마로서 쉬어가는 시간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직장은 쉬는 날이 있었고,
가사의 일은 잠시 미뤄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을 잠시라도 쉬는 건
마치 직무유기처럼 느껴졌다.


온종일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 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고 믿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가 아이에게 행복한 날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퇴근 후 아이를 만나면
그동안의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더 끈끈하게 지내려 애썼다.


인스턴트나 밀키트 식품은 되도록 먹이지 않았다.

너무 어릴 때부터 학원을 돌며
엄마를 기다리는 게 안쓰러워
엄마표 학습을 준비했고,
학습지 선생님이 오면
진도까지 내가 관리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자
각 학원의 커리큘럼을 비교하고,
진도를 점검하고,
다음 단계의 학원까지 ‘공부 로드맵’을 세웠다.


공부만이 다가 아니었다.
친구들과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했으면 좋겠고,
상처도 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운동도 잘하면 좋겠고…
그야말로 모든 영역에서
‘괜찮은 아이’가 되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보다
내 불안이 시킨 사랑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아이의 하루를 채우며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이름으로
나를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아이의 시간이 곧 나의 시간이었고,
아이의 기분이 나의 하루를 결정했다.
그래서 아이가 잠시 멈추면
나도 불안해졌다.
“이렇게 멈춰도 괜찮을까?”
“지금 쉬면 뒤처지는 건 아닐까?”


몸이 아팠던 그 시절 이후로
나는 멈춤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있다.
멈추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사랑하기 위한 준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일상 속에서 ‘쉬어가기’를 연습하고 있다.
매일 똑같이 바쁜 하루지만,
그 안에 나를 위한 숨을 한 칸 넣어둔다.
일의 속도와 마음의 속도를 맞추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조절하며

조금씩 숨 쉴 틈을 만들어간다.


예전의 나는
‘끝까지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오랫동안 곁에 남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쉬는 건 도망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다시 세우는 기술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쉬어가는 엄마가 결국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엄마다.

keyword
이전 03화좋은 엄마의 시작은 내 몸을 돌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