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에게 정말 주고 싶은 것

결과보다는 관계, 성취보다는 신뢰

by 쑥쑥쌤

아이를 키우며

나는 늘

“무엇을 더 해줘야 할까?”를 고민했다.

좋은 환경, 좋은 교육, 좋은 기회.
내가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주고 싶었다.
그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다.


시험이 끝난 날엔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함께 계획을 다시 세웠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격려라는 이름으로

나는 늘 무언가를 더 ‘했다’.


좋은 말을

선물하기 위해

나는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화가 나도, 속상해도, 실망스러워도
되도록 표정을 감추고 조용히 숨겼다.
그게 성숙한 엄마의 태도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초등 4학년이 된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눈으로 말하잖아.”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참는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눈빛과 공기

이미 말하고 있었다.
소리가 아닌

내가 머무는 마음의 온도

그대로 아이에게 닿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았다.
아이에게 전달되는 건
내가 ‘말한 내용’이 아니라
내가 ‘머물러 있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딸아이가

내 안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면

아들은

나에게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아들은 지금
빛이 잘 닿지 않는

자기만의 어둠 속을 지나고 있다.
처음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뭘 더 해줘야 할까.’
끝없이 원인을 찾고

해답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 어둠은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기 전
스스로를

단단히 세우는 시간이라는 걸.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어둠을

대신 밝혀주는 일이 아니라,
그 옆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일이었다.


요즘의 나는

결과를 묻지 않는다.
“오늘 어땠어?” 대신
“뭐 먹었어?” “저녁은 뭐 먹을까?”
평범한 대화를 건넨다.
그저

하루의 가장 자연스러운 자리에
내가 함께 있고 싶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밥 한 끼를 사이에 두고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조용한 일상이
우리 관계의 숨이 되어준다.


나는 여전히

‘주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제는

무엇을 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곁에 있느냐

배우고 있다.
무엇을 하자고 이끌기보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주는 일.

그 시간이 쌓여 마음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아이에게

정말 주고 싶은 것은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 한 마디를

아이 마음속에

조용히 심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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