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를 버린 자리에 남는 것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by 쑥쑥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자주 다짐한 말 중 하나가 있다.

“비교하지 말자.”
하지만 그 다짐은

늘 쉽게 무너졌다.
비교는 언제나 몰래,

조용히 들어왔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내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바로 ‘비교하지 않기’였다.
“누나는 밥을 잘 먹는데, 너는 왜 돌아다녀?”
어머니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때면
나는 바로 반응했다.
“엄마, 아이들끼리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나의 교육관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스스로 단단한 부모라 믿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마음도 쉽게 흔들렸다.
“○○이는 요즘 ○○를 배운대.”
“○○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대.”
나는 단순히 예시로 말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이는 그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지 않니?”
라는 은근한 비교와 조바심이 숨어 있었다.


그 말로 아이를 자극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극이 아니라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나는 아이를 응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불안했다.
비교는 사랑의 옷을 입고 다가와
내 마음속 불안을 부추겼다.
‘뒤처지면 어쩌지?’
‘이 나이엔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 걱정이 쌓일수록,
내 시선은 아이가 아니라 주변을 향했다.


어느 날, 숙제를 하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
그 말에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괜찮아, ○○이보다 훨씬 잘하잖아.”

순간, 아이의 표정이 흔들렸다.

“엄마, 나는 ○○이보다 잘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비교는 위로의 언어가 될 수 없다는 것.
아이에게 필요한 건 ‘누구보다 낫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의 너로 괜찮다.’는 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를 향한 말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너는 왜 이렇게 했어?” 대신
“그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비교의 말이 줄어드니
아이의 말이 조금씩 길어졌다.
그리고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비교를 버린 자리에
관심과 신뢰의 말이 들어섰다.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아이는 잘 지냈을까?’
굳이 묻지 않아도, 표정과 말투로 안다.
기분이 어떤지, 하루가 길었는지,
그저 눈빛으로 느낀다.


“오늘은 어땠어?” 대신
내 일상의 이야기를 건넨다.
“오늘 엄마 학교에서 축제를 했어.”
“퇴근길에 보니 단풍이 예쁘더라.”
그렇게 나의 하루를 들려주면
아이는 조용히 반응한다.


가끔은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공부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요즘 좋아하는 노래, 스포츠 이야기.
그런 주제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살짝 궁금한 걸 묻기도 한다.
그 마음 안에 잠시 머물며 하루의 온기를 나눈다.


이제는 안다.
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더 나은 아이’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을.


비교를 놓으니 말보다 표정이 먼저 보였다.

아이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늘

나를 믿고 있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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