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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처음은 블로그로

초짜의 쓰는 삶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블로그를 꼭 써야 한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블로그로 시작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블로그는 글이 기반이기 때문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옳다는 생각과 함께 겁 없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간절함이 사람을 움직인다고 했던가? 나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올렸다. 세 아이를 키우며 가장 열심히 한 일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다닌 일이었으니 아이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그림책 위주로 사진과 글을 올렸다. 책에 얽힌 에피소드나 작은 팁도 썼다. 강연이나 책에서 좋았던 내용 중 아이 엄마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도 정리해서 올렸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블로그에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글을 올렸다. 나도 그를 따라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에 글을 올렸다. 템플레이트가 없을 때 성공 경험이 있는 저자들을 의지하는 게 좋았다. 그들을 따라 하면 뭔가 마음이 든든했다.  

<제임스 클리어>                                                       

제임스 클리어의 개인 블로그 <제임스클리어닷컴>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올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세 아이들의 엄마이고, 책도 읽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이유야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째, 낯선 공간 속 낯선 사람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교류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매우 고전적인 방법으로만 사람들을 사귀어 왔다. 면 대 면으로,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그런 방식으로 가까워지는 방법밖에 알지 못했다.  



둘째, 습관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꾸만 저항감이 밀려왔다. 미루고 미루다 밤이 되어서야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자기 자신의 도덕성 평가 결과 보도'를 보면 인간은 자신에게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의 도덕성은 몇 점 정도인가?"고 묻고 답한 조사에서 대부분이 90점 이상이라고 대답했으며, 11%의 사람은 74점이라고 대답했다. 평균 점수는 50점이었으니 대부분이 스스로를 평가할 때 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의 발로로 자기 위주 편향(Self Serving Bias)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백 일을 채운 뒤 '이만큼도 잘한 거야'라고 생각하며 쉽게 그만뒀고, 스스로 백 일이라는 숫자에 만족하며 안도했다.



셋째,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 본능 깊숙한 곳에 내재된 동기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사랑을 찾고 후손을 남긴다. = 데이트 앱인 틴더 Tinder를 이용한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유대를 맺는다. = 페이스북을 검색한다.

사회적 인정과 포용을 획득한다. =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작성한다.

불확실성을 줄인다. = 구글을 검색한다.

지위와 명예를 얻는다. = 비디오게임을 한다.

한 자릿수로 고정된 '좋아요'와 제로에 가까운 댓글은 사회적 인정과 포용을 획득하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첫 블로그는 백일만에 았지만 백일 동안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 블로그 관련 강연을 듣고 유튜브를 보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인플루언서들의 노력과 수고가, '사회적 인정과 포용'을 위한 그들의 애씀이 가치롭게 다가왔다. 뭐든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있는 것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은 익명이긴 하지만, 불특정다수에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다 보면 알게 된다. 그게 그렇게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웹상의 사람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다. 실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들로 바쁘다. 사실 나부터도 그렇다. 그러니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를 드러내는 훈련을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블로그였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어색하고 부담스럽고, 하지만 드러내는 글쓰기 연습을 해야겠다면 흔히 말하는 대로 블로그에서 시작하면 될 것이다. 계정도 일 인당 세 개나 만들 수 있으니 하나쯤은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쓰면 좋을 것 같다.



'글이 좋았다', '도움이 되었다'라는 댓글이 달린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아이들과 도서관에 다니며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옮긴 것이었다. 글을 쓸 때 정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쓴 것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연결망으로 이어진 사람들이지만 여기서도 진심은 통한다는 원칙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을 올려야 누락되지 않고 노출이 된다는 말에 날마다 글을 올릴 계획을 세웠다. 책 리뷰나 서평을 쓰면 될 것 같았다.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은 책인 만큼 오래 기억하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외우지 않는 기억술>에서 "인간은 입력 정보의 99%를 망각한다. 무엇을 배우고 익혀도 아무 활동을 하지 않으면"이라고 했다. 또, 그는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에서 책을 읽고 일주일 안에 3회 아웃풋을 하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책에서 읽은 정보를 측두엽에 위치한 기억의 금고로 옮겨 10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아웃풋이란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 것", "책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책을 추천하는 것", "감상 글, 깨달음, 책 속의 명언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하는 것", "페이스북이나 매일 매거진에 서평과 리뷰를 쓰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그는 매일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발신하고, 매일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다고 한다.

가바사와 시온 <외우지 않는 기억술>

가바사와 시온 <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굉장히 책을 잘 읽히게 쓰는 가바사와 시온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그를 따라 하면 왠지 많은 부분 그리고 쑥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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