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라이 Oct 22. 2023

인스타그램 보다 밴드

초짜의 쓰는 삶

초짜들은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두렵다. 부족한 글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매슬로의 욕구단계론(5단계)에 따르면 인간은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사랑과 소속의 욕구, 4단계 존중의 욕구, 5단계 자기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매슬로는 1단계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2단계 안전의 욕구 충족된다고 보았으며, 3단계, 4단계, 5단계도 위계적으로 충족된다고 했다. 또한 각 단계는 그것의 하위 단계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상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매슬로 욕구단계론

에이브러햄 H. 매슬로



초짜들이 자신들의 글을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이다. 이것은 4단계 존중의 욕구로 타인의 인정과 존경, 명예, 칭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요즘에는 글을 쓰려면 sns를 꼭 해야 한다. sns글쓰기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러나 초짜들은 공개적인 글을 쓰려면 큰 용기를 내야 한다. 나는 작년에 용기를 내어 인스타그램 수업을 들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교육으로 인스타그램의 '인스'도 모르는 왕초보들이 듣는 수업이었다. 강사님은 인스타그램이 어떤 sns인지, 가입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피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보정하기 손쉬운 앱까지 소개해 주었다. 강사님을 따라 인스타그램에 가입하고, 피드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난생처음해 보았다. 수강생들끼리 팔로워와 팔로잉을 하고 스토리에 게시물도 업로드했다. 인친과 해시태그, 선팔, 맞팔, 언팔이 무엇인지 하나씩 배워나갔다. 앞으로 어떤 글과 사진을 올릴지 자세히 계획을 세워오는 과제를 해가고, 강사님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것을 바탕으로 연령대별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분류하고 아이와 책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면 좋을지 세세하게 적었다. 강사님께 칭찬도 받았다. 그렇지만 8주간의 수업이 종료되자 초짜의 인스타그램도 막을 내렸다.



인스타그램에는 초짜이지만 밴드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한다. 현재 '잘 쓰려고 하지 말자'와 독서 모임 밴드, 예비 소설가 밴드에 가입되어 있고, 예비 소설가 밴드를 제외한 두 개의 밴드에 매일 글을 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는 '초짜'가 밴드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비판에 대한 두려움 제로. 나는 매주 목요일마다 독서 모임을 갖는다. 성장 욕구를 가진 독서 회원들은 각자 개성은 다르지만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개성은 달라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독서 모임의 회원들과 '챌린지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에 인증 사진이나 글을 올리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따뜻함과 든든함, 서로를 향한 믿음 속에서 조금은 두렵지만 설레는 발걸음을 조금씩 떼어보고 있다.

둘째, 정서적 유대감. 초짜들에게는 불특정다수의 '좋아요'보다 끈끈한 연결감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느슨한 연결감이 아닌 돈독한 연결감은 초짜들에게 글을 쓸 힘을 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디지털화, 도시화, 국제적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수록 더 강한 연결감을 원한다"라고 한다. "강한 연결감은 회복탄력성으로 이어"지는데, "출신을 모르는 사과가 아니라 현지에서 수확한 사과로 사과 파이를 구울 때 불안감을 덜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


셋째, 가능성 57% 상승.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행동은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 간의 함수 관계다.”고 한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면 자신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행복은 전염된다>의 저자 니컬러스 A. 크리스타미스와 제임스 파울러는 인간관계와 행복, 약물 남용, 불면증, 흡연, 음주, 식이장애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친한 친구가 비만이 되면 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57% 높아진다고 한다. 인간은 비교적 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물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긍정적인 피드백'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과 달리 게임에서는 승부의 결과에 관계없이 늘 긍정적인 피드백이 온다. 이기면 레벨업이 되거나 점수가 올라가고, 져도 무한정 다시 도전할 기회를 준다.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지 않게 하려면 현실에서 실수나 실패를 해도 격려해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면 좋을 것 같다.) 밴드에 글을 써서 올릴 때면 지적이나 비판이 아닌 늘 '좋은 피드백'이 따라온다. 비문이나 오타, 서툰 표현, 소소한 이야기라도 회원들은 잘하고 있다며 서로를 격려한다. 이러니 글을 안 쓸 수 없다. 글을 쓰게 만드는 강력한 내적 동기는 함께하는 누군가의 관심과 응원, 지지 그리고 끈끈한 친밀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전 10화 처음은 블로그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