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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마구 쓰기'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초짜의 쓰는 삶-레터

독서의 끝은 글쓰기라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책을 읽은 지 100일이 지나자 글쓰기 강좌를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생각이었어요. 독서의 최종 목적지가 글쓰기라는 말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아닐 수 있지만, 어느새 경기평생교육학습관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고 프로그램을 톺아보고 있었습니다.


경기평생교육학습관에 개설된 비대면 글쓰기 강좌를 신청하고, 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살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대면 수업이 불가했던 때라 공공도서관에서도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특강으로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 수업을 들었는데, 굉장히 유익하고 좋았어요. 특히, 가장 좋았던 것은 <아티스트 웨이>의 '모닝 페이지'였습니다. '모닝 페이지란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은 이것을 '두뇌의 배수로'라고 부르며, '일기나 작문과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강사님은 공책 한 권을 정해 매일 아침 세 페이지에 걸쳐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쓸데없는 것을 적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단, 의욕이 앞서 큰 공책을 고르면 세 페이지를 채우기 전에 지치니, 적당한 크기의 공책을 고르라고 하셨어요.


저는 아이들이 쓰다 만 공책을 골라 아침에 글을 쓸 작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쓰다 만 공책은 낡고, 지저분하고, 가치를 다 한 필요 없는 물건 같아 보였어요. 무용해서 쓰지 않는, 그러나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는 공책. 그런 공책을 보니 쓸 욕구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홍성태, 조수용의 <나음보다 다름>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할 때, 85% 이상 시각정보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저도 시각적으로 예쁜 공책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다이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공책을 단돈 천 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초록의 공책을 보니 마음에 예쁜 창 하나가 생긴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 후 '새로 산 예쁜 공책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쓸 말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쓸 말이 없다. 정말 없다. 뭘 쓸까? 큰일이네...'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마구 쓰기를 해보니 초보에게 세 페이지는 무리였습니다. 글쓰기 경험이 거의 없으니 손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쓸 말도 부족하고 쓰지 못할 이유만 자꾸 늘어났어요. 이러다 쓰지 않는 최악의 경우가 올 것 같아 한 페이지로 줄이고 매일 꾸준히 적어 나갔습니다.


마구 쓰기는 저처럼 쓸 양을 정해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과 시간을 정해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 쓰는 방법은 5분이나 10분 정도 타이머를 맞춰놓고 쓰는 방법이에요.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판단의 뇌'를 쓰지 않는 것이에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와 같이 수시로 판단하도록 교육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판단의 뇌'가 발달이 되어 있어요. '판단의 뇌'를 사용하는 일상생활에서 매우 유익하지만 이제 막 글을 써보려는 초보 글작가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이렇게 쓰는 게 맞을까?' '맞춤법이 틀린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은 글을 쓰려는 동기를 무거운 돌로 누르는 것과 같아요. 따라서 마구 쓰기에서는 어떤 문장이나 글도 허용하며 쓸데없는 글을 환영합니다. 사실 마구 쓰기 같은 경우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도가 아니니 편하고 자유롭게 쓰는 것이 좋아요.


초짜로써 마구 쓰기를 6개월 동안 해보니 내 안의 것을 쏟아내는 것은 부정적인 경험을 한 번 더 하는 것 같았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영상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최대 7반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80% 이상이 부정적이고 제한적이며 좌절감을 느끼게 만드는 생각들이라고 해요.

<출처 http://www.dailytw.kr/news/articleView.html?idxno=21075>


저도 마구 쓰기를 해보니 부정성이 강한 뇌는 주로 부정적인 생각들을 마구 쏟아냈고 저는 그로 인해 부정적인 경험을 한 번 더 하는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으로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이 실체를 드러냈지만, 긍정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기 위해 택했던 또 다른 방법은 남인숙 작가님의 글이었어요.

"마음이 요동칠 때는 건조하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요약해서 적어 보세요. 여기서 '요약'이 중요해요. 상황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거지요. 그리고 그 상황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을 적어 보는 거지요. 새로운 깨달음이나 전화위복의 상황 같은 것이 나쁜 일 다음에 꼭 있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그 글을 다시 보면 그 글에서 '이 일 덕에 나중에 00 같은 좋은 일이 있겠구나.'하고 적었던 게 실제로 일어난 걸 확인하게 될 때도 많고요. 그걸 글로 확인하면 삶에 작은 기적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된답니다."


실제로 글을 마구 써보면 대략 문제점은 2~3가지로 압축돼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 때문에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적어 놓고 보면 몇 가지 되지 않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적어 놓고 보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쉬워져요. 1~3가지의 문제를 적어놓고 그것만 해결하면 되니까요.


요즘 글을 쓰시는 분과 쓰시려고 하는 분들이 있어 저의 마구 쓰기 경험과 작가님들의 인사이트를 정리해 적어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오늘도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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