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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엄마로 초짜로 사는 삶

프롤로그

'독讀'과 '서書'에 정신이 팔려 1년 6개월을 보냈다. 세 아이들은 180도 달라진 나의 모습과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듯 보였다. 책상 앞에 등을 돌린 모습으로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잠에서 깼고,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잠시 잠깐 인사를 나누고, 책에 고개를 돌리는 나를 응원했다. 내가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책에 빠져있을 때에도 모니터 앞에 앉아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을 때에도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는 듯 보였다. 아니 잘 자라나 주길 바라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손을 탈 시기가 지났다고 생각했다. 막내는.. 아직 열 살인 막내도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 밝고 사교적인 아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있어줬다. 엄마를 응원한다고, 엄마가 글 쓰는 거 응원한다고 했다.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엄마 글 쓰는 중'이라며 첫째와 둘째는 막내를 데리고 갔다. 아이들은 설거지를 돕고 분리수거를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더 열심히 해서 빨리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 시간만큼 읽고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을 줄이고,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집안일을 하며 오디오북을 듣고, 걸으면서 쓸거리를 생각했다. 하루를 삼일처럼 보내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부산을 떨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고 싶었다.


여러 공모전에 응모해 수상과 탈락을 경험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입상하길 바랐던 공모전에 떨어지고, 기대하지 못했던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행과 불행을 반복하며 꿈에 대한 확신과 불확실 사이를 오갔다. 


1년 6개월 동안 400권의 책을 읽고, 50통이 넘는 레터를 썼다. 독서 모임 회원 모집을 위해 초대장을 써서 돌리고, 밴드를 만들어 글을 쓸 공간을 마련했다. 뒤늦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새 플랫폼 스레드가 나왔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시작했다. 소설 쓰기 수업을 등록하고, 그림책 수업을 들었다. 그러는 동안, 아홉 번의 도전을 하고 다섯 번의 좌절과 네 번의 기쁨을 맛봤다. 





이 글은 엄마로 주부로 15년을 살다 새로운 도전을 하며 다사한 시행착오를 겪은 '초짜'의 기록입니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할 수 있는 게 '독讀(읽다)', '書(쓰다)' 밖에 없어 책을 읽고 글을 썼던 '초짜'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준 것 외에 책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어 우왕좌왕하며 책에 나온 내용을 무조건 따라 해 본 이야기입니다. 먼저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용했고, 시행착오를 줄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초짜'와 갭이 커서 적용하기 어렵기도 하고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반이 없어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뭔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조차 떼기 어려우신 분들과 저의 일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초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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