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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운동의 쓸모

초짜의 읽고 쓰는 삶

심신의 건강을 가져다주는 운동은 그 자체로 유익하다. 심장이 튼튼해지고,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좋다. 비만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을 낮추고 면역체계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의욕과 활기가 생긴다. 우울증에도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롤러 교수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에게 일주일에 최소 한 번 30분 정도 운동을 하게 한 후, 1년 동안 관찰했는데, 1년 동안 운동을 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2.3 정도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심지어 강제적으로 운동을 한 경우에도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운동은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다(물론 과하게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납득이 됨에도 불구하고 운동에는 도통 취미가 붙지 않는데, 나는 그것이 '지능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을 주창, 인간의 지능을 지능이 하나라고 생각하는'IQ 아이큐'가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지능이 상호협력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논리수학 지능, 언어 지능, 공간 지능, 신체운동 지능, 인간친화 지능, 음악 지능, 자기성찰 지능, 자연친화 지능을 타고난다고 그는 설명한다.


<다중지능연구소>


무료로 다중지능검사를 할 수 있는 사이트

http://multiiqtest.com/



학교 다닐 때 전교에 소문날 정도로 운동을 못했다. 체력장을 하는 날이었다. 제자리멀리뛰기를 할 때, 체육 선생님은 전교에서 내 폼이 가장 좋다고 하셨다. 나는 힘껏 몸을 날려 폴짝 날아올랐다. 결과는 전교 2등이었다. 전교 꼴찌에서 2등. 신체운동 지능이 부족한 게 틀림없었다.

<EBS 위대한 수업>



운동이 나와 오랜 세월 매정하게 거리 두기를 하니 나도 운동과 매몰차게 거리 두기를 했다. 어느 날 남편이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 가보자고 했고, 그것을 계기로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운동을 다니자고 한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혼자 아이들이 자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다녔다. 왜일까?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와 다수의 운동 경험이 있었던 남편이 아닌 타고난 몸치에 운맹(운동문맹)인 내가 왜 꾸준히 다녔던 것일까? 나는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살아 있는 개구리'를 먹었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널리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당신이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해야 할 일은 살아 있는 개구리를 먹는 것이다. 그것이 하루 중에 생길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이라는 것을 알면 흐뭇해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살아있는 개구리란 어렵고, 하기 싫고,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의미한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완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일들이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가장 큰 희열을 하루의 시작에 맛보며, 지고의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운동에 돈을 지출'했다. 적은 비용이지만, 운동을 하려고 돈을 썼다는 사실이 외적 동기로 작용했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손실 회피 편향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저 10분 한계선'을 설정했다. '최저 10분 한계선'이란 최소 10분이라도 매일 하자라는 뜻으로, 10분이라는 최저선 덕분에 저항감이 최소화됐다. 아이들에게 '청소하자!'라고 말할 때와 '10분만 청소하자!'라고 말할 때 아이들의 실행력이 달랐다. 별다른 저항감 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10분만'이라는 조건이 결정적이었다. 예상외로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10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집중력을 발휘했기에 30분 이상, 길게는 1시간 동안 뭉그적거리며 청소할 때와 별차이 없었다. 싫어하는 일은 하기 전에 극도의 저항감과 함께 불쾌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이로 인해 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럴 때 의도적으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설계를 해두면 꾸준하게 할 수 있게 되고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신체운동 지능이 낮고 운동에 취미가 없는 나는 매일 적어도 10분 동안 운동을 함으로써 운동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짧게라도 하는 운동은 몸에 밴 습관이 되었지만, 짧게만 하는 운동이 고착화되었다.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발레 학원을 등록했으나, 코로나 19 때문에 도중에 그만뒀다. 좋아하는 일은 그 욕구가 무한대인 듯 샘솟고 치솟아 몸과 마음에 생기를 돌게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은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희망이 없어 보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경민 교수는 <게임하는 뇌>에서 "도파민은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분비되는 물질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 도파민 분비량은 평소보다 30~50%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은 도파민 분비량의 증가로 동기부여가 저절로 되는 것이다. 운동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좋든 싫든 간에 꼭 해야 한다고 하니, 하긴 해야 했다.



해야 할 이유가 백만 가지인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가 없어서였다. 로베르트 슈만은 "나는 매일 적당한 양의 바흐의 평균율을 연습한다. 그렇게 하면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는데, 슈만은 바흐의 평균율이 재미있어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매일 한다고 했다. <외우지 않는 기억술>의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그의 저서에서 '뇌를 살리는 운동의 10가지 효과'에 대해 기술한다. 그 내용을 요약해 말하자면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도 뇌가 성장한다는 것. 마흔이 넘은 내게 희소식이었다. 훌륭한 사람들이 '네가 원하는 걸 하려면 곧 죽어도 운동은 해야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슈만은 될 수 없지만, 슈만의 방식은 따라 할 수 있었다. 나도 읽고 쓰기 위해 적당량의 운동을 날마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심리학자들은 '어떤 행위에 참가하고자 하는 욕구의 85퍼센트는 그 행위의 결과에 따라오는 이익에 대해 갖는 기대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이제 행동만이 남아 있었다.



운동량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하자, 모든 책들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통찰력은 뇌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해야 길러진다'라는 문장을 보면, '통찰력을 기르려면 신체운동 지능을 높여야겠네. 그러면 지금의 운동량으로는 어림도 없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을 가리키는 용어 '리너스 하이'를 보고 상하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피가 근육으로 빠져나가는 격렬한 운동은 뇌에 좋은 운동이 아니다'라는 뇌과학책과 인터벌 트레이닝의 특장을 몸소 체험하고 쓴 존 레이티, 에릭 헤이 거먼의 <운동화 신은 뇌>를 읽고 어찌해야 하나 갈등하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같은 공모전이 있을 때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지 말자고 타협점을 찾았다.

이슬아의 소설 <가녀장의 시대>에서

'세월이 흘러 삼십 대가 된 슬아는 방 한가운데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바닥에 정수리를 대고 곧게 버티며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는 늘 당부했다.

“큰일은 복근으로 하는 거다. 배 나오면 끝장이다.”

이제 팔십 대가 되었건만 그의 배에는 왕자 모양 근육이 여전하다. 슬아는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풀고 자신의 복근을 살핀다. 슬아의 몸도 다부지지만 할아버지의 기운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라는 글귀가 도드라져 보였고, 소설 속 '세컨드 윈드'라는 낯선 용어와 그 설명에 눈길이 갔다.

진화적 관점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음식을 찾기 위해 운동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에 움직여야 뇌도 운동을 하고, 반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러나저러나 운동 시간의 양을 늘려 루틴을 만들어야 했다.



독서 모임에서 4월부터 운동 챌린지를 하고 있다. 벌써 내일이 200일이다. 운동 챌린지는 '목표 설정'에 관한 레터를 읽고, 한 회원이 "다이어트 목표와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겠다"라고 한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내가 "100일 챌린지로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하자 다른 회원들도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도 함께 운동할게요."라고 했고, 밴드를 개설해 함께 운동 인증을 하고 있다. 지금은 운동 챌린지 외에 다른 챌린지도 병행하고 있다. 첫 운동 챌린지에서 100일 인증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증 자체가 낯선 엄마들이 매일 운동을 하고 인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진화할 것이다.



첫 챌린지에서 나는 10번의 인증을 놓쳤다. 이유야 이래저래 많았다. 이번엔 루틴 순서를 바꿔 다르게 해보고 있다. 오전 9시 이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다. 이런 비교 연구가 있다. 아침에 운동하는 경우와 퇴근 후 저녁에 운동을 하는 경우를 6개월 후에 비교해 보니 아침에 운동을 한 경우 운동을 지속할 확률이 높았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미루거나 하지 않을 변명거리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지속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꼭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면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따라 해보고 있는데, 이번 운동 챌린지는 오늘까지 빠짐없이 모두 인증했다. <몰입>의 저자 황농문은 그의 저서에서 "어떤 일이건 목적이나 목표를 만들고 강화시키면 그 일의 의미가 생겨난다. 어떤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은 그 일의 결과에 따라 나의 시냅스가 흥분한다는 것이고, 그 결과 어떤 감정이 유도된다는 거다."고 한다.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할 목적을 책 속에서 찾아 따라한 것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은 운동 직후 짧은 글을 써서 인증하고 필사도 한다. 운동을 한 후 땀에 젖은 채로 글을 쓰는 것은 폭신폭신한 침대 위에서 쓰는 것보다 즐겁다. 운동 후 쓰는 글은 내게 보상이나 마찬가지다. 흥미가 크게 없는 운동을 꼭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또 하나의 '장치'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 도파민 외에도 아세틸콜린이 분비된다.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 상상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 그래서인지 운동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종종 떠오른다. 또,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이 활성화되고 체내 모르핀이라 불리는 엔도르핀도 분비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365일 중에 360일은 관성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이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퀀텀점프의 도구라고 주문을 걸며 한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필기도구는 필수품인 것처럼, 지휘자에게 지휘봉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운동을 한다. 이제는 아주 가끔 '리너스 하이'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어보면 그가 글을 쓰기 위해 삼십 년 넘게 매일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하루키는 '달리는 것 자체가 선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든다'라고 한다. 그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마음속 어두운 밑바닥으로 하강해' '깊은 어둠의 힘에 대항하려면', 또 '다양한 위험과 일상적으로 마주하려면 반드시 피지컬한 강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단 하루키만이 아니다. 수많은 작품을 써내 'AI설'이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경이로운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보여준 내적 견고함의 밑바탕에는 건강한 신체 즉 '피지컬한 강함'이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그림책 수업 중에 "책을 쓰려면 운동을 꼭 해야 돼요. 오래 앉아하는 일이라 이 일이 몸에 정말 좋지 않은 일이에요."라고 작가님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깨가 좋지 않아 결국 일을 그만두는 작가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몸 건강, 정신 건강에 좋다는 운동. 어쨌거나 오늘도 한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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