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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기상 후 시간은 하루의 시작이고, 반이다

초짜의 새벽 시간-쓰기를 위한 준비

새벽 3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바뀐 일상이다. 걱정 반 불안 반이 아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행복하게 출발하는 하루.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은 무엇이든 해 볼 용기와 기회를 준다. 가능성의 시간. 조금은 세계와 단절된 듯한 기분에 해방감을 느낀다. 기쁨의 고립감. 흥분된 마음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의도적으로 입 안과 목구멍을 의식한다. 무의식 중에 고인 침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잠자는 동안 밭아 버린 목구멍이 조금 따끔거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금 중요한 건 정수기의 미온수를 컵에 따르는 것이고, 그 물을 입 안 가득 채우는 것이다. 입 안 가득 물을 채웠다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가글을 한다. 최대한 목구멍까지 물을 밀어 넣어 입 안을 여러 차례 헹군다. 의지와 기술과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취침 전 양치를 해도 입 속 세균을 완전히 박멸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입 속에 남은 나쁜 세균들은 수면 중에 급격히 증가한다. 이 나쁜 세균들은 각종 염증을 일으켜 질병에 시달리게 한다. 만성염증 유경험자로서 일어나자마자 하는 이 행위는 빼놓을 수 없는 고귀한 의식이다. '讀(읽다)'과 '서書(쓰다)'에 초짜인 나는 읽고 쓰기 위해 건강을 관리한다.



이제 싱크대 앞에 서서 창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본다. 참으로 어둡고 고요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나뭇잎만 밝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눈을 감고 새벽이 주는 옅은 적막감과 세계와의 연결감을 동시에 느낀다. 고개를 돌려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 무엇보다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다. 순간 발바닥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기쁨과 환희와 감사가 차오른다. '讀(읽다)'과 '서書(쓰다)'에 초짜인 나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불러 모은다.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고 커피를 내린다. 웅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커피 향이 집 안을 훈훈히 감돈다.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살랑살랑, 부드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철 카슨은 "후각은 다른 어느 감각보다 기억을 잘 떠올리는데, 후각을 우리가 그토록 적게 사용한다는 것은 유감이다."고 했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마들렌을 차에 적셔 먹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그는 "머나먼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죽고 사물들이 부서지고 흩어진 후에도, 맛과 냄새만이, 연약하지만 끈질기게, 실체가 없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오랫동안 남아 떠돈다. 마치 영혼들처럼, 기억하고 기다리고 희망하면서. 다른 모든 것이 부서진 가운데서, 그리고 그 사소하고 거의 만질 수도 없는 한 방울의 본질 가운데 회상의 방대한 구조를 견지한다."고 했다. '독讀(읽다)'과 '서書(쓰다)'에 초짜인 나는 과거의 말랑말랑한 기억까지 끌어와 현재 나의 상태를 상승시킨다.



책상 앞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낸다. 다이어리를 책상 위에 펼치고, 눈을 감는다. 오늘 하루를 삼등분하고 삼등분한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한다. 삼등분한 하루를 삼일로 환산해 머릿속으로 최대한 정밀하게 그려본다.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의 저자 가바사와 시온은 "구체적인 상상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동기부여를 해서 성공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라 빈틈없이 생생하게 상상해 본다. 첫째 날, 새벽 3시부터 아침 9시까지, 독서와 글쓰기, 운동,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들의 등교를 돕는 모습을 그린다. 내가 그린 대로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둘째 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독서와 글쓰기, 산책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한다. 가끔 강의도 듣고 일주일에 한 번 독서 모임에도 나간다. 청소와 설거지, 빨래 등을 한다. 오후 1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니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번에도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며 기쁨을 느낀다. 셋째 날,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학원과 방과 후를 오가는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이나 미용실에 가고, 야구 시즌에는 야구장에 간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막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고, 뇌에게 '자는 동안에도 잘 부탁한다'는 말은 건넨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하며 감사함을 느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목표를 달성한 자신을 상상할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지에 따라 도파민 분비량이 달라지며 목표를 달성할 확률도 달라진다"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쁨, 환희, 감사, 만족감, 뿌듯함, 신남, 감동, 벅찬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꿈은 생생하게 상상하는 순간, 실제로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라고 그는 말한다. '독讀(읽다)'과 '서書(쓰다)'에 초짜인 나는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산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해 본다.



전 메타 Meta 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그의 책 <린 인>에서 "해야 할 일 목록을 챙기기 위해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최첨단 기술의 중심이라 부를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올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한다. 첨단 도구들이 넘쳐나지만, 필기도구는 그 어떠한 기기보다 강력한 도구라고 하니 다이어리에 '오늘 꼭 해야 할 중요한 일 3가지'를 적는다. 그 아래 감사 일기도 세 줄 적는다. 오프라 윈프리는 "나는 ‘고맙습니다. 나는 진실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지나간 날이 단 하루도 없다."라고 했다. 감사한 일이나 감사할 일들을 떠올려 본다. 건강하니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감사합니다. 모든 관계에 감사합니다. 행복감은 얼마나 감사를 느끼느냐에 따라 약 18.5퍼센트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독讀(읽다)'과 '서書(쓰다)'에 초짜인 나는 도구를 사용해 효율을 끌어올리고 극대화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하세요. 이것이 바로 현재 제가 사는 방식이랍니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와 초짜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본다. 초짜인 나는 강의나 책에서 본 내용을 모두 따라 해 본다. 초짜에게 그것이 최선이고 최대한도라고 생각한다.



괴테는 "가장 중요한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소모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좌지우지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일을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다. 귀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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