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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아웃풋보다 인풋

초짜의 읽는 삶-4회독 vs 1일1독 vs 하루30권10쪽 독서

기상 후 2~3시간을 '뇌의 황금시간'이라고 부른다. 두뇌회전이 최고로 잘 이루어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으며, 때론 그것을 넘어서는 듯한 기묘한 기분마저 드는 숭고한 시간이다. 글쓰기나 영어 공부,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일, 목표 설정, 정밀한 판단을 요하는 중요한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이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니 딜러드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했는데, 그런 면에서 황금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문장처럼 가장 빛나는 황금 시간에 글을 써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이내 그만두고, 재도전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왜일까? 뭐가 문제일까?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묻고 물으며 나 자신을,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냉정히 돌아봤다. 내 자리와 '쓰기의 자리'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몇백 년 전에 살았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고 했다. 좋은 책을 읽고, 안목과 지식과 사고의 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독서로 단련하고 쓰기와의 간극을 좁혀야 했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릭 쇼팽은 "나는 방문을 닫고 바흐만을 연습한다. 그것이 나의 ‘준비’이다."고 했다. 그가 문을 닫고 바흐의 곡을 연습하며 준비를 했던 것처럼 쓰기의 토대가 되는 독서를 통해 쓸 준비를 해야 했다. 아웃풋이 인풋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인풋 없는 아웃풋은 있을 수 없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며 집중적으로 새벽 독서를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눈을 감고 닮고 싶은 작가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배우고 싶은 점도 같이 떠올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중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를 떠올리며, 통찰력 있는 '단 하나의 문장'에 감탄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떠올리며, 그의 유려한 문체에 감격했다. '생애 대한 강한 집념과 사랑, 절망'이 담긴 단단하고 담담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떠올리며, 감동했다. 근사한 장치가 많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떠올리며, 통째로 머릿속에 넣어두고 싶어 필사와 암기를 번갈아 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루이스 세뿔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를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깊은 감명을 받았던 따뜻한 순간을 회고했다.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그녀의 글에 매번 감응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목마른 계절>과 <나목>을 떠올리며 행진하는 듯한 기쁨을 누렸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떠올리며, 치밀함에 가슴 설레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떠올리며 침착하고 세련되고 다정한 글에 훈훈함을 느꼈다.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 감사했고, 그들과 가까워진 듯한 야릇함에 감개무량했다.

이런 나만의 의식은 책을 읽을 때 틈입하는 '무의식적 부정 반응'을 미연에 방지했고, 책에 빠져들게 했다.



작년, 독서를 시작하기 전까지 완독 했던 책은 겨우 다섯 권도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림책만 읽어줬지 내가 읽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마흔이 넘어 책을 읽으려니 한참 늦은 감이 있었다. 동일한 방법으로 책을 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도파민 푸드'를 먹었다. 도파민은 목표를 세울 때와 달성할 때, 운동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 분비되지만, 도파민 푸드를 먹음으로써 도파민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의욕과 열정이 생기고 행복해진다.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기억력, 정보처리능력이 향상된다. 고기나 우유, 견과류와 함께 밥이나 빵을 먹는 방법이 있고, 참치, 연어, 우유, 바나나를 먹음으로써 도파민 분비를 도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견과류와 빵을 즐겨 먹는다.



책을 읽는 방법도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3 회독 4 회독하는 독서법을 알게 되었고, 각각 한 달 동안 3 회독과 4 회독을 했다. 우선 4 회독의 장점이라면 작가의 의도까지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 것은 초짜인 내가 파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독서 전 '의식'을 통해 책에 대한 몰입도는 높였지만, 내 수준이 열하해 머리를 흔들어가며 책에 집중해야 했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했다. 둘째, 4번 반복해 읽으니 기억에 오래 남았다. 셋째, 정독을 하게 된다. 넷째,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섯째, 나를 통과하는 독서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게 될 확률이 높다. 단점은 1 회독, 2회독시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생긴다. '어차피 또 읽을 텐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어 나도 모르게 안이해졌다. 4 회독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3 회독으로 줄이니 마음가짐이 달라져 전보다 집중도가 올라갔다. 초짜인 나에게는 4 회독 보다 3 회독이 효과적이었다.   



다음으로 1일 1독은 독서력이 조금 생긴 후에 시작했다. 1일 1독의 가장 큰 장점은 숫자가 주는 쾌감과 성취감이다. 하루에 한 권 책을 읽으면 열흘이면 열 권을 읽게 되는 것인데, 게임처럼 숫자가 높아지는 재미가 쏠쏠했다. 숫자 피드백의 효과가 엄청났고, 그것 자체가 보상으로 작용해 또 다른 책을 '읽을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책 한 권을 완독 하기까지 부단한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지루한 감이 있었다. 중간중간 고비가 찾아와 자리에서 때때로 일어나야 했고,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하루 30권 10쪽 독서는 고명환 작가의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따라 하게 되었다. 책은 [1장. 起_흔들림 없는 삶을 세우는 인생 내공]과 [3장. 轉_생각의 전환을 만드는 독서 내공]이 특히 좋았다. 읽을 책 30권을 선정하는 기준은 '내 맘'이었다. 새로운 분야의 책, 벽돌책, 어려워 선뜻 읽지 못했던 책, 고전 문학, 좋아하는 작가의 책, 소설, 무심했던 경제 관련 책, 호기심 유발 뇌과학책, 경영과 심리 관련 책, 내게 필요한 책 등 두루두루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작가의 책이 겹치는 경우는 없었는데, 다른 관점에서 같은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은 종종 있었다.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뿌듯했다. 10쪽이 주는 청량감도 좋았다. 부담감 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고, 차에 몇 권 넣어두고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는 '틈틈이 독서'는 초짜인 나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했다. 100일 동안 정말 즐겁게 독서를 했다. 단점은 책을 많이 빌려와야 한다는 점과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그것 외에는 모두 다 좋았다.



매일 독서를 하고 일주일에 한두  꾸준히 레터를 쓰며 조금씩 '쓰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바로 그곳에 도착해 있을 거라는 긍정과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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