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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Dec 30. 2021

제10화 - 전자이야기2

진공관라디오 제작에서 반도체생산 1위로 도약했다

  전자산업 두번째 이야기는 전자기기다. 우리나라 전자기기 산업은 1958년 설립된 금성사(현 LG전자)가 이듬해 ‘금성 A501’ 라디오를 생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66년에는 금성사가 흑백TV를 생산했고, 국산 컬러TV는 1974년 나쇼날전기에 의해 처음 출시됐다.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도 196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서 생산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전자기기 산업은 가전 생산에서 시작됐다     

  가정용 전기기기산업을 가전산업(home appliances)이라 하는데 가전을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white)가전과 TV, 비디오, 오디오 등의 갈색(brown)가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1969년 「전자공업진흥법」이 제정되고, 이 해에 설립된 삼성전자가 흑백TV 등 생활가전제품 생산에 착수했다.

  1975년 반도체웨이퍼가 국내에서 최초로 가공되고, 1976년에는 오리콤이 KIST와 공동으로 컴퓨터 조립에 성공했다. 1980년 설립된 개인용 컴퓨터 전문기업인 삼보컴퓨터가 이듬해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 SE-8001을 생산하여 국내 공급과 함께 캐나다로 수출했다. 1981년에는 전전자식교환기 TDX 개발에 착수하여 이듬해부터 1991년까지 시험용인 TDX-1X에서 대용량의 TDX-10에 이르는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여 내수와 함께 동남아와 동유럽 지역에 수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디스플레이시장과 TV 등 가전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산 최초의 라디오 ‘A501’은 금성사 설립 1년 만에 출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인 ‘금성 A501’는 금성사가 설립되면서 개발에 착수하여 1년여 지난 1959년 11월 15일에 출시됐다. ‘A501’이란 명칭은 교류(AC) 전기용 진공관 5구를 사용한 1호 라디오란 의미로 붙혀졌고, 당시 전력 사정을 고려하여 50V의 전압으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품 중 진공관과 스피커, 볼륨 컨트롤러 등은 수입했으나 스위치, 섀시, 트랜스 등은 자체 생산하여 국산화율이 60%를 넘었다.

  초기 생산량은 87대였다. 판매가격은 20,000환으로 금성사의 대졸 초임 6,000환의 3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미국제인 제니스(Zenith) 등 수입 라디오 가격에 비해서는 30∼40% 저렴한 수준이었다.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 559호로 지정되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라디오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전자제품의 효시다. 그래서 최초 생산연도인 1959년을 한국 전자산업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    

'금성 A501' 라디오     

  금성사는 1960년 TP-601이란 모델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생산하고, 이후 개발한 TP-603 모델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제3공화국 초기 금성사 라디오는 ‘새마을라디오’로 불리며 농촌 지역에 대량 보급됐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에 이어 등장한 반도체소자 부품으로 반도체의 전신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신화는 1983년부터 시작됐다     

  1983년 삼성은 반도체사업의 추진을 선언하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D램을 개발했다. 이어 1984년에 256KD램, 1986년 1MD램, 1988년 4MD램, 1990년 16MD램을 계속 생산해 왔다. 1992년 미국과 일본에 앞서 64MD램 반도체를 개발한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이 반도체 생산을 선언하자 미국 인텔사는 우리나라의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을 반대한 세계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자폐처럼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었다.

  1986년 체결된 미・일 반도체 협정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데 힘을 보탰다. 1980년대에 들어 반도체의 생산 주도국이 미국(IBM, Texas Instrument, Intel, 모토롤라 등)과 유럽(필립스, 지멘스 등)에서 일본(NEC, 도시바, 히타치 등)으로 전환됐다.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여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의 점유율을 20%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일본과 체결했다. 성장단계에 돌입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미・일 반도체 협정은 크게 도움이 됐던 것이다.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 역시 이 시기인 1987년에 설립됐다. 

  1999년에는 현대전자산업이 LG반도체를 흡수했고, 통합된 회사를 하이닉스반도체로 명명했다.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사명을 SK하이닉스로 다시 변경했다. 현대전자산업이 LG반도체를 약 2조5천억원에 사들였으나 현대는 양사를 통합한 하이닉스를 약 2조원에 매각했다. 5천억원의 손해를 보면서 추가로 자사 공장까지 얹어서 팔았던 셈이다. 당시 하이닉스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물질은 전기전도도에 따라 도체(conductor)와 부도체(insulator), 그리고 반도체(semi-conductor)로 구분된다. 도체는 철이나 구리처럼 전기나 열이 잘 전달되는, 즉 전기전도도가 큰 물질인 반면, 부도체는 유리, 도자기 등과 같이 전기전도도가 제로(0)로 전기나 열이 흐르지 않는 물질이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전기전도도의 조정이 가능한 물질이다. 실리콘(Si; 규소)에 인(P), 붕소(B) 등을 주입하여 제조한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 정보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AP(application processor) 등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비메모리반도체를 시스템반도체라고도 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다. 메모리반도체도 휘발성 메모리인 RAM과 비휘발성 메모리의 ROM으로 구분되며, 각각은 다시 다양한 종류로 세분된다.  

메모리반도체의 종류     

  자료 : 삼성반도체이야기

  반도체 기업들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된다. 팹리스(fabless)는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기업으로 궐컴, 브로드컴 등이 이에 속한다. 파운드리(foundry)는 팹리스 업체 등으로부터 위탁받아 반도체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대만의 TSMC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종합반도체 업체(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과 같이 반도체 설계와 제작을 함께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배증하고가격은 1/2 씩 하락한다     

  반도체 세대는 형태와 집적도에 따라 진공관인 1세대에서 2세대인 트랜지스터와 3세대의 집적회로를 거쳐 4세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진화돼 왔다. 반도체 집적도는 하나의 반도체 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의미한다. 18,800개의 진공관을 사용하여 1947년 제작된 최초의 전자컴퓨터인 ‘에니악(ENIAC)’은 중량이 30톤에 달했으나 연산 속도가 오늘날의 전자계산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진공관은 1907년에 최초로 등장했으며, 트랜지스터는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이 가동에 들어간 1947년에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 등 세 사람이 공동으로 발명한 소자다.

  이후 수천, 수만개의 트랜지스터 및 다이오드를 비롯한 관련 전자부품을 하나의 칩 속에 담은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가 개발됐다. 반도체 집적도는 IC 규모를 지칭한다. 칩 내의 회로를 세밀화하고 두께를 줄여 저장단위인 셀을 층층이 쌓아 제작함으로써 집적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 있었다.

  예컨대 TSMC가 개발한다는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란 반도체 내 셀별로 전자의 입구와 출구 간 거리, 즉 반도체 내의 1개 트랜지스터 길이가 3nm이란 의미다. 2020년 말 SK하이닉스가 개발을 선언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은 칩 내에 셀 층을 수직으로 176단까지 적층한다는 것이다. 이 칩을 사용하면 처리속도가 기존의 128단 칩에 비해 35∼70% 정도 빨라진다.

  반도체 집적도의 향상 속도와 관련하여 인텔의 공동창업자 무어는 1965년에 이른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제시했다. 이 법칙은 ‘반도체 메모리칩의 성능이 18∼24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고 컴퓨팅 성능도 18개월에 2배씩 높아지나, 컴퓨터 가격은 매 18개월마다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집적도는 1971년 인텔이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한 이후 2000년 ‘펜티엄4’에 이르는 30년 동안 2만4천여 배 높아졌고, 2000∼2010년 기간 중에도 18배 증대됐다.     

반도체 집적도의 증가 추이 

트랜지수터수(칩당)

  자료 : pplstyle.com     

  한편 2002년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 발표한 후 이에 따라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 삼성이 128GB(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출시하지 않아 이 법칙은 깨졌다.

     

개인용 컴퓨터(PC)는 IBM사 컴퓨터의 상표명이다     

  세계 최초의 상용컴퓨터는 1951년 진공관으로 제작된 컴퓨터인 ‘유니박(UNIVAC)-I’이다. 이 컴퓨터는 워낙 고가인 데다 트럭만한 크기여서 대중화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후 책상에 올려놓을 정도 크기의 개인용 컴퓨터, 즉 데스크톱(desk-top) 컴퓨터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1977년 애플사는 ‘애플Ⅱ’ 컴퓨터를 생산하여 대당 약 1,300달러의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컴퓨터는 애플의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부자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음 모델인 ‘애플Ⅲ’은 실패했으나 1984년부터 출시된 ‘매킨토시(Macintosh)’와 ‘매킨토시Ⅱ’ 등은 그래픽과 출판에 비교우위가 있어 꾸준히 판매됐다.

  IBM사는 1981년 인텔의 ‘8088 CPU’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PC 5150’을 개발했다. 이 컴퓨터에 탑재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호환성이 있어 타사에서도 쉽게 생산할 수 있고, 개인들도 부품을 모아 조립하는 것이 가능했다. 개인용 컴퓨터란 의미의 PC (personal computer)도 이 제품명에서 유래됐다. 그래서 ‘PC 5150’은 모든 PC의 원조로 불리고 있다.

  IBM은 후속 모델들을 PC 시리즈로 속속 개발했다. 1983년에는 PC/XT(eXtended Technology)를 출시했다. 프로그램 파일용과 데이터 파일용으로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 드라이버 2개와 극히 작은 용량의 내장형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컴퓨터다. 그러나 타사의 IBM 호환 PC 제품에는 하드디스크가 없었다. 

  1984년에는 16비트의 인텔 ‘80286 CPU’와 20MB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PC/AT(Advanced Technology)를 출시했다. 3.5인치와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 드라이버가 장착된 PC였다. 오늘날에는 플로피 디스켓 드라이버를 CD 드라이버나 USB 포트가 대신한다. 1986년에는 인텔의 32비트 ‘80386 CPU’를 탑재한 ‘IBM 386’을 개발했고, 1989년과 1993년에 각각 ‘486 PC’ 및 ‘펜티엄(Pentium) PC’를 출시했다. PC가 XT에서 AT, 386 등으로 업그레이드되더라도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은 IBM 호환 PC 기준으로 대당 2,000달러 내외를 유지해 왔다. ‘무어의 법칙’에 기인한 것이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막론하고 이제까지 생산된 모든 개인용 컴퓨터는 IBM PC/AT(286) 체계(architecture)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IBM의 AT모델이 개인용 컴퓨터의 표준인 것이다. IBM은 2004년 사업 부문을 조정함에 따라 더 이상 PC를 생산하지 않는다. 현재 IBM PC는 레노버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전자산업 생산국이다     

  2019년 중 우리나라 전자・IT산업의 총 생산액은 457조2천억원이었다. 부문별로는 반도체(108.7조원), 디스플레이(57.8조원), 휴대폰(27.8조원), 정보기기(10조원), 가전(32.4조원) 등의 기기/제조 부문이 321조9천억원, 서비스 부문 77조원, 소프트웨어 부문 58조3천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의 전자・IT산업의 생산액이 전년 대비 8.9% 감소했으나 2015년 불변가격 기준 부가가치 창출액은 전년보다 5.9% 증가한 199조원이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8%였다.

  2019년의 전자・IT산업 수출액은 총수출의 32.6%인 1,768억8천만달러였다. 이 중 반도체가 951억6천만달러로서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품목별 수출순위는 계속 1위를 유지했다. 주요 수출대상국을 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전체 전자・IT 수출의 49.1%인 867억1천만달러로 1위다. 그 다음으로는 베트남(271.6억달러, 15.4%), 미국(183.8억달러, 10.4%), 대만(56.6억달러, 3.2%), 일본(41.1억달러, 2.3%) 순이다. 베트남이 2위 수출대상국인 이유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공장 등 베트남 현지에 투자된 국내 사업체에 대한 부품 수출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자IT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자료 :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전자・IT산업 주요동향」  

  영국의 Reed Electronics Research에서 주요 13개 품목군을 기준으로 집계한 국별 전자산업 생산순위를 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생산액은 1,309억달러로서 전년과 마찬가지로 중국(7,529억달러), 미국(2,464억달러)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일본(1,158억달러), 5위는 대만(757억달러)이다. 주요 품목별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전체 순위는 2위이나 메모리반도체인 D램은 삼성전자가 64MD램을 개발한 1992년부터, 그리고 낸드플랜시는 2002년부터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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