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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14. 2022

제23화 - 전기이야기

양수발전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위배된다

  앞서 에너지원으로 고체인 석탄과 액체인 석유, 그리고 기체인 가스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전기 차례다. 전기는 전자의 이동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서 형상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기는 2차 에너지다     

  전기는 번개를 제외하고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화석에너지나 위치에너지, 원자력에너지 등 1차 에너지를 변형 가공하여 인간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2차 에너지다. 1차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장치가 발전소다.

  전기에너지의 크기는 전자의 이동량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이동속도(전압)와 이동통로의 크기(전류), 그리고 이동시간(시간)에 각각 비례한다. 산식으로는 [전기에너지=전압✕전류✕시간]으로 표시된다. 전압의 단위는 볼트(V), 전류는 암페어(A)로 측정하며, 시간은 1시간 기준 h로 표기한다. 단위시간 동안 공급되는 전기에너지의 크기를 전력(W)이라 하는데 1V의 전압과 1A의 전류로 생성된 전기에너지가 1W다. 즉, 1W=1V✕1A로 계산되며. 1kW는 1,000W다. 일정 시간 동안 사용(또는 생산)한 전기에너지는 전력량이며, kWh 등을 단위로 사용한다. 1kWh는 1kW의 전력을 1시간 동안 사용하였을 때의 전력량이다[1kWh=1kW✕1h= (1V✕1A)✕1,000✕1h]. 수치단위 표기에서 k는 천(kilo)배, M은 백만(mega)배, G는 10억(giga)배를 의미하는 약자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망과 배전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보내져 사용된다. 이들 단계를 발전, 송전, 배전이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5개 공기업발전회사, 민간 전력생산업체 등이 발전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기는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한국전력공사(한전)에 공급되며, 한전이 송전과 배전 업무를 전담하는 형태로 전력산업 체제가 형성돼 있다. 종전에는 한전이 발전과 송・배전 부문 전체를 독점해 왔으나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방침에 따라 2001년부터 발전 부문에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프랑스는 과거 우리나라의 한전과 같이 국영전력회사인 EDF가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0개 전력회사가 지역을 분할하여 지역별로 전력 수급을 책임지는 구조다. 즉, 지역 독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전력산업 체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전기는 국가 기간사업으로서 공공 부문의 참여가 일반적이다.     

전력산업 구성 체계         

        한수원+5개 발전사 전력거래소+한국전력                           한국전력     


발전단가는 원자력석탄화력, LNG, 신재생에너지 순이다     

  전기 생산에 투입되는 1차 에너지원은 수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다.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화력발전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들은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석탄 등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자력의 경우는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능력은 125,338MW이며, 설비별로는 석탄발전 28.0%, 가스발전 26.0%, 원자력 18.5%, 신재생에너지 11.4%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전설비 중 집단에너지는 열병합발전 등과 같이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하여 특정한 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내연력은 디젤엔진 등 내연기관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자가발전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수력발전 능력의 대부분은 양수발전이다.

  2019년의 연간 발전량은 503,040GWh였다. 발전설비별 구성비를 보면 석탄 39.0%, 원자력 25.9%, 가스 19.6% 등의 순이다. 석탄과 원자력발전의 발전량 비중이 발전설비에서 점하는 비중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설비정비 기간 등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동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저전력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설비별 발전능력과 발전량(2019년 기준)                   

  자료 : 에너지통계연보

  발전설비별로 발전단가가 다르다. 2019년 기준 kWh당 설비별 발전단가(한전의 구입단가)를 보면 원자력이 58.40원으로 가장 낮고 다음은 석탄발전 87.64원이다. LNG(복합화력) 발전의 경우 원자력의 2배 이상인 119.13원이며, 태양광 발전의 평균 단가는 167.27원으로 나타났다.     

설비별 발전단가     

   주 : 태양광은 한전의 정산단가(SMP)에 REC지원금을 합한 금액임

  자료 : 에너지통계연보

     

전력 공급이 부족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조절해야 한다. 물론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의 배터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있기는 하나 너무 비싸서 아직은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저장용량이 60∼100kWh인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만 해도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래서 평상시 기저전력용에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발전량으로 충당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LNG 복합화력을 가동한다. 우리나라에서 LNG발전소는 연간 평균 3개월 정도만 가동되고, 나머지 9개월은 운전 정지 상태다.

  전기 수요는 통상 냉방 수요로 인해 하절기에 최대치(peak; 첨두(尖頭) 수요)를 나타낸다. 간혹 동절기에 난방 수요로 인해 피크를 기록한 적도 있다. 첨두 수요에 대비하여 발전능력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블랙아웃(black out)이 되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능력의 여유분 비율을 전력예비율이라 하는데 6% 이하가 되면 블랙아웃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양수발전은 일종의 에너지 저장장치다     

  첨두 수요에 대비한 장치 중 하나가 양수발전이다. 양수발전이란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퍼 올려 저장한 후 피크 수요 때 상부댐 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의 일종이다. 즉,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여 발전하는 방식으로서 주요 설비는 상부저수지(댐), 하부저수지(댐), 발전기, 펌프, 도수로 등으로 구성된다. 상부댐으로 물을 퍼 올릴 때도 전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때 투입된 전력량이 400MWh이라면 양수발전으로 생산되는 발전량은 300MWh 정도에 그친다. 즉, 100의 전기를 투입하여 75만큼의 전기만 생산하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그것도 설비를 구축하는데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서 말이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100의 전기를 써서 100 이상의 전기를 절대 생산할 수 없다. 양수발전의 발전효율은 예에서와 같이 75% 수준이다. 왜 한수원은 이런 밑지는 장사를 할까? 한여름 낮 전기 수요가 피크인 시점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상부댐으로 물을 퍼 올릴 때 쓰는 심야전기가 물리적으로는 동일한 전기지만 둘 사이의 경제적 가치는 전혀 다르다. 달리 표현하면 양수발전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기를 저장하는 일종의 에너지저장장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청평, 삼랑진, 무주, 산청, 양양, 청송, 예천 등 7개 양수발전소에 기당 20만∼40만kW의 발전설비 16기가 설치돼 있다. 총 발전용량은 470만kW다.      

양수발전 개념도         

  자료 : 원자력신문


우리나라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기저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원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24기가 가동되고 있다. 가압경수로(PWR; pressurized water reactor)가 21기고, 월성 2,3,4호기는 CANDU(Canadian deuterium uranium) 형식의 가압중수로(PHWR; 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다. 고리 1호기는 영구 폐쇄됐고, 월성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가동 중인 원전의 총 발전능력은 2,325만kW이다. 

  원전은 원자로의 발전 단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중 고리 2호기와 월성 2,3,4호기는 2세대(GenⅡ)고, 나머지 대부분은 한국 표준형 원자로인 OPR1000이 장착된 제3세대(GenⅢ) 원전이다. 그리고 신고리 3,4호기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1,400MW 용량의 APR1400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제3세대+(GenⅢ+)로 분류된다. 우리나라가 UAE에 수출한 원전 모델도 APR1400이다. 현재는 1,500MW급의 APR+ 원자로가 개발된 상태다.     

원전의 세대 구분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444기이며, 54기가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형 원전사고로는 3건을 꼽을 수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에 소재한 TMI-2발전소에서 운전을 시작한 지 4개월만에 가압경수로(PWR)의 노심이 녹아내린 사고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원전의 안전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1986년에는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발전소는 흑연감속로(RBMK)를 사용하는 구식 원전이었다. 초기에 50여명이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했고, 피해 복구 및 원전 해제 과정에 참여한 인원 중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5,000명이었다고 보고됐다.

  마지막으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된 쓰나미로 침수됨으로써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를 들 수 있다. 아직도 방사능 오염수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접국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는 비등수형(BWR)인데 가압경수로에 비해 방사능 물질의 이동 면적이 넓어 사고 발생 시 오염수의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원전 건설과 관련한 비화들

고리 1호기 정부는 1967년 장기전원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1976년까지 5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후보지로는 부산시 기장군 고리와 경기도 고양의 행주산성이 검토됐다. 고리 주민들은 대거 상경하여 관계 요로에 청원하는 등 원전을 유치하기 위해 열성을 다했다. 원전이 입지하게 되면 부두시설과 도로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지역이 크게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요즈음에는 원전이 대표적인 기피대상 시설물이지만. 

  원전 입지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실사를 한다. IAEA가 두 후보지를 둘러 본 후 1969년 2월 고리를 최종 후보지로 낙점했다. 행주산성은 냉각수로 사용할 한강의 수질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강 물은 폐수에 의한 오염보다는 분변 등이 떠다니는 것이 결격 사유로 작용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1년 11월 착공하여 1977년에 완공됐으며, 1978년 4월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1번째 원전보유국이 됐다. 발전용량 587MW인 이 원전은 40년 동안 15만GWh의 전력을 생산한 후 2017년 6월 영구 폐쇄됐다.

한울 1,2호기 고리 1호기 이래 가압경수로(PWR)형 원자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해 왔으나 한울 1,2호기는 우리 정부가 1979년 프랑스의 프라마톰에 발주했다, 기기 공급 역시 프랑스의 알스톰이 담당했다. 우리나라가 초기 고속열차 차량으로 도입한 TGV를 제작한 알스톰사다. 원전 연료의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기술협력 증진을 위해 프랑스 업체에 발주한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사용 후 연료의 재처리 기술을 전수한다는 조건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미국이 우라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를 끌어들였다고 발끈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그럴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추측된다. 한울 1,2호기는 발전용량이 각각 950MW이고, 1982년에 착공하여 1988년과 1989년에 차례로 완공했다.

  프랑스 정부는 외국이 자국 기업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면 그 나라 유학생을 국비로 초청하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일종의 친불(親佛) 인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라 하겠다. 1974년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A300기를 도입하자 에어버스 장학생으로 한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였고, 한울 1,2호기 수주 이후 프라마톰 장학생이란 이름으로 다수의 우리나라 학생이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에는 보조금이 지급된다     

  최근 들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지구온난화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까닭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로 구분된다. 신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키거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나 열을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재생에너지는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유기체 등과 같이 재생이 가능한 요소들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에너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에너지로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 및 중질산사유 가스 등 3개종이, 재생에너지로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 폐기물의 8개종이 지정돼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발전 용도로 활용된다.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해양 조력(潮力)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할 경우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보다 발전단가가 높아서 특별 지원 없이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지원 시책을 운용해 왔다. 그 중 하나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in tariff)로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시행됐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전력 공급자에게 생산비와 판매가의 차액만큼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인데 10년간 총 지원액은 1조1,670억원에 달했다.

  이후 보조금 지급 주체는 발전사업자로 변경됐다. 500MW 이상의 발전능력을 보유한 발전사업자들은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자사가 직접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하거나 타인이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서라도 매년 일정 비율만큼 채워야 한다.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라고 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생산비율은 2012년부터 자사 총 발전량의 2%에서 시작하여 해마다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계획돼 있다. 2020년에는 7%가 적용됐으나, 2021년에는 9%로 대폭 높아졌다. 당초 계획표 상에는 2021년에 8%였으나 2020년 5월 규정을 개정하여 9%로 높였다. 2022년에는 10%를 적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생산비율이 대폭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발급해 준다. REC는 1MWh 단위로 매일 거래되고 있다. 2021년 8월 26일의 경우 태양광 1REC(1MWh)는 3만125원에 거래됐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여 대금을 받는 동시에 REC를 발전사업자에게 팔아 추가로 수익을 얻는다. 2019년 상반기의 경우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kWh당 한전에 판매한 금액 93.21원에다 REC 매각으로 얻은 수익 74.06원을 합해 총 167.27원의 수입을 올렸다.

  2020년에 정부가 RPS 규정을 개정했다. 이유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9년 발전사업자들의 RPS 의무공급량이 2,697만MWh였는데 반해 1∼11월의 REC 발급량이 이미 2,943만MWh에 달함으로써 공급 초과로 REC 가격은 폭락했다. 이에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아우성치자 발전사업자들의 의무공급비율을 높여 REC 수요량을 강제로 늘린 것이다. 또한 2021년 4월에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개정하여 의무공급비율의 상한선을 10%에서 25%로 대폭 확대했다. 이로써 이후 적용될 의무생산비율이 현재 10%에서 그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고압 송전과 변압기 철심의 성능이 전력 손실률을 좌우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을 타고 소비지 변전소로 보내지고, 소비지에서 배전망을 통해 수용가들에게 전달된다. 송・배전 과정에서 전압을 높이고 낮추는 승압과 강압이 이루어진다. 전압을 변경하는 곳이 변전소고, 조정하는 기기가 변압기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승압되어 154kV, 345kV, 765kV 등의 고압(high voltage)으로 송전된다. 고압으로 보내져야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고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의 손실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지 변전소에서 여러 차례 강압 과정을 거쳐 수용가마다 필요한 전압으로 전달되는데 가정용의 경우 전신주 변압기에서 220V로 강압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AC; alternating current)다. 모두가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전기를 발명했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교류 전기를 발명한 사람은 세르비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다. 일론 머스크(Elon Mask) 회사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 모델명인 테슬라도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에디슨의 전기는 직류(DC; direct current)였다.

  교류 전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1895년 나이아가라폭포 수력발전소에서 발전된 전기의 송전 사업을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하면서부터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테슬라가 참여한 전력기업으로 교류 전기를 취급했다. 직류로는 고압으로의 승압이 어려웠기 때문에 직류가 주종인 에디슨의 GE는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2017년 ‘The Current War’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교류 방식이 전기시장을 평정하면서 니콜라 테슬라는 일약 영웅이 됐다. 그의 고향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공항의 명칭도 니콜라 테슬라다. 테슬라는 191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송・배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변압기 성능이다. 전압기에 들어가는 철심이 송・배전 전력의 손실률을 좌우한다. 철심은 전기강판으로 만든다. 전기강판의 전기적 성질은 철판에 포함된 실리콘의 함량에 달려 있다. 실리콘의 비율이 높을수록 철심의 성능은 좋아지나 쉽게 부서져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고 성능의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철강회사는 포스코와 일본의 신일철주금이다. 가난한 개도국들도 전기강판만큼은 최고급 제품을 사용한다. 비싸게 생산한 전기이기에 손실률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송・배전 손실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19년의 손실률은 3.54%였다.

     

제조업 부문이 전기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기는 깨끗한 에너지다. 또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전기자동차나 철도 등 수송 부문에서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다른 에너지에 비해 전기의 소비 증가율이 높다.     

최종에너지 소비증가율(20102018년 연평균 %)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구조를 보면 제조업 부문이 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은 서비스업으로 27.5%이고, 가정용으로는 13.5%가 소비된다.

산업별 전력 소비량

  자료: www.kepco.co.kr (한국전력통계)

  전기에도 품질에 차이가 있다. 전기의 품질은 정격전압(예컨대 220V) 유지율, 정격주파수(우리나라에서는 60Hz) 유지율, 호당 정전시간으로 판정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급되는 전기는 3개 지표 모두 우수하여 최고의 품질 수준을 자랑한다. 정밀기계나 전자기기 등 산업에서는 전기에 연결하여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기 품질이 이들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외국인이 투자할 때도 투자국의 전기 품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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