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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10. 2022

제22화 - 가스이야기

천연가스는 과연 친환경에너지일까?

  세번째는 기체 에너지인 천연가스(natural gas) 이야기다. 천연가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발화성 탄화수소(hydrocarbon)류의 혼합기체다. 석유와 함께 채굴되는 경우가 많으며, 생성 시기 또한 석유와 마찬가지로 1억5천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와 쥬라기로 추정된다.

     

천연가스는 채굴 형태와 수송 방식에 따라 분류된다     

  천연가스는 매장된 형태와 채굴하는 방식에 따라 전통 가스(conventional gas)와 비전통 가스(unconventional gas)로 구분된다. 전통 가스는 원유와 함께 있거나 가스로만 채워진 지하 저류층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다. 반면에 비전통 가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이 어려운 지층에 함유돼 있는 가스다. 셰일가스(shale gas), 치밀가스(tight gas), 탄층메탄가스(CBM; coal bed methane),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등이 그것이다.

  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가스는 석유가스(petroleum gas)인데 프로판과 부탄이 주성분으로 공기보다 1.5∼2배 무겁다. 석유가스를 액화한 것이 LPG다. 반면에 천연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운 메탄이 주성분이다. 또한 석탄 등을 건류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천연가스(SNG; synthetic natural gas)도 있다. 그밖에 제철소의 코크스공장에서 제조 공정상 부생가스로 발생되는 코크스가스(COG)와 매립지에서 채집되는 매립가스(LFG) 등도 천연가스의 범주에 속한다.

  천연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석탄이나 석유처럼 수송하지 못한다. 그래서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반하는 방식에 따라 PNG (pipeline natural gas)와 LNG(liquefied natural gas)로 나누어진다. PNG는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소비지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공급하는 방식의 가스를 일컫는다. 육상 수송이 가능한 유럽이나 북미 등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인 LNG는 정제된 천연가스를 영하 161℃에서 부피를 1/600로 압축・액화하여 전용선인 LNG선으로 수송한 후 소비지에서 이를 기화시켜 가스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의 천연가스다. 해양으로만 수송해야하는 우리나라나 일본, 대만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부피만 1/290으로 압축한 기체 상태의 가스도 있는데 이를 압축천연가스(CNG; compressed natural gas)라 하며, 역시 전용선인 CNG Carrier로 수송한다.

     

화석연료 중 천연가스 소비 증가율이 가장 높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의 생산과 소비 증가율이 화석연료 중에서 가장 높다. 2020년 중 생산량은 4조7억m3로 2010년 대비 22.1% 늘어났다. 반면에 석유와 석탄 생산량은 같은 기간 중에 각각 4.2% 및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천연가스가 상대적인 청정연료라서 석탄화력 발전을 가스 복합화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등 다른 화석연료에 대한 대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됨에 따라 천연가스 공급량이 크게 증가하고, 이로써 타 에너지 대비 상대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다. 2020년의 경우 세계 전체 생산량의 24.6%에 해당하는 9,600억㎥을 생산했다. 2위국은 7,050억㎥(17.6%)을 생산한 러시아였고, 3위는 이란으로 2,340억㎥(5.8%)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 (1,950억㎥, 4.9%), 캐나다 (1,720억㎥, 4.3%), 카타르 (1,670억㎥, 4.2%) 등의 순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에 힘입어 2014년부터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 추이

   자료 : enerdata 


가스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가스량을 계량함에 있어 석유에서와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무게와 부피 기준 단위가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량 기준의 단위도 종종 활용된다. 무게 단위로는 톤과 TOE 등이, 부피의 경우 대개 입방미터(m3; cm)와 입방피트(f3; cf)로 표시된다. cm과 cf에서 앞의 자 c는 cubic의 약자(略字)고, 10억m3과 10억cf는 각각 cm과 cf 앞에 b를 붙인 bcm 및 bcf로 표시한다. b는 billion의 약자다. 열량 기준 단위로는 영국열량단위(British thermal unit)라고 하는 Btu가 흔히 사용된다. 1Btu는 1파운드(약 453그램)의 물 온도를 화씨 1도인 섭씨 5/9도 만큼 올리는데 소요되는 열량이다. 백만Btu는 M을 두 번 겹쳐서 MMBtu로 표기한다. 하나의 M을 붙인 MBtu는 천Btu로서 주로 건물 및 heating system과 관련된 에너지 단위로 사용된다.

  무게, 부피, 열량 기준 단위를 상호간 정확하게 환산할 수 있는 산식은 없다. 천연가스의 품위나 탄소함유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1Btu=1.054∼1.06kJ=252∼253kcal처럼 동일 기준의 단위 간에는 환산이 가능하다. J는 줄(Joule)로 1뉴턴(N)의 힘으로 1미터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로서 칼로리(cal)의 24% 정도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우리나라도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우리나라는 1985년부터 천연가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스발전과 가정용 연료 등으로 도시가스를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LNG 인수기지가 건설되고 가스 배관망이 확충됨에 따라 가스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1990년 233만톤이었던 천연가스 소비량이 2000년 1,456만톤, 2010년 3,308만톤, 그리고 2018년에는 4,229만톤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2019년에는 4,099만톤으로 전년비 3.1% 감소했다.

  용도별로는 발전과 도시가스용이 대종을 점한다. 2019년 실적치를 보면 총 소비량의 43.8%인 1,794만톤이 복합화력 등 가스발전에 사용됐고, 45.9%인 1,882만톤은 도시가스를 제조하는데 소비됐다. 그밖에 지역난방용으로 190만톤(4.6%)을, 산업용 등에는 232만톤(5.7%)이 사용됐다.   

우리나라의 용도별 가스 소비 추이         

  자료 : 에너지통계연보     

  2003년까지는 소비되는 가스 전량을 수입했으나 2004년부터 울산 앞바다에 있는 동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가 생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가스 생산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동해 가스전의 생산량은 2010년의 경우 41만4,800톤에 달했으나 2019년에는 19만8,300톤에 그쳤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매장량 고갈로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대신 동해 가스전으로부터 40km 떨어진 동해 6-1광구 중동부지역에서 새로운 가스전의 탐사를 위한 시추가 착수될 예정이다.

  2019년 기준 가스 수입선별 도입량을 보면 카타르가 1위로서 1,131만톤(27.8%)이고, 2위는 호주로 778만톤(19.1%), 3위는 미국으로 523만톤(12.8%), 그밖에 말레이시아 480만톤(11.8%), 오만 395만톤(9.7%), 인도네시아 224만톤(5.7%) 등의 순이다. 이 해에 부피 기준으로 518억m3의 가스를 수입한 우리나라는 LNG 수입국 순위로 일본(1,032억m3)과 중국(774억m3) 다음의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비전통 가스 또한 우리나라에 부존돼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비전통 가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채굴하는 신기술이 개발되는데다 가스 가격의 상승에 따라 경제성이 점점 더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전통 가스는 전통 가스와는 달리 수직 시추공을 통해서는 채집될 수 없는 형태로 매장되어 있는 셰일가스 등을 말한다. 비전통 가스로 분류되는 셰일가스, 치밀가스, 탄층메탄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을 자세히 알아본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쌓여 굳은 셰일(혈암)층에 함유된 메탄가스다. 셰일의 공극률(空隙率; 입자 사이의 빈공간 비율)과 투수율(透水率; 암석 내로 지하수 침투 가능 비율)이 낮아 수직 시추로는 가스를 포집하기 어렵다. 반면에 경질 암반의 사암층에 함유된 가스인 치밀가스의 경우는 사암의 공극률과 투수율이 셰일보다는 높아 수직 시추를 통해서도 가스의 일정 부분을 포집할 수 있다. 탄층메탄가스는 석탄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석탄에 흡착된 메탄가스를 지칭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영구 동토나 심해저에 미생물이 퇴적하면서 발생된 메탄가스 분자가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으로 얼음에 밀폐돼 있는 고체 에너지원이다.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나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르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이라고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 내에는 고체 부피의 170배에 달하는 메탄이 함유돼 있다. 독도 해저에는 6억톤 가량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1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물량이다. 그래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영토 분쟁이 가스하이드레이트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셰일가스 생산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로는 비전통 가스 중에서는 셰일가스의 생산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셰일가스 채굴법인 수압파쇄법(fracking)과 수평시추법이 실용화됐기 때문이다. 수압파쇄법은 지하 2∼4km 깊이의 셰일층에 화학첨가물과 모래 섞은 물을 시추관을 통해 500∼1,000기압으로 분사하여 파쇄한 후 가스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조지 미첼이 1998년에 상용화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고압 분사로 인해 지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비단 셰일가스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는 비전통 에너지 분야에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한편 수평시추법은 지표에서부터 가스가 부존된 셰일층까지 수직으로 파이프를 삽입한 후 셰일층에서부터는 수평으로 진입 각도를 변경하여 가스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셰일가스 포집 개념도

  자료 : 매일경제

  셰일에너지는 세계 각지에 매장돼 있다. 전 세계 셰일오일 매장량은 3,350억배럴, 그리고 셰일가스는 207조m3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셰일에너지를 많이 생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셰일에너지의 생산을 크게 늘려서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말이다. 중국이 셰일가스의 최대 매장국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은 지지부진하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전 국토가 국유지여서 셰일가스가 부존돼 있더라도 이를 개발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기 어렵다. 둘째,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주체는 에너지기업들인데 중국의 에너지기업은 국영의 대형 기업이다. 미국에서는 소규모의 민간 에너지기업들이 셰일가스전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셋째, 가스를 생산하더라도 소비지까지 파이프라인으로 수송해야하나 배관망이 부족하고, 생산에 필요한 고강도 파이프 등 소재와 기술도 낙후된 수준이다. 넷째, 수압파쇄법에서처럼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데는 다량의 물이 소요된다. 중국의 셰일가스는 물이 부족한 신장, 동북3성, 내몽고 등에 주로 분포돼 있다.     

셰일오일 및 가스 매장량      

  자료 : 한국에너지공단 블로그 (2018.3.21)

     

천연가스는 청정연료가 아니다     

  흔히들 천연가스를 청정연료로 분류한다.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연소 시에 열량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한 수치, 즉 이산화탄소 배출계수가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낮다. 석유의 71%, 석탄에 비해서는 56% 수준이다.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의 배출량도 아주 적은 편이다. 미세먼지 등 분진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구온난화 방지와 환경 보전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복합화력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타당하다고 여겨지나 미국에서는 현재 전력생산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가스발전소를 점진적으로 폐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방침이고, 원자력 발전의 확대 여부도 검토 중이다.

  천연가스를 연소할 때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셰일가스의 경우 수압파쇄법 사용에 의한 환경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채굴 시 포집되지 못하고 방출되는 메탄가스는 온실가스로서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화석연료의 환경 문제는 채굴에서 사용 후 처리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화석연료별 오염물질 배출량             


미국산 셰일가스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운송된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꽤 많이 쓰는 나라여서 가스 수출국에게는 매력 있는 고객이다. 그래서 한국에 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도 나섰다.

  먼저 미국산 셰일가스의 도입 과정을 살펴본다. 가스는 통상 15∼25년의 장기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가 기존에 체결했던 여러 건의 장기계약들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미국은 자국산 셰일가스의 도입을 요청했다. 미국 셰일가스는 다른 천연가스에 비해 열량이 다소 낮으나 가격경쟁력은 높은 편이다. 가스 가격은 대체로 유가에 연동돼 움직인다. 미국산 셰일가스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36.2달러 이상이면 채산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외적 요인까지도 검토한 후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부터 도입이 시작됐는데 우리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미국이 에너지 자원의 수출을 금지하는 시기였다(현재는 에너지수출금지 조치가 해제되었음). 그러나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한-미 FTA에 근거하여 예외로 인정했다.

  미국의 셰일가스전은 중・동부 지역에 분포돼 있고, 액화설비를 갖춘 수출터미널도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 운송하자면 LNG선이 파나마운하를 통과해야만 한다. 1914년 개통된 연장 82km의 파나마운하에는 Panamax급이라고 부르는 9만톤 이하의 선박만 통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미국은 파나마 운하가 확장 중이어서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확장 공사가 지연되기는 했으나 다행히 2016년 6월 완공됐고, 현재는 Neo-Panamax급인 12만톤 규모의 선박까지 운항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셰일오일과 가스의 생산으로 미국은 에너지 자급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수출 재개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졌다. 에너지 부문에서 미국의 부상은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중동과 베네수엘라 등 기존 산유국들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미국이 이란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었던 것도 에너지 자급과 무관하지 않다. 가히 셰일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는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2019년 12월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2,900km 길이의 가스관인 ‘시베리아의 힘’ 개통을 계기로 양국 간 관계는 더욱 밀착되고 있다. 한편 서유럽국가들은 미국산 셰일가스의 수입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됐다. 우리나라도 미국산 가스 도입으로 대미 무역흑자 폭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통상압력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처럼 미국의 세일혁명은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베리아산 PNG 도입은 리스크가 크다     

  한-러 간 에너지 협력은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도입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사업은 오랫동안 논의돼 왔으며, 구체적인 추진 계획까지 협의됐다. 논의 과정은 이러하다.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의 유전과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고, 한-러 간에 가스관과 송유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06년 10월에는 한-러 총리회담 석상에서 양국 간 「가스산업 협력 협정」이 서명됐다.

  우리나라에서 정권이 바뀐 후에도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됐다.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때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에 합의하고, 한국가스공사와 가스프롬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1년 11월 이명박-메드베데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에서는 파이프라인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합의됐다. 2017년부터 30년간 연간 750만톤의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도입한다는 목표 하에 사업추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한과 러시아의 정치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진행되지는 않았다. 

  시베리아산 PNG 도입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택 가스인수기지까지 1,200km를 가스관으로 연결하여 연간 최대 750만톤의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것이다. 평양을 경유한 파이프라인 건설 방안도 검토됐는데 이 경우 총연장은 1,500km에 달하게 된다. 건설비는 30억∼40억달러로 추산됐다.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열량이 m3당 9,500kcal로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 대비 9% 정도 낮은 수준이다. 열량 제고를 위한 추가부담은 750만톤 기준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PNG는 LNG에 비해 수송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계산된다. MMBtu당 PNG 수송비는 0.31달러로 LNG 0.94달러의 1/3 수준이며, CNG의 0,6달러에 비해서도 절반 정도다. 그런데 파이프라인이 가동되면 북한에 가스관 통과 수수료 명목으로 매년 1억∼1.5억달러씩 지급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한-러 간에 심도 있게 논의됐지만 무산됐고, 대신에 우리나라는 미국산 셰일가스의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750만톤은 연간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요량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많은 물량이다. 비록 러시아가 안정적인 가스 수송을 보장한다고 해도 변덕스런 북한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또 하나의 리스크 요인을 안게 됨은 틀림이 없다.     

-러 가스 협력사업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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