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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17. 2022

제24화 - 환경이야기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국민의 환경 의식을 일깨웠다

  1991년 3월 14일 경북 구미시에 소재한 두산전자 공장에서 페놀원액을 저장하는 탱크의 파이프 파열로 페놀 30톤이 누출됐다. 흘러나온 페놀은 낙동강으로 유입돼 대구시의 수돗물 취수장인 다사정수장에 도달했다. 퍼 올린 원수에서 악취가 나자 다사정수장에서는 소독한답시고 페놀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염소를 투입하여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전대미문의 수돗물 오염사고로 1천만명이 고통을 겪었다

  페놀에 오염된 낙동강 물은 계속 흘러 부산시와 마산시의 취수장에까지 이르렀다. 영남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수돗물이 페놀에 오염됐던 것이다. 1천만 낙동강 유역의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두산전자에 대해서는 30일간 조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20일 만에 두산전자의 조업은 재개됐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4월 22일 두산전자 공장에서 페놀이 또 다시 누출됐다. 이번에는 페놀을 송출하는 파이프가 파손되어 1.3톤의 페놀이 흘러 나왔다. 그중 1톤은 회수했으나 나머지 0.3톤의 페놀은 낙동강으로 유출되어 대구시 취수원을 재차 오염시켰다. 이 사고로 두산전자는 7월 1일까지 64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다시 받았다, 

  그러자 전자업계가 아우성을 쳤다. 특히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드는 업체들이 타격을 받았다. 두산전자가 우리나라에서 마더보드라 불리는 PC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이다. 두산전자의 조업정지로 일본에서 회로기판을 긴급 수입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했지만 PC 생산의 차질은 불가피했다.

       

프레온가스 사용 규제로 경제계는 긴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제환경규제도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몬트리올의정서(Montreal protocol)」란 국제환경협정이 경제계의 긴장을 촉발했다. 이 의정서의 정식명칭은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의정서」다. 지구 성층권을 덮고 있는 오존층에 구멍이 나서 인체에 위해를 주고 있다는 과학적 분석에 근거하여 채택됐다.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조사(照射)되는 자외선을 일정 부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데 오존층 파괴로 차단 기능이 약해져 피부암과 백내장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원인은 프레온가스라고 하는 염화불화탄소(CFC)와 할론 등이 성층권까지 올라가 오존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프레온가스는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이 개발한 신물질이다. 워낙 완전한 물질이어서 성층권에 도달할 때까지 분해되지 않아 그렇다는 것이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이들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1987년 9월 국제협약 형태로 채택됐고, 1989년 1월부터 발효요건을 충족하여 시행에 들어갔다. 

  CFC를 함유하거나 제조 과정에서 CFC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규제한다는 것이 「몬트리올의정서」의 골자다. CFC는 냉장고나 에어컨 등에 냉매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전자부품 등을 제조할 때 세정제로도 쓰이며, 우레탄폼에는 발포제로서, 그리고 스프레이의 분사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물질이다. 주로 전자와 자동차 등 산업에서 사용되며, 당시 관련 제품의 국내 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우리 경제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우선 1992년 2월 「몬트리올의정서」에 가입한데 이어 CFC 대체물질 개발에도 나섰다.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CFC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한 결과 오존층 파괴가 두드러졌던 남극권의 경우 오존홀이 현저하게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낙동강페놀오염사건과 「몬트리올의정서」는 환경오염이 자체로서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정부 내에 지구환경대책과 관련한 기구들이 설치되고, 국책경제연구기관마다 환경경제 분야를 연구할 담당자가 지정됐다. 당시 산업연구원(KIET)에 근무했던 필자도 그 중 1인에 지명되어 5년 이상 관련 분야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환경개선은 1인당 소득 51만달러 수준에서 시작된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환경오염이 심해지다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 관리도 보다 철저히 함으로써 환경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소득 수준과 환경오염의 상관관계를 도시한 곡선을 환경쿠즈네츠곡선(EKC; Environmental Kuznets Curve)이라 부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 교수가 1인당 소득과 소득불평등 수준을 그래프로 표시하면 역U자 형태가 된다고 분석했는데 소득과 환경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1990년대 초 세계은행의 실증분석 결과 1인당 소득이 5천∼1만달러 수준까지는 환경오염이 심해지다가 그 이상에서는 점차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1980년대 말에 5천달러 수준이었고, 1990년대 중반에는 1만달러에 도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무렵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래 그래프는 런던정경대의 샤픽(Minouche Shafik) 교수가 1994년 세계은행에 근무할 당시 미세먼지 농도와 1인당 소득의 상관관계를 각국의 패널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를 도시한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와 1인당 소득의 상관관계

 ㎍/㎥ 

                                                                          1인당소득(1985년 불변달러)

   자료 : Shafik(1994)

     

선진국들도 대형 환경사고 후에야 환경제도를 정비했다     

  지금의 환경 선진국들도 과거에는 다양한 형태의 환경사고들을 경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경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왔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사례들을 살펴본다.

#1. 미국의 러브 커낼(Love Canal) : 1890년대 초 미국의 윌리엄 러브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운하 건설을 추진하다가 도중에 파산했다. 그동안 굴착했던 1.5km 길이의 구덩이는뉴욕주의  나이아가라폴스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1947∼52년 기간 중 2만2천톤의 화학폐기물이 이 구덩이에 매립됐고, 그 위에 흙을 덮어 택지로 조성됐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기형아 출산도 많아졌다. 토양을 복원하기 위해 2억5천만달러를 투입했음에도 이 지역은 ‘죽음의 도시’로 방치된 채 남아 있다. 1980년 연방정부는 이러한 토양오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퍼펀드(Superfund)법」 제정했다.

#2. 영국의 런던 스모그(The Great Smog) : 1952년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영국 상공에는 안정된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바람 한 점 없는 대기 정체 상태가 지속됐고, 대기층 상하 간의 기온 역전으로 차가운 안개도 발생했다. 또한 혹한이 지속되어 난방용 석탄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당시 대중교통 체계를 버스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이어서 경유 차량의 운행량도 증가했다.

  여기서 배출된 아황산가스가 안개와 결합하여 런던은 pH2의 강산성인 황산안개로 뒤덮혔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고, 4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모그가 사라진 후에도 후유증으로 8천여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여러 차례 발생한 런던스모그 중 1952년의 것을 The Great Smog라 부른다. 영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1956년 「공기청정법(British Clean Air Act)」을 제정하고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3. 일본의 이따이이따이병과 미나마따병 : 이따이이따이병은 도야마현(富山縣) 진즈강(神通川) 하류 일대에서 발생한 공해병이다. 원인은 아연광산에서 배출된 카드뮴에 중독된 것으로 밝혀졌고, 1968년 일본 후생성이 공해질환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따이이따이는 ‘아프다 아프다’란 뜻의 일본어다.

  미나마따병의 미나마따는 지명이다. 1956년 구마모토현(態本縣) 미나마따시(水候市)와 인근 지역 어민들에게 원인불명의 신경질환 증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7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18명이 사망했다. 미나마따시 대표기업인 신일본질소주식회사에서 아세트알데히드 제조 공정 중에 생성된 메틸수은이 미처리된 채 바다로 배출됐고, 이 물질이 어패류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어 수은중독증을 일으킨 것이다. 이 또한 일본 후생성에 의해 1968년 최종 확인된 환경질병이다.

     

전문가와 국제기구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환경파괴는 자원의 남용과 성장의 반대급부로서 요구되는 그늘이다. 환경론자와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환경오염의 폐해를 경고해 왔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해충 퇴치를 위해 살포한 DDT로 인해 새들이 떼죽음 당해서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는다는 내용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발간했다. 환경운동의 효시로서 미국이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로마클럽은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를 발간했다. 이 책은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으로 세계가 2030년경에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같은 해 UN도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설립되고,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도 제정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회의에서는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이로써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한 기본 틀이 마련된 것이다. 

     

분야별 환경오염물질과 측정단위는 다양하다     

  환경문제는 대기, 수질, 폐기물, 자연보전, 환경복원, 국제협력 등 분야로 구분된다. 분야별 관리목표와 대상 오염물질은 다음 표와 같이 요약된다.      

분야별 환경관리 목표와 대상 오염물질                         

  환경관련 용어와 측정단위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대기나 수질 등 분야에 적용되는 오염물질 배출 허용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총 배출한도를 부여하는 총량기준과 배출오염물질의 비중 또는 비율을 제한하는 농도기준이 그것이다. 총량기준은 기후변화협약이나 탄소배출권 거래에서처럼 일정기간 내에 배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 규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총량규제의 사례 중 하나다.

  농도기준은 대기나 물속에 들어있는 오염물질의 비율을 규제하는 것으로 ppm 등으로 표시된다. ppm은 parts per million의 머리글자로서 100만분의 1이란 뜻이다. 즉, 1ppm은 1㎎/ℓ 또는 1cc(㎖)/m3과 같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이라면 1m3의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400cc 들어있다는 의미다. parts per billion의 약자로 10억분의 1을 표시하는 ppb란 단위도 있다. 1ppb는 1mg/m3나 1cc/1,000m3와 같다.

  먼지(분진)의 크기는 PM**으로 표시한다. PM은 particulate matter의 약자다. PM2.5는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인 초미세먼지이며, 학술용어로는 에어로졸(aerosol)이라 한다. 1μm는 100만분의 1m다. PM10은 10μm 이하 크기의 미세먼지를 뜻한다. 부유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로서 10nm∼100μm의 입자성 물질이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 즉 1/1,000μm다. 100μm이상의 입자성 물질은 공기 중에 아주 짧은 시간만 체류한다.

      

BOD 수치는 높은 것이 좋을까     

  BOD(biochemical oxygen demand)는 수질오염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으로 호기성(好氣性) 미생물이 물속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을 말하며, ppm으로 표시한다. 오염물질이 많으면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활발하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운동에 필요한 산소량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오염이 심할수록 BOD 수치는 높아진다. 화학적 산소요구량인 COD(chemical oxygen demand)는 미생물 대신 과망간산칼륨이나 중크롬산칼륨 등 수용액을 산화제로 투여하여 물에 있는 오염물질(유기물질)을 정화할 때 요구되는 산소의 양을 의미한다. 역시 ppm으로 표시된다.

  DO(dissolved oxygen)는 용존산소로 수중에 녹아있는 산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오염된 유기물이 많으면 산소 소비가 늘어나 물속의 산소 용해도는 낮아진다. 오염물질이 없는 포화용존 산소량은 통상 9ppm 수준이다. 물이 오염될수록 DO가 낮아지므로 BOD나 COD와는 달리 DO 수치는 높을수록 깨끗한 물이다. 총인(T-P; total phosphorus)이란 지표도 있다. 물속에 녹아 있는 인(P)화합물의 농도로 호소나 하천의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척도다. 단위는 ㎎/ℓ다. 인은 합성세제, 축산폐수, 농업폐수(비료)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녹조와 적조의 주 원인물질이다.

  국제환경협정에서 협약과 의정서란 용어가 각기 달리 사용되고 있다. 협약(convention)이란 「기후변화협약」처럼 국제조약으로서 당사자(가입국) 간 협정으로 채택된다. 의정서(protocol)는 협약의 하부조약이다. 협약에서 위임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국내법 체계에서 법률과 시행령의 관계와 비슷한 개념이다. 예컨대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규제사항을 담고 있는 「교토의정서」를 들 수 있다. 협약이든 의정서든 국제협정의 발효 요건은 조문에 명시돼 있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발효요건이 50번째 국가가 가입한 후 90일 경과하고, 가입국의 오염물질 총배출량이 세계 전체의 50% 이상일 경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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