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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21. 2022

제25화 - 물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물싸움은 치열하다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는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였다. 가뭄과 홍수가 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중국에서는 일찍이 남쪽의 풍부한 물을 북쪽으로 끌어다 쓰는 남수북조(南水北調)를 위해 운하도 건설했다. 그런데 과거의 물 문제가 수급(quantity)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수질(quality) 관리라는 한 요소가 더해졌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모내기철에 가뭄이 들면 논물대기 전쟁이 벌어진다. 논 물꼬를 둘러싸고 이웃 간 살인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가뭄이 계속되면 나라님과 지방 수령들이 기우제를 지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늘은 기우제의 염원을 언제나 들어줬다.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물을 풍부한 재화로 인식해 왔다. 낭비하는 행위를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에서와 같이.  

  물은 하천과 댐, 지하수에서 공급받는다. 지하수의 비중은 크지 않고 댐수도 하천수를 모은 것이어서 결국 물 공급은 강수량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mm로 세계 평균치 813mm의 1.6배다. 그렇지만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2,546m3로 세계 평균치 15,044m3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하절기에 집중되어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1인당 연간 1,488m3에 그친다.

  우리나라에서는 물 수요량을 매 5년마다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최근 조사의 기준연도인 2016년에는 372억톤이었다. 용도별로는 생활용수가 전체의 20%인 76억톤, 공업용수 23억톤(6%), 농업용수 152억톤(41%)이었고, 33%에 달하는 121억톤은 유지용수로 쓰였다. 용수 372억톤의 공급원을 보면 33%인 122억톤은 하천수에서, 41억톤(11%)은 지하수로 충당된 반면 56%에 달하는 209억톤의 물은 댐수로 공급됐다.

  해수담수화와 중수도(中水道) 사용도 검토하거나 시범적으로 시행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값이 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해수담수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담수화설비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보유한 독보적인 기업이다.

     

소양강댐은 건설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댐이었다     

  우리나라는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다목적댐을 건설해 왔다. 다목적댐이란 농업용 관개수를 비롯한 생활 및 공업용수 공급과 홍수조절, 발전 등 다양한 용도로 물을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저수시설이다. 이 중 우리나라 최대의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건설 과정을 살펴본다. 댐 높이 123m에 길이 530m에, 발전능력 20만kW와 저수량 29억톤인 소양강댐은 1967년에 착공되어 1973년 완공됐다.

  저수량이 중국 양자강에 건설된 싼샤(三峽)댐의 390억톤이나 미국 콜로라도강에 세워진 후버댐의 저수량 320억톤에 비해서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나 소양강댐은 당시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의 댐이었다. 정부는 이 댐 건설을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과 함께 3대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총 건설비는 317억7천만원이었는데 이 중 2,161만달러(약 75억원)를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충당했다.

  당초 설계를 담당한 일본공영은 소양강댐을 중력콘크리트댐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의 정주영 회장이 사력댐을 제안했다. 정 회장은 제안 이유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사력댐은 폭파에 강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소할 수 있고, 현장에서 자재 채취가 가능하며, 시멘트 수송비도 절감된다는 이점을 들었다. 현대건설이 충북 단양에 시멘트공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익 차원에서 주장했던 것이다. 이 제안을 박정희 대통령이 수락함으로써 사력댐으로 건설됐으며, 공사비는 당초 예정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돗물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값으로 공급된다      

  댐과 하천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하고 관리・운영하며, 수돗물 공급은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로 돼 있다. 지자체가 댐수를 공급받거나 하천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할 때 원수 사용료를 한국수자원공사에 지급한다. 지급요율은 톤당 댐수가 233.7원이고, 하천수는 52.7원이다.

  서울시의 경우 광암, 자양, 강북, 풍납, 암사 등 5개 취수장이 있는데 팔당댐 원수를 공급받는 광암취수장을 제외하고는 한강에서 직접 취수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일 취수량은 317만톤이고 이 중 108만톤은 암사취수장에서 취수된다. 팔당댐의 수도권 광역상수도로부터 공급받는 원수는 취수 총량의 6.3%인 19만9천톤에 불과하다. 2018년 서울시의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319리터였으며, 평균 공급가격이 톤당 519원로 원가 713원에 대비한 원가율은 79.8%에 그쳤다.

     

수질 보전에는 하수관로의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이제 물의 품질인 수질 문제를 짚어보자.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폐수가 강, 호수, 해양, 지하수 등에 유입되어 수질이 저하되는 것을 수질오염(water pollution)이라 한다. 오염수의 처리 과정을 보면 오염원에서 배출된 오염수는 하수관로를 타고 하수종말처리장에 모여진다. 여기서 정화 처리된 후 하천 등으로 방류된다.

  오염원은 가정(생활하수)이나 공장(산업폐수) 등과 같이 고정된 장소인 점오염원과 농경지(비료), 숲(유기물), 도로, 광장 등의 비점오염원으로 구분된다. 하수관로는 오수와 우수(빗물)관로를 분리해서 설치한 분류식과 둘을 통합한 관로인 합류식으로 나뉜다. 어떤 형태든 지하수 등의 유출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로의 유지・보수가 중요하다. 하수종말처리장은 하수관로를 통해 들어 온 오폐수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오폐수가 적정 수준으로 정화 처리되기 위해서는 오폐수 오염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돼야 한다. 생활하수의 BOD 농도가 평균 200ppm인데 최소한 100ppm 이상이어야 정화 처리가 가능하다. 깨끗한 오폐수에서는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의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이가 부족해서 굶어 죽는 미생물들이 발생하기에 그러하다. 깨끗한 오폐수는 주로 하수관로가 파손되어 지하수가 유입된데 기인한다.  

  생활폐수계에서 오염도가 높은 오염물질로는 폐식용유를 들 수 있다. 오염농도가 BOD 기준 거의 100만ppm에 이른다. 따라서 폐식용유를 분리수거하여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재생비누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의 오염도도 수만∼수십만ppm 수준인데 도수에 비례하여 높아진다. 굳이 얘기하자면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남은 술을 버리지 않고 마셔 없애야만 한다. 참고로 BOD 기준 수질에 따라 하천수나 호소 등에 매겨지는 등급은 다음 표와 같다. 물론 COD나 DO 기준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

하천 및 호소의 수질 등급                    


런던에서는 하수처리시설 미비로 전염병이 확산됐다     

  19세기 중반 램버트(Lambert)와 서더크&복스홀(Southwark& Vauxhall)이란 2개 회사가 런던 전 지역에 수도(상수)를 공급했다. 서더크&복스홀은 소호 지역의 지하수를 관정하여 취수원으로 사용했고, 램버트는 1849년 취수장을 템즈강에서 교외로 이전했다. 콜레라가 유행할 때 종전까지는 런던 전 지역에서 골고루 환자가 발생했으나 1854년의 경우는 특정지역에서의 감염률이 평균치보다 8∼9배나 높게 나타났다.

  의사인 존 스노우(John Snow)가 원인 조사에 나섰다. 콜레라 환자들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서더크&복스홀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가구들에서 집중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호 지역에는 하수시설이 없어 콜레라균에 오염된 하수가 상수 취수원에 유입됐고, 서더크&복스홀이 운영하는 상수도 배관망을 타고 확산됐기 때문이었다. 존 스노우의 분석 자료는 최초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이자 역학조사이면서도 하수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로 꼽힌다.

     

용수 확보와 수질 개선을 둘러싼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물길 따라 윗동네와 아랫동네 간 물싸움이 빈발하고 있다. 수량 뿐 아니라 수질을 둘러싼 분쟁도 적지 않다. 특히 인구 규모에 비해 용수 공급이 여의치 않는 낙동강 수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 간 물싸움을 빚고 있는 몇몇 사례들을 살펴본다.

#1. 대구와 구미 간 취수원 이전 2011년 이래 10년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사안이다. 대구시는 구미공단에서 수질오염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대구시의 낙동강 취수구를 구미공단 상류에 있는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여 구미시와 공동으로 사용할 것을 구미시에 요구했다. 평상시에는 하루에 30만톤씩 취수하고, 갈수기에는 취수를 중단하는 대신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하면 50만톤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미시는 취수량이 늘어나면 상수원보호구역의 확대가 불가피하고, 구미시의 용수 사용에 차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환경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2.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낙동강 지류인 남강에 남강댐이 건설되어 가용저수량 1억8천만톤의 진양호가 생겨났다. 이 물은 농업용수와 진주 및 사천시에 상수로 공급된다. 30년 전 낙동강페놀사고가 발생하자 부산시가 남강댐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는 안을 제안했다. 남강댐의 운영수위를 41m에서 45m로 높이면 하루 65만톤의 용수를 부산시와 동부 경남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주 등 서부 경남지역이 용수 부족을 이유로 계속 반대함으로써 갈등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3. 반구대 암각화 보호와 울산의 상수원 확보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 바위벽에 그려진 높이 2,5m, 길이 9m의 선사시대 암각화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현재 울산시는 태화강에 건설된 3개댐에서 1일 37만톤의 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사연댐은 암각화 발견 이전에 태화강에 건설된 2개댐 중 하나인데 만수가 되면 상류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된다. 따라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사연댐의 댐고를 낮추어야 하나 이 경우 용수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대신 현재 대구시의 상수원인 운문댐에서 취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또한 해평취수장으로의 대구시 취수원 이전과 맞물려 있어 해결되지 않고 있다.

#4. 대구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 1991년 대구시는 광역자치단체 중 국가산업단지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위천국가산업단지의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하류의 부산시와 경남지역에서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무산됐다. 대구시는 2009년에야 폐수 배출이 적은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과학산업단지의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을 귀중한 재화로 보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이처럼 낙동강 수계에서 물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 북부에서 부산에 이르는 유역면적 2만3,400km2의 낙동강 수계에는 1,000만명 이상의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필요한 용수를 낙동강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데 낙동강은 하상계수가 높고, 표고차가 작아 댐건설이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하천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수량과 수질 양면에서 용수 공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물은 귀중한 재화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용수 공급을 확대하고 수질보전에 만전을 기하며, 물 분쟁의 조기 해결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우리 모두가 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이제부터는 ‘물을 돈 쓰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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