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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24. 2022

제26화 - 쓰레기이야기

30년 전에는 쓰레기통계도 쓰레기였다

  쓰레기란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버리는 물건을 일컫는다.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부패하여 쓰지 못할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도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가치가 없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찬 것이 쓰레기다. 이번에는 한자말로는 폐기물이라고 쓰는 쓰레기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약 50만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폐기물은 발생 장소에 따라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과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사업장폐기물로 나뉜다. 사업장폐기물은 다시 사업장일반폐기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로 분류된다. 사업장일반폐기물은 주로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과 사무실 등에서 발생하는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구분된다. 건설폐기물은 토목·건설공사 등과 관련하여 배출되는 철거물 잔해, 폐자재 등을 말한다. 지정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 중 폐유・폐산 등과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 함유된 폐기물이다. 

  이러한 폐기물 분류체계를 재정리하면 생활폐기물과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을 합한 생활계폐기물과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그리고 건설폐기물 및 지정폐기물 등 4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폐기물 총량은 49만7,238톤이었다. 이 중 건설폐기물과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이 각각 44.5% 및 40.7%를 점했고, 생활계폐기물은 5만7,961톤으로 11.7%를 차지했다. 지정폐기물은 3.1%였다.  


생활계폐기물의 재활용률은 세계 2위다     

  폐기물은 소각, 매립, 재활용과 해역배출 등의 기타 방법으로 처리된다. 재활용되는 비율이 86.6%로 가장 높고, 6.1%만 매립 처리된다. 생활계폐기물의 처리는 기초자치단체가 담당하는 반면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건설 및 지정폐기물의 경우는 배출자인 사업자가 처리해야 한다. 또한 생활계폐기물의 발생원은 전국의 모든 가구과 사무실 등으로 아주 많다. 그래서 폐기물 정책의 주 대상은 생활계폐기물에 맞춰져 있다. 여기서도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생활계폐기물의 하루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인당 1.09kg으로 여러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처리방법별로 보면 재활용이 59.7%로 높고, 소각 25.7%, 매립은 12.7%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3∼4년 전 플라스틱폐기물의 수출 중단으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데서도 나타났듯이 재활용률이 과다하게 평가되지 않았나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이름의 한강변 난지도는 쓰레기 산이 됐다     

  난지도(蘭芝島)는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비유하는데 사용하는 난초와 지초를 함께 뜻하는 의미의 이름이 붙여진 섬이다. 서울 상암동 한강변에 있었던 면적 272만㎡인 하중도(河中島)였으나 현재는 육지와 연결돼 있다. 이 섬은 1978년 서울시 쓰레기매립장으로 지정된 후 1993년까지 15년간 9,200만톤의 쓰레기가 쌓여 높이가 거의 100m에 달하는 쓰레기 산이 됐다. 현재는 서울의 쓰레기 처리는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쓰레기 매립지가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에는 가정에서 연탄을 주종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연탄재의 매립량이 많아 산처럼 높게 쌓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매립 종료 후 안정화 작업 과정에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됐다. 동아건설산업이 약 1,600억원에 수주 받아 사업을 수행했다.

  안정화 사업이 끝난 후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여 인근 상암월드컵 구장과 연계한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등 5개 테마 공원으로 조성됐다. 이 중 난지도 매립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세계 최대의 위생매립 방식 쓰레기매립지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 앞바다를 매운 동아매립지 중 청라국제지구를 제외한 지역에 조성됐다.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왕길동에 제1·2·3매립장이,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학운리와 대곶면 대벽리에 걸쳐 제4매립장이 소재한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위생매립 방식의 쓰레기매립지다. 매립용량은 2억2,800만톤이고, 4개 매립장과 기타부지 등 총 16.85km²로 구성돼 있다.

  제1매립장 4.09km²에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 6,400만톤의 폐기물이 매립됐고, 현재는 사후관리 중이다. 2013년 매립장 상단 46만평에 조성된 36홀의 드림파크 골프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시에 골프경기장으로 사용됐다. 또한 녹색바이오단지에는 승마장과 수영장이 건설됐으며, 인천아시안게임의 승마와 수영경기 종목이 여기서 치러졌다.

  3.81km²인 제2매립장에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8,000만톤의 폐기물이 매립됐고, 현재 사후관리 중이다. 제3매립장은 총 면적이 3.07km²인데 2018년 9월부터 3-1공구(1.03km²)에서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제4매립장은 면적이 3.89km²이며, 최장 50년 정도까지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기타 부지로 1.99km²가 배정돼 있다. 

     

1996년부터 매 5년마다 폐기물총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생활폐기물에 관한 통계를 1985년부터 공표해 오고 있다. 그러나 1991년까지는 용적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였다. 쓰레기 운반차량의 적재량을 기준으로 산정했던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한 1991년의 생활계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92,246톤이었고, 1인당으로는 2.38kg/일이었다. 연탄재의 비중이 28.5%였다. 1992년부터는 중량 기준으로 변경했으나 적용 지역이 서울과 경인, 부산, 대구 및 충북 등 일부에 국한됐다. 그래서 통계의 일관성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4년 어느 날 필자는 당시 박윤흔 환경처 장관에게 “쓰레기는 통계도 쓰레기다”며 폐기물 통계의 정비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법학교수 출신으로 법제처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장관 지시로 환경처는 이듬해 폐기물총조사 설계방안을 수립한 후 1996년에는 폐기물총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국가 기본통계조사로서 매 5년마다 시행되고 있다. 1995년부터 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됨으로써 폐기물 관련 통계는 보다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쓰레기종량제와 관련한 소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우리나라의 정책 추진 능력은 실로 감탄할 정도다. 1994년 초 필자는 일본 출장 시 도쿄의 한 동네에서 쓰레기배출 봉투에 배출자의 이름을 명기하여 내 놓는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 이를 스스로 ‘쓰레기실명제’라고 명명하면서 당시 신현국 환경처 폐기물정책과장에게 전했는데 한 해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인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됐다. 물론 일찍부터 준비해 왔겠지만 필자의 제언도 제도 수립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지 않았나 여겨진다. 돌이켜 보건대 199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의 폐기물 통계가 정비되고 관련 제도도 선진화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고 사료된다.

     

일찍이 공병보증금반환제도를 시행했다     

  공병보증금반환제도란  반복 사용이 가능한 유리용기에 대해 주류나 청량음료의 판매가격에 공병(빈용기)값을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판매한 뒤 소비자가 공병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다. ‘빈용기보증금제도’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원의 재활용 촉진과 환경보호를 위해 1985년 8월 소주병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맥주병, 1987년 청량음료용 병용기로 확대 실시됐다.

  2003년에는 공병보증금제도의 담당부처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이전의 소관부처는 주류 공병의 경우 국세청, 청량음료병은 보건복지부였다. 보증금 요율도 용량을 기준으로 통일했다. 2017년에는 공병보증금이 대폭 인상됐다. 그러나 2018년의 빈병 회수율은 63%(출고량 430,102톤 중 271,260톤 회수)로 공병보증금 인상 이전의 70% 수준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공병보증금 인상이 음식점에서 주류가격을 1,000원씩 더 받게 하는 빌미만 제공했을 따름이었다. 맥주나 청량음료 등의 금속캔 회수율은 88%로 높은 편이다.                         

   회수된 빈병은 세척과 소독 후 재사용된다. 빈병의 재사용횟수는 평균 8회 정도다. 과거에는 제조업체마다 병의 색상과 모양이 달라 재사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당시 맥주시장을 양분했던 OB와 크라운맥주는 자사의 명칭을 양각으로 새긴 병에 맥주를 입병하여 출고했다. 타사의 공병이 회수되어 들어오면 파쇄했고, 그래서 회수 과정에서 메이커별로 분류해야했기에 추가적인 비용도 들었다. 지금은 통일된 병을 사용한다. 소주병의 경우 제주도의 한라산소주만 병 색깔이 다를 뿐이다. 현재 환경부로부터 위임받아 보증금제도를 운용하는 기관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며, 2019년의 경우 반환되지 않은 공병보증금은 106억원이었다.

     

오늘날 폐타이어는 없어서 못 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도 이른바 마이카 시대에 돌입했다. 자동차보유대수가 1988년에 200만대를 돌파했고 1992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섰다. 매년 25% 이상씩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폐타이어 발생량도 함께 증가했다. 당시 농촌지역에는 버려진 폐타이어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미관상 좋지 않았음은 물론 폐타이어 속에 고인 물에서 모기 등 해충들이 서식하여 건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대대적인 군부대 진지공사가 이루어졌다. 교통호 등을 구축할 때 폐타이어를 대량으로 사용했다. 약 500만개 정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 마땅한 용처를 찾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폐타이어를 킬른이라고 하는 시멘트 소성로에 연료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돼 온 방식이었다. 폐기물 재활용과 에너지절약 차원에서도 탁월한 방안이라서 바로 시행을 위한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1993년 하반기에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담당과장과 타이어 및 시멘트 업계 인사들이 함께 현지조사에 나섰다. 필자도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시멘트 공장들을 함께 둘러보았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쌍용시멘트 영월공장을 파일럿 플랜트로 선정하여 기술 및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검토를 진행했다. 1995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폐타이어를 시멘트 소성로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폐타이어 사용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추산하여 관련업계 간에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것이었다.

  타이어 업계는 연료비를 받아야 한다고 나섰고, 반면에 시멘트 업계에서는 킬른 개조에 따른 시설비 부담이 드는 데다 폐기물을 처리해 주기 때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타이어 업계에서 폐타이어를 수거하여 시멘트 공장의 연료 야적장까지 운송해 주고 쌍방 간에 비용은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현재는 시멘트업계에서 톤당 7만∼8만원씩 폐타이어 수거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석탄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시멘트 업계의 폐타이어 수요는 급증했고, 급기야는 일본 등지에서 폐타이어를 수입하기까지에 이르렀다. 2020년 기준 국내 폐타이어 발생량은 37만9,360톤이었는데 이 중 37.4%인 14만1,695톤이 시멘트 소성로용 연료로 사용됐다. 시멘트 이외의 산업에서 연료로 사용된 분량까지 합하면 폐타이어 발생량 중 대체연료로 활용되는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폐타이어에 포함된 스틸코드도 훌륭한 시멘트 원료다. 시멘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철을 투입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킬른의 온도는 섭씨 1450도로 완전 연소가 가능해서 폐윤활유 등도 연료로 사용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전체 연료의 24% 정도를 폐타이어를 비롯한 재활용폐기물로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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