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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Feb 28. 2022

제27화 - 국제환경이야기

요란했던 그린라운드는 어떻게 됐나

  2019년 2월 3일 설날 벽두에 쓰레기 1,400톤이 평택항으로 들어왔다. 2018년 7월과 10월에 폐플라스틱으로 위장하여 필리핀으로 수출됐던 쓰레기 6,500톤 중 일부가 돌아온 것이다. 나머지 5,100톤은 2020년 2월에 반송되어 국내에서 소각 처리됐다. 유해폐기물과 그 외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채택된 「바젤협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는 폐플라스틱 수출입도 규제된다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을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수출해 왔다. 그러나 2018년 초부터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2018년의 수출은 전년도의 1/3 수준인 6만7,441톤으로 격감했다. 그 해 수출 물량의 80%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으로 향했다. 2021년 1월 1일에는 폐플라스틱을 수출입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개정된 「바젤협약」이 발효됐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 17종과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3종만 혼합된 플라스틱을 제외하고는 수출입 규제대상이 된다.

  환경부와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폐플라스틱 처리에 어려움이 더해진 만큼 발생량을 줄이거나 재활용률을 높여야하는 까닭에서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아파트단지에서는 플라스틱을 투명한 PET와 기타 재질의 용기, 비닐 등으로 세분하여 배출하도록 했다. 일부 제조업체들의 경우 상표를 부착하는 대신 용기에 돌출시켜 표시하고, 포장재도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전환하는 등 친환경적 기반 구축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323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 중 재활용폐기물로 분리 배출된 물량은 발생량의 45%에 조금 못 미치는 145만7천톤 정도였다. 나머지는 종량제봉투에 담겨져 폐기됐다. 분리 배출되더라도 실제 재활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질의 순수성이다. 또한 용기는 단일 재질로 만들어져도 상표 등을 붙이는 접착제가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폐열이용 외에 재생용품 등으로 재활용되는 비중은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30%에 불과했다.

    

무역규제 조항이 포함된 국제환경협약이 많다     

  「바젤협약」과 같이 환경보호를 위해 양자 또는 다자간에 채택된 국제환경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environment)은 170여 개에 달한다. 주로 지구적 차원의 환경 보전에 대한 국가별 의무 및 노력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그 영향이 국경을 초월하는 월경성(越境性)일 경우에는 국가 간 환경을 둘러싼 분쟁도 야기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자면 공동 노력을 통해 환경보전을 도모해야 한다. 협약의 대상 분야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생물종 감소, 해양오염, 습지보호, 사막화, 국제하천 오염과 수자원 이용 등으로 다양하다.

  국제환경협약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가입국이나 규정을 위반한 국가에 대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유엔이 세계정부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강제적인 집행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무역규제가 거의 유일한 제재 조치인 것이다. 무역규제 내용은 협약 내 조문으로 규정돼 있다. 무역규제가 협약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

  1차적인 형태의 무역규제는 관련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는 상아, 코뿔소 뿔, 호유(虎油) 등 해당 동식물로 만든 장식품이나 약품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몬트리올의정서」의 경우 CFC 냉매가 포함된 냉장고나 에어컨의 교역을 규제한다. 미국과 EU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한 자동차의 수입을 불허하는 조치 등도 이에 속한다.

  제조 공정에서 규제대상 물질 등을 사용한 제품을 수입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CFC를 세정제로 사용하여 생산된 전자제품, 유자망으로 어획된 참치 및 가공제품,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사육된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 등이다. 이를 ‘공정 및 생산방식(PPMs; process and production methods)’에 대한 규제라고 하는데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아직 용인되지 않는 규제방식이다.

      

그린라운드(GR)UR의 파급 영향에서 비롯된 콩글리쉬다       

  이른바 그린라운드(GR; Green Round)란 환경을 이유로 한 무역규제의 허용 범위를 논의하여 규범화하자는 다자간무역협상을 지칭한다. 이 용어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즈음 등장했다. 영어지만 국제적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콩글리쉬다. ‘힘내라’는 의미의 파이팅처럼. UR에 따른 시장개방의 확대로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새롭게 대두된 환경무역장벽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UR 이후 GR 파고(波高)가 몰려온다’하면서 부산을 떨었다.

  WTO가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에서 다룰 의제 중 하나는 ‘환경과 무역의 조화’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PPMs 규제의 허용 여부가 핵심 이슈라 하겠으나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의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WTO 무역환경위원회(CTE)에서 논의한 내용 중 WTO와 다자간환경협정(MEA; multilateral environmental agreement) 관계 및 환경라벨링을 포함한 환경 관련 관세와 비관세장벽 등의 의제 채택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DDA는 WTO가 더 이상 라운드란 말을 쓰지 않기로 함에 따라 도하에서 시작된 다자간무역협상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대체용어다. 현재 DDA 협상은 각국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라 진전은커녕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향후 게재될 예정인 ‘제29화 - WTO이야기 : 왜 라운드 전성시대는 끝이 났는가?’를 참조하기 바란다.

  다자간환경협정은 여러 국가들이 특정 환경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해 체결하는 일종의 조약이다. 1차적으로는 기본원칙에 관한 합의 내용만을 담는 것이 통상의 관례다. 각국의 의무사항을 구체화하는 데는 장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일부 국가의 경우 국내 사정에 따라 참여에 소극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의무조항은 협약에 이어 채택되는 의정서에서 규정된다. 규제의 영향이 크거나 국별 또는 그룹별로 의무사항의 차별화가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특히 그렇다. 「비엔나협약」과 「몬트리올의정서」, 그리고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몬트리올의정서비엔나협약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이나 「조약에 관한 비엔나협약」,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협약」 등 여러 분야의 협약들이 비엔나에서 채택됐다. 비엔나가 외교 및 국제관계의 중심지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비엔나협약」은 오존층 보호를 위한 다자간환경협정을 지칭한다. 오존층 파괴에 관한 내용은 ‘제24화 - 물이야기 :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국민의 환경의식을 일깨웠다’ 편에서 소개된 바 있으나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CFC는 1930년대 미국의 듀폰사가 개발한 신물질로 상표명은 프레온(Freon)가스고, 냉매, 분사제(에어로졸), 발포제, 세정제 등으로 사용돼 왔다. 나일론(Nylon)도 비슷한 시기인 1935년에 이 회사가 발명한 화학섬유제품의 상표명이다. CFC는 매우 안정적인 물질로 배출된 후 6∼10년 만에 성층권의 오존층에 도달하여 100년 간 체류하고,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염소를 방출한다. 이 염소가 오존(O3)과 반응하여 오존을 일반산소(O2)로 전환시킴으로써 오존층이 파괴된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의 조사량이 증가하게 되어 피부암, 백내장 등 질병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에 의거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존층 조사에 나섰고, 오존층 파괴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85년 3월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협약」이 채택됐다. 그리고 1987년 9월 「비엔나협약」 이행을 위해 의무사항 등을 규정한 「몬트리올의정서」가 채택되고, 1989년 1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92년 2월 이 의정서에 가입했으며, 동년 5월부터 규제를 받게 됐다.

    

몬트리올의정서의 규제 내용은 세 차례나 강화됐다     

  당초 「몬트리올의정서」는 5종류의 CFC 물질과 할론 3종을 규제대상으로 지정하고, 1999년까지 50%를 감축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개도국에 대해서는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가 오존층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1990년 6월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가입국회의(COP2)에서는 규제대상물질에 10종의 CFC와 사염화탄소, 메틸클로로포름을 추가하고 사용금지 일정도 앞당겼다. 이를 1차 개정 「몬트리올의정서」 또는 「런던의정서」라 한다.

  1992년 제4차 가입국회의에서는 「몬트리올의정서」를 두 번째로 개정하여 2세대 대체물질인 HCFC 등 41종의 물질도 규제대상에 추가하고 사용시한을 더욱 단축했다. 사용 가능한 기간을 할론 3종은 1994년, HCFC를 제외한 18종은 1996년으로 앞당겼다. HCFC의 경우 선진국들에게는 1996년부터 사용량을 1989년 실적치로 한정한 후 점진적으로 줄여 2030년에 전폐토록 했다. HCFC는 CFC에 비해 염소 함유량이 10% 정도이기는 하나 역시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인 까닭이다.

  3세대 대체물질로 개발됐던 HFC도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서 규정된 온실가스에 포함돼 있다. 2016년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회의(COP28)에서 이 물질의 사용규제 일정도 설정됐다. 「키갈리의정서」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HFC물질의 사용량을 2024년부터 동결하고, 2045년까지 80%까지 줄여나가야 한다. 4세대 대체물질로 개발된 HFO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CFC 사용이 중단됐다. 이로써 현재 가정용 에어컨에 주입되는 냉매는 종전의 CFC114와 CFC22에서 HCFC22로 변경됐다. 2030년부터는 HCFC의 사용도 금지된다. 그런데 사용하는 냉매에 따라 에어컨 배관이 달라지기 때문에 2030년 이후 가정에서 에어컨을 새로 구입할 경우 배관을 교체해야 될 지도 모른다. 이후 HFC가 규제 대상이 되어 HFO 냉매가 주입된 에어컨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는 오늘날 인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제5차 보고서에 따르면 1880∼2012년의 133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0.8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져 21세기 중에 최소 1.1∼2.9°C에서 최대 2.4∼6.4°C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검증을 위해 1988년에 구성된 유엔 산하에 구성된 조직이다.

  지구온난화는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에서 비롯된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 마치 비닐하우스처럼 태양의 복사열 방출이 차단돼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극지방 등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지고, 각종 기상이변과 생태계 교란 현상이 발생한다.

  온실가스(GHGs; greenhouse gases)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수증기, 아산화질소, 메탄, 오존, CFC 등이다. 이 중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기여도가 66%를 차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6년에 400ppm을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는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8세기 중반의 280ppm에 비해 4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유엔은 전술한 바와 같이 IPCC를 발족한데 이어 「기후변화협약」 채택을 위한 협상을 추진했다. 협상회의는 1991∼92년 중 여섯 차례 개최됐다. 필자는 1991년 9월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2차 협상회의에 참석했는데 당시 소감을 정리해 본다. 우리나라 협상단은 10명이었으나 일본은 30명, 미국은 100명 정도였다. 역시 국력 순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회의 기간도 2주였다. 마지막 6차 회의는 5주간이나 지속됐고, 그것도 최종일에는 철야 후 아침이 돼서야 종료됐다. 그만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이다.

  도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자기들의 영토가 사라진다고 강변했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투발루는 여의도 면적의 10배도 채 되지 않는 소국인데 해수면이 높아져 이미 뉴질랜드 등 다른 나라로 이주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인도양 남부에 약 1,200개의 산호섬으로 구성된 몰디브는 최고 고도가 2m에 불과하여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호주 대표단은 “호주도 섬나라다”라고 언급하면서 화석연료 사용 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호주가 주요 석탄수출국이고, 기후변화 협상이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한 경제 이슈 중심으로 전개됐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들에게 역사적 책임을 부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채택되어 1994년 3월 21일에 발효됐다. 협약의 기본원칙을 공동책임과 역사적 책임, 그리고 차별적 책임 등 3개로 설정했다. 공동책임이란 환경자원의 보호를 위해 모든 국가들에게 의무가 골고루 배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책임은 환경오염이 선진국들의 경제개발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에게 무거운 책임 부과하여 우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별적 책임은 선진국들이 역사적 책임에 따른 의무 수행과 함께 개도국들에게 기술 이전과 재정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가입국들이 ▲ 온실가스의 배출 및 흡수량에 대한 통계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되 차별적 책임 원칙에 따라 선진국들에 대해서는 200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안정화시킬 것을 권고하며, ▲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이행 성과를 보고하는 한편, ▲ 온실가스를 저감시키는 기술과 공정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고,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게 재정 및 기술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37개국에 1차로 온실가스 배출량 5.2% 감축 의무가 부과됐다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규정한 협정이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COP 3)에서 채택되어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로 명명됐다. 발효는 55개국 이상이 가입하고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세계 배출총량의 55%를 상회할 때부터라고 규정했다. 이 요건은 2005년 2월에 충족됐다.

  「교토의정서」에는 이산화탄소(CO2),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6개 물질이 온실가스로 열거돼 있다. 선진국과 동구권 등 부속서Ⅰ에 등재된 37개국에게는 2008∼2012년의 제1차 공약기간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됐다. 그 외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사항을 보고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기 위한 지원 수단도 마련했다. 세 가지 방법이 도입됐는데 이들을 신축성 메커니즘(flexibility mechanism)이라고 명명했다. 첫째가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다. 이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여 온실가스의 발생량을 줄였을 경우 감축 분을 자국의 저감 실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흡수를 목적으로 개도국에 나무를 심었다면 그만큼 자국의 배출량이 감소됐다고 간주한다.

  두 번째는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cheme)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국에 할당된 한도보다 초과 또는 미달됐을 때 그 분량만큼 사고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세 번째 방법은 공동이행제도(JI; joint implementation)인데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을 때 이를 저감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선진국들 간의 CDM 사업으로 보면 된다.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1차 목표연도인 2012년이 도래하자 그 해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18차 당사국회의(COP18)에서 공약기간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2차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채택됐다. 이를 도하개정안(Doha amendment)이라고 하는데 가입국들의 비준이 늦어져 2차 공약기간 종료 시점인 2020년 12월말에야 발효됐다.

  2차 목표연도까지 부속서Ⅰ에 수록된 37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18% 감축한다는 것이 「도하개정안」의 골자다. 이미 2018년 현재 대상 국가들의 감축량이 25.3%에 달해 목표 달성은 무난했으나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이 개정안에 불참을 선언했다.

     

2020년부터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신 기후체제에 돌입했다     

  지구 온도가 예상보다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회의(COP21)에서는 모든 국가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의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됐다. 신 기후체제라고 불리는 이 협정은 2016년 4월 뉴욕에서 서명된 후 2016년 11월 발효됐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를 상회하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되 가능한 한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인 장기목표 하에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기후행동에 참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매 5년마다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자발적으로 설정하고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들에게는 재원 조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가 추가적으로 부여됐다. 2020년부터 개도국들이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매년 1,000억달러 이상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외 국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2023년부터는 5년 단위로 협정의 이행 상황과 장기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를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이라고 한다.

  2018년 폴란드 키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파리협정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세부지침(rulebook)이 마련됐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 감축 이행에 대한 투명성 확보, 개도국에 대한 자금 지원 및 기술이전 등으로 항목이 구성돼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였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복귀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탄소배출량을 4.17%씩 감축할 계획이다     

  2020년 들어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속속 탄소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배출된 온실가스를 식목 등으로 흡수해서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배출을 선언한데 이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Fit for 55’를 선언했다. 일본과 세계 1위 탄소배출국인 중국도 각각 2050년 및 206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6월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한다는 목표를 국가별 기여 방안(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으로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이어 2020년 12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한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세계 9위의 탄소배출국인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40개국 정상들은 화상회의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 제로를 재확인하고, 이에 필요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다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1년 5월 30∼31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재천명했다.

  단기적인 목표로서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고치였던 2017년도의 실적 대비 35%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2019년 8월 이를 법제화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다. 2021년 5월에 구성된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그해 10월에 개최된 2차 전체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감축하기로 의결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4.17%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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