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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정수 Oct 19. 2019

언제까지 "요샌 유튜브라며?" 하실 거예요

왜 신문사 유튜브채널은 노잼인가

2년쯤 전부터 중장년들은 절반쯤 신기한 눈빛으로, 절반쯤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똑같은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선배 기자와 취재원을 막론했다.


"요새는 애들이 다 유튜브로 검색한다며?"
"요새는 네이버 말고 유튜브에도 다 있다며?"
"요새는 유튜브가 TV보다 재밌더라?"


이들은 주로 '나도 요새 애들에 대해 좀 안다'는 뉘앙스를 가득 담은 질문으로 말문을 연다. 동석한 다른 중장년들은 "맞아 맞아. 요새는 유튜브라더라"하며 요란스럽게 맞장구를 친다. 이후의 이야기는 '나의 신기한 유튜브 체험기'로 넘어가기 일쑤다.


최근 꽤 높은 선배가 밥을 사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휴가 내내 집에서 유튜브로 BBC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요즘에는 이렇게 좋은 다큐멘터리도 유튜브로 줄줄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큐멘터리의 내용(러시아 역사)이 왜 좋았는지는 완전한 논외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나도 유튜브를 오랫동안 재미있게 봤다>는 사실 같았다.



내용은 안 보고 껍데기에만 집착한 결과

주식과 부동산은 신문에 "여기가 뜬다"라고 나오면 이미 끝난 것이다.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신문에 나올 때쯤엔 이미 개나 소나 다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벌써 유행이 지나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오늘자 신문에 나온 '신조어'는 웬만하면 안 쓰는 것이 좋다.)  


덩치가 크고, 조직 성향이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의사결정권자의 나이가 많기 마련이다. 물리적 나이가 문제는 아니지만, 딱히 '감각만은 젊게' 갈고닦는 분이 적은 건 문제다. 내리막길 걷는 신문에만 한평생 몸 바치신 이 분들은 유튜브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요새는 유튜브"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끊을 줄 모른다.


가장 속 터지는 순간은, 무언가 조회수가 폭발한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여줘도, 이분들께서 그 내용은 곧 까먹어버리고 '유튜브라서 사람들이 많이 봤구나!'라고 크나큰 착각을 하는 경우다. 유튜브가 유튜브라는 플랫폼 그 자체로 화제가 된 시기는 이미 오래전이다. 그런데도 그 시기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은 플랫폼에만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요새 뜬다는 유튜브'에 다들 뛰어들라고 손가락질은 했는데, 뭘 해야 하는지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머릿속 상당 부분을 '(종이) 신문'이 차지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출중한 기자가 이렇게 많은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라는 오해(?)를 하기 시작한다. 일은 시켜놓고 돈도 안 주고 추가 인력도 안 주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결국 신문에 올라간 콘텐츠를 껍데기만 유튜브로 바꿔다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진다.


이 영상은, 텍스트 기사로 다룰 수 없는 콘텐츠를 영상화한다는 착안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멈춰버렸다. 영상으로 무엇을 살려야 하는지를 충분히 담지 못한 사례... 댓글마다 "BGM 때문에 설명이 안 들린다"는 원망이 묻어난다. https://youtu.be/Jcci9aMwiaM
동아일보의 '한국 팔씨름 1위' 백성열의 5분 속성 팔씨름 강의


조중동 종편에 맞서 한겨레도 오랫동안 영상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나 이런 종류의 영상은 대체 왜... 혹시 시사에 관심이 많으면서 디지털 드로잉이 취미인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걸까? https://youtu.be/eLi5wjWJ24c
한겨레TV의 '10월 01일 한겨레그림판'


탐사보도팀이 최근 꽤나 많은 품을 들여서 만든 '공든 기획'이었다. 그런데 영상이 기사와 다를 게 없다. 이미 봤던 내용, 조금 솔직한 정도의 멘트들을 6분 내내 주구장창 보는 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기사는 띄엄띄엄 읽을 수라도 있다. https://youtu.be/OHmcdxYWtg4
중앙일보의 '386의 호소 변명인가, 반성인가'


놀라운 것은, 각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면 알지도 못했던 사이에 수백, 수천 개의 동영상이 산처럼 쌓여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수많은 결과물들을 만드는 사람 수가 한두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때로는 사공이 더 많을 수도...)


그런데 신문사 사람들이 다 그렇다. 까라고 하면 "못 깝니다!"하고 엎는 대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역꾸역 결국 만들어낸다. (심지어 개중에는 정말 잘 만든 콘텐츠들도 많다.)



'효율'은 2순위로 잠깐미뤄요

회사에서는 요새 자꾸 '사내 크리에이터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며 이것저것을 촉구한다. 말로는 한껏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도움은 되로 주고, 감 놔라 배 놔라는 말로 하는 결과에, 큰맘 먹고 지원한 저연차 기자들은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을 뗀다. 얼마 전 한 회사 선배의 얘기 중 크게 공감했던 것은 "유튜브든 뭐든, 20대 구성원들로만 팀을 짜고, 거기서 만드는 것은 토씨 하나 간섭하지 않으면 훨씬 재밌는 게 튀어나올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냥 '유튜브이면 된다'가 아니라, 어떤 감성이 트렌디하고, 어떤 코드가 현재 뜨고 있는지, 최근에 훅 간 유튜버들의 실패 요인은 무엇인지를 의사결정자들이 충분히 파악해야 저런 실수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 답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가성비'는 조금만 미뤄놨으면. 신문 콘텐츠를 어떻게 유튜브에서 '효율적'으로, 가 아니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로 고민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준다면 적어도 뒷북은 지금보다 훨씬 덜 칠 것이란 확신이 든다.



#커버 : V30, 여의도 마호가니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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