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과 화가 바닥날 때
"기자 생활 몇 년만 하다 보면 친구들이랑 점점 멀어질 거야.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지. 우리는 하루 종일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만 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물론 거지부터 대통령까지 다 만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어디 대표, 사장, 고위공무원 이런 사람들 만나는 게 일상이니까.
어떤 직업도 너 정도 나이에 그런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동등한 지위에서 만날 수 없어. 물론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우리랑 너무 다른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주제에 관심 갖는 사람들 별로 많지도 않고. 그러다 보면 얘기가 안 통하고. 그러다 보면 자꾸 멀어지게 되는 거지...
근데 그렇게 지내다가 10년 차쯤 넘어가면 어느 순간 모든 게 재미가 없어진다? 뭘 봐도 다 '늘 그랬던 거잖아'하는 생각이 들고. 흥미가 생기지를 않아. 직업적으로 확 늙어버리는 거야."